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유한국당 당명 교체 비화

2017.02.09 16:46:24 호수 1101호

도메인부터 싹쓸이 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지난 8일 열린 연찬회서 대다수 참석자들이 해당 명칭으로의 개정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은 오는 전국위원회서 추인을 받은 후 새 당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주도로 한나라당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이 바뀐 이후 5년 만에 새로운 간판을 걸게 됐다. 당은 도메인을 미리 선점해두는 등 당명 교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후보를 추리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새누리당은 앞서 지난달 23일부터 대국민 당명 공모전을 열어 국민들의 의견을 모았다. 접수된 의견은 총 5854건. 이 중 당명개정 TF(태스크포스)를 통해 1차 최종 후보로 ‘국민제일당’ ‘새빛한국당’ ‘으뜸한국당’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들 명칭을 두고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험난한 개정

새누리당은 기존 후보들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철회하고 추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에 2차 최종 후보로 ‘보수의힘’ ‘국민제일당’ ‘행복한국당’이 올랐다. 이 중 보수의힘과 행복한국당이 우세를 점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보수의힘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는 말도 전해졌다.

그러나 보수의힘은 향후 대선 때 구호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행복한국당은 특정 종교의 색채가 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차 후보들에 대해서도 구성원들의 반응이 회의적으로 흐르자 새누리당은 뒤늦게 ‘자유한국당’을 추가했다. 이후 책임 당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은 27%로 1위를 차지했고, 행복한국당과 국민제일당, 보수의힘 순으로 지지를 받았다.

결국 가장 늦게 합류한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명칭으로 낙점된 셈이다.

정치권은 자유한국당 명칭에 여러 정치적 전략이 포함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충청권 기반 정당이던 ‘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의 ‘자유’와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한국’을 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캐스팅보트’인 충청권 표심은 물론 과거 보수 정당에 향수를 느끼는 지지층까지 노린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당이 새로운 명칭에 얼마만큼 공을 들였는지는 도메인 등록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메인은 인터넷상의 컴퓨터 주소를 숫자로 된 IP(Internet Protocol) 대신 알기 쉬운 영문·한글 등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일요시사>의 도메인은 ‘ilyosisa.co.kr’다. 도메인을 통해 사용자는 보다 쉽게 원하는 홈페이지로 접속할 수 있다.

발표 전날 후보명 모두 등록
5년 전 사전 등록 논란 회자

새누리당 홍보국 소속 박모 부장은 1차 공모가 끝난 지난달 26일 국민제일당, 새빛한국당, 으뜸한국당을 새로운 도메인으로 등록했다. 당내 반발로 새로운 후보 물색을 한 지난 1일에는 보수의힘을, 이후 지난 5, 6일에는 행복한국당, 자유한국당을 추가로 등록했다.

이처럼 당이 도메인 등록에 열을 올린 이유는 명칭 사용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만약 당과 관계없는 사람이 자유한국당을 도메인 등록해버리면, 당은 해당 명칭을 홈페이지 주소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 당이 그 사람으로부터 도메인을 구매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보통 도메인은 정가가 정해져 있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다.

한 도메인 등록업체 관계자는 “다른 사람이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연락해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 사람이 이미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도메인이 삭제된 후에야 등록할 수 있다. 보통 원하는 도메인이 등록돼있는 경우 예약을 한다. 사용 종료일이 돼서 등록자가 도메인 사용을 연장하지 않고 삭제하게 되면 예약한 사람이 사용 가능하다”며 “그 전에는 등록할 수 없고 사전에 등록한 사람과 연락해 넘겨받아야 한다. 먼저 등록한 사람이 넘겨주고 싶다고 하면 도메인 등록인을 변경해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나라당서 새누리당으로 명칭을 변경했을 때는 사전 등록 논란이 불거졌다. 한나라당은 지난 2012년 1월27일부터 29일까지 새 당명을 결정하기 위한 대국민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접수된 1만여개의 후보 중 ‘새희망한국당’ ‘한국민당’ ‘새누리당’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당 홍보기획실 소속의 김모 팀장이 공모 종료 하루 전 도메인(saenuridang.kr)을 사전에 등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나라당은 공모를 통해 새 명칭이 정해졌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새누리당을 새 당명으로 내정하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과거 김 팀장과 함께 당에서 근무했던 한 당직자는 “김 팀장은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이 데리고 온 실무자 중 한 명이었다. 실무적인 작업은 그 사람이 다 했는데, 그때 3~4개 정도의 도메인을 구입한 상태였다”며 “발표된 후에 누가 사버리면 당은 해당 도메인을 못 쓰니까 선점해 두려고 발표 전에 미리 사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루만 늦었어도…

당의 이러한 유비무환식 조치가 이번에 확실히 적중한 듯하다. 박 부장이 ‘자유한국당.kr’을 등록하고 하루가 지난 7일, 송모씨가 ‘자유한국당.한국’을 등록한 것이다. 당 홍보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송씨의 이름을 처음 들어 본다”고 답했다. 만약 당이 도메인 등록을 하루만 늦게 했더라면, 자유한국당은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됐을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