자식 때문에 망한 의원들

2017.02.20 10:07:29 호수 1102호

자식 농사에 3대가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한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즉, 집안을 평안하게 한 자가 나라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제가’에 실패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은 아들의 성매매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장 의원의 아들은 지난 10일 첫 방영된 Mnet <고등래퍼>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방송을 본 누리꾼들이 “장모군(장 의원의 아들)이 과거 미성년자를 상대로 ‘조건 만남’을 시도하는 등 인성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해 파장을 낳았다.

아들의 민낯

장군의 계정은 ‘문슁스’, 해당 SNS에는 “오빠랑 하자” “조건하고 싶은데 디엠 하기” 같은 성매매 시도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다른 SNS에는 “엄마 일부러 아빠 들으라고 큰 소리로 지X함” “담배 피우는 건 뭐라 하지도 않으면서 시X” “니가 와서 때려주면 안 되냐” “우리 엄마 개(엄청) 때려주라”와 같이 패륜적인 글도 적혀 있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장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고, 아들이 아픔을 딛고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도록 아버지로서 더 노력하고 잘 지도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장 의원과 아들에 대한 악플은 사과문 게재 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장 의원은 자신의 SNS 계정을 삭제했다.

그야말로 ‘새옹지마’. 앞서 장 의원은 청문회 스타로 이름값을 높였다. 청와대 의무실장으로부터 “박 대통령에게 백옥주사를 처방했다”는 답변을 받아낸 부분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청문회 백미로 꼽힌다. 장 의원은 당시 시종일관 날카로운 질문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각종 시사 프로그램서 유머러스하고 친화적인 면모를 보이며 호감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바른정당 대변인과 부산시당위원장을 맡는 등 당에서의 입지도 승승장구였다. 그러나 아들 논란으로 그간 쌓아놓은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됐다. 현재 장 의원은 맡고 있던 당직을 모두 내려놓은 상태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전 의원도 아들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아들 정모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슬퍼하는 국민들을 향해 “국민 정서 자체가 미개하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국민들이 공분하자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저희 아이도 반성하고 근신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나의 불찰”이라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들 구설에도 정 전 의원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자선출대회’에서 당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그날 정 전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유권자들을 향해 아들의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설상가상 아들을 두둔하는 부인의 발언까지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결국 6·4 지방선거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패배했다. 국회의원직까지 버리며 의욕적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아들의 발언 논란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당시 여권 차기 대선주자 1위로 꼽혔던 만큼 상처는 더욱 컸다. 정 전 의원은 현재 오랜 잠행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또한 아들 문제로 큰 낭패를 봤다. 남 지사의 아들 남모 병장이 군 복무 중 후임병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력을 가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것이다. 당시 남 지사는 2014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며 승승장구하던 시기였다.

장제원, 남경필, 정몽준 아들 문제로…
캔디 고 폭로에 고승덕 “미안하다∼!”

당시 군 당국은 군부대 폭행 및 성추행과 관련해 부대별 설문조사 및 면담을 실시하던 중 6사단에 근무 중인 남 병장이 후임병의 턱과 배를 가격하고 성기 부분을 손등으로 치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돼 현재 입건된 상태라고 발표했다.

아들 논란에 남 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시점상 윤 일병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국민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지난 2014년 9월 경기도 포천시 육군 제5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선 남 병장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앞서 군 검찰은 남 병장에게 “약자인 후임병에게 수회에 걸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르고 법정서도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후 재판부는 “선임병으로서 업무가 미숙한 후임병을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범행을 몇 달간 지속적으로 반복해 죄질이 나쁘다”며 남 병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군 검찰과 남 병장 측 변호인은 항소를 포기했고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고승덕 전 의원은 딸의 폭로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14년 고 전 의원은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섰는데, 전처의 딸 캔디 고가 SNS를 통해 “(고 전 의원은) 자식에게 관심이 없었다. 교육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교육감 후보가 자식 교육에 소홀했다는 점이 유권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고 전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못난 아버지를 둔 딸아, 정말 미안하다”고 소리쳤지만, 돌아선 표심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소위 ‘샤우팅 사과’로 불린 고 전 의원의 당시 사진은 숱한 패러디를 낳는 등 부작용을 일으켰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초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고 전 의원은 딸의 폭로라는 암초에 부딪혀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딸의 폭로

자식의 구설로 낭패를 본 정치인이 해마다 추가되고 있다. 그때마다 온라인상에서는 ‘연좌제’를 둘러싼 공방이 펼쳐진다. 자식의 잘못을 부모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과 자식 문제로 부모를 탓하는 것은 지나친 여론 공세라는 반론이 첨예하게 부딪친다. 케케묵은 논쟁이지만, 정답은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식 교육도 정치인의 필수 덕목 중 하나가 됐다는 점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녀 덕 보는 의원


최근 유시민 전 장관의 딸 유수진씨와 유승민 의원의 딸 유담씨를 비교하는 글이 화제를 낳고 있다. 수진씨는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지난 2015년 4월 총리 공관에서 청년 10명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받고 있다.

동국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담씨는 지난 4·13 총선 당시 유세 현장에 나와 아버지를 도운 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들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최근 JTBC 프로그램 <썰전>에 언급돼서다.

당시 유승민 의원과 유시민 전 장관이 나눈 딸에 대한 대화가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됐다. 현재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아버지와 딸의 이름이 연관 검색어에 뜰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보이는 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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