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횡령에도 당당한 하나은행

2011.04.19 09:20:35 호수 0호

고양이한테 생선가게 맡기고 “사고는 불가피한 일?”

하나은행이 울상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앞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악재 때문이다. 다름 아닌 직원 횡령건이다. 문제의 직원은 고객의 명의를 빼돌려 허위 대출을 받는가하면 고객 계좌에서 돈을 빼가기도 했다. 심지어 친인척의 돈을 챙기기도 했다. 문제는 2년여에 걸쳐 벌어진 일이었지만 하나은행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데 있다. 내부 감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단 얘기다. 곳곳에서 혀 차는 소리와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2년 동안 4억원 횡령 몰랐다?…감사 시스템 구멍
“‘몸집 불리기’에 앞서 ‘내실 다지기’ 선행돼야”


지난 2010년말 하나은행은 자사 직원 A모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지난해 말 진행된 내부감사에서 해당 직원의 횡령 혐의 등을 발견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의 고발조치 이후 A씨는 수사당국에 덜미를 잡혔고 지난달 3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의 혐의는 ▲고객 명의 도용 ▲고객명의로 통장 무단 개설 ▲고객 계좌에서 무단 현금 인출 등 크게 세 갈래다.

A씨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11월까지 고객 명의를 빼돌렸다. 빼돌린 고객 명의와 신상정보 등은 허위로 대출신청을 하는 데 사용됐다. 이렇게 대출 받은 돈은 자그마치 3억8000만원에 달하며 모두 A씨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빼돌린 고객명의로 통장을 무단 개설하기도 했다. 은행 대출의 경우 대출 신청자 명의의 계좌로 송금되기 때문이다.

명의 빼돌려 대출

A씨는 완전범죄를 꿈꿨다. 이를 위해 대출이자를 본인 스스로 갚아 나갔다. 계획대로 명의를 도용당한 고객들은 자신의 명의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이들은 하나은행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고객 계좌에서 무단으로 돈을 인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가 고객 몰래 빼간 돈은 총 4800여만원 정도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 관계자는 “A씨가 대출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은행의 손실로 처리할 것”이라며 “명의를 도용당한 고객들에게 피해 가지 않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고객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친인척의 돈에까지 손을 댔다. 그의 친척이 하나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상환금 명목으로 돌려준 돈을 모두 삼킨 것이다.

문제는 A씨가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하나은행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데 있다. 내부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단 얘기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하나은행 측 관계자는 “결국 내부 감사를 통해 밝히지 않았느냐”며 “내부 감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말도 안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직원 개인의 도덕성이 결여돼 생긴 문제”라고 일축했다.

“금융사고 불가피”

하지만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내부감사를 통해 밝혀냈다고 하더라도 범행 시점에서 2년여가 지나 적발해 낸 건 문제가 있다”며 “만약 미리 발견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범행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대로 된 감사만 이뤄졌어도 A씨가 허위 대출을 받아 생긴 손실금을 하나은행이 떠안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직원 통제와 관련된 지적도 제기 됐다. 은행이 직원 감독과 주의 업무를 소홀이 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앞서 내실 다지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 관계자는 “어느 정도 금융사고는 불가피하다”며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하나은행은 금융사고가 적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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