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 사건, 그 이후…

2017.02.14 10:04:15 호수 1101호

천국이 지옥으로… 악마가 된 신부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노숙인의 천국’으로 불리며 6년 연속 우수시설로까지 선정됐던 대구시립희망원의 추악한 이면이 공개됐다. 상습적인 폭행은 물론 정신적 가혹행위도 이뤄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망사건도 수백 건이었다. 결국 이곳의 원장신부는 법의 철퇴를 맞았다. 현직 천주교 성직자 비리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핵심인물은 따로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꼬리 자르기 식 대처라는 것이다.



대구시립희망원은 대구시가 1958년 설립해 전액 지원하는 시설로 가톨릭단체서 1980년부터 36년 동안 운영해 왔으며 전국에서 3번째로 큰 대형 복지시설이다. 현재 1214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구시립희망원은 2009년부터 2014까지 6년 연속 우수시설로 선정됐고 2006년에는 최우수 복지시설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부가 주도?

하지만 최근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약 2년8개월 동안 전체 수용인원 1000여명 중 약 10%인 12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게다가 짧은 기간 많은 수용자들이 사망한 데 대해 희망원 직원들의 입소자에 대한 인권 유린과 상습 폭행은 물론 폭행치사를 자연사로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2년 2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10개월간 3억1500여만원의 급식비를 횡령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역 인권단체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 유린과 시설 비리에 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운영하는 곳은 대구시립희망원 등 장애인·노숙인 요양시설 4곳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의 생활교사들은 지적장애·정신장애인들에게 훈육, 행동교정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을 이유로 주먹, 손바닥은 물론 몽둥이 등으로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또 음식물을 방바닥에 던져 주워 먹게 하고 젖꼭지를 꼬집거나 엎드려뻗쳐 기합을 주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가혹행위를 했다.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대구시립희망원의 병사자 201명의 사망 경위와 원인, 응급조치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음식물에 의한 기도 폐쇄, 낙상 등 안전사고, 알 수 없는 이유 등으로 20여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경위나 원인 파악 없이 단순병사로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2월부터 약 11개월간 식자재의 수량, 단가·품목 조작, 과다·허위 청구를 통해 약 3억원가량의 급식비를 부당하게 지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노숙인들을 외부공장서 일하게 하면서 임금을 시설 계좌로 일괄입금 받아 지급하는 등 부적절하게 관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전 원장신부 배모(63)씨를 지난달 19일 구속했다. 대구지법 오영두 영장전담판사는 검찰이 대구희망원 전 원장신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판사는 영장발부 사유에서 “주요 혐의에 관해 범죄소명이 있고 범죄의 중대성에 비추어 도망의 염려가 있는 등 구속의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대구지검은 배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배씨는 2011년부터 5년간 급식비 부풀리기를 통해 대구시 보조금을 전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과도한 징벌방 감금과 생활인 간병업무 투입에 따른 정신지체장애인 사망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감금 및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상습폭행·떨어진 음식 주워 먹게도
6년 연속 우수시설…대통령상까지

한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대구시립희망원 전 사무국장 임모(48)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와 피의자의 지위 등에 비추어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 등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립희망원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4회 연속 시설평가 ‘A등급’을 판정한 것으로 드러나 평가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복지부에서 받은 ‘대구시립희망원 평가자료’에 따르면 이 시설은 3년 단위로 실시하는 복지부 시설평가에서 2005년, 2008년, 2011년, 2014년 4회 연속 A등급을 받았다. 2014년은 6개 항목 모두 A등급을 받았다.


대구희망원은 이런 평가 속에 2002년∼2014년 6회 연속 우수시설로 선정됐고 2005년엔 전국 노숙인시설 1위, 2006년 전국 사회복지시설 중 최우수시설에 뽑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복지부장관 표창도 3차례나 받았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이 같은 복지부의 평가제도가 ‘수박 겉핥기식’이라고 비판했다. 평가지표를 보면 ▲시설 및 환경 8문항 ▲재정 및 조직운영 7문항 ▲인적자원관리 15문항 ▲프로그램 및 서비스 10문항 ▲생활인의 권리 9문항 ▲지역사회관계 7문항 등 총 6개 항목 56문항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총 56문항 중 생활인들의 인권과 관련한 것은 ‘생활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가’ 단 1개 문항뿐이다. 특히 노숙인 시설 생활인들에 대한 사망 인원, 사망률, 인권 침해, 폭행 등과 관련한 문항은 찾아볼 수 없다.

김 의원은 “아주 형식적인 평가문항으로 현행 복지부의 평가제도는 허점투성이”라며 “노숙인시설 인권대책 실태조사에 앞서 평가제도부터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사실을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접한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누리꾼들은 대구시립희망원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글을 남기며 사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을 촉구했다. 또한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장애인 단체 등은 대구시 중구 계산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난한 이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은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유린과 비리를 규탄했다.

대구시립희망원의 폭행과 횡령 등에 대한 의혹은 2013년 일명 ‘쪽지사건’이라 불리는 익명의 내부고발자에 의해 드러났다. 대구시립희망원의 한 직원이 희망원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을 인터넷 메신저로 직원들에게, 우편을 통해 언론기관과 각종 기관, 시민단체 등에 일제히 전달했다.

직원이 보낸 쪽지에는 희망원 안에서 벌어지는 언어 폭력, 인격 모욕, 폭행, 갈취, 물품 허위 청구에 따른 횡령사실 등이 적혀 있었다. 2013년부터 돌기 시작한 ‘쪽지’는 올해 1월까지 계속 전파됐다. 이곳의 온갖 비리가 적힌 투서는 대구시와 시민단체 등에 뿌려졌다.

대구시립희망원은 ‘꼬리자르기식’의 책임자 처벌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일 교구쇄신위원회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통감하고 대구시립희망원 내 원장 1명과 사무국장 2명, 팀장 1명 등 4명을 직위해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장 신부들과 A국장 등 핵심관계자는 모두 제외됐다는 것이 대책위 측의 주장이다.

꼬리 자르기?


대구희망원대책위원회(대책위)는 “몸통은 그대로 둔 채 깃털 몇 명만 직위해제한 것”이라며 “신부와 핵심 간부들에 대한 1차적 조치인 직위해제마저 하지 않는 것은 조환길 대주교의 사과마저 빛 바라게 하는 ‘국면전환용’일 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책위는 “이제 천주교대구대교구 쇄신위원회의 역할은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다”며 “조환길 대주교가 직접 나서 교구를 쇄신하고 희망원 사태를 즉각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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