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는’ 손학규 복잡한 로드맵

2017.01.31 11:56:27 호수 1099호

아슬아슬 세 줄타기 결말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의 움직임에 정가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의당 합류와 ‘제3지대’ 구축을 저울질하면서 대선 국면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독자세력화에 방점을 찍었다. 앞으로 그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식서 “새 정권은 시대의 움직임을 깨닫고, 국가운영의 능력을 가진 유능한 개혁가가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당분간 독자?

국민주권개혁회의는 손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결사체다. 손 전 대표는 이 자리서 “대한민국 경제는 성장엔진이 꺼졌다. 총체적 위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안은 새로운 정치경제시스템, 즉 제7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개헌을 매개로 한 독자세력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앞서 손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정계복귀 과정서 새판짜기를 언급했다. 복귀와 동시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그가 정치권에 던진 화두는 ‘최순실 게이트’에 묻히고 말았다.

이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새누리당이 분열을 거치면서 정국은 소용돌이쳤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가 특검에 넘어갔고, 탄핵심판을 앞두면서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조기 대선으로 흘렀다.


문재인-반기문 양강구도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제3지대의 확장성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연일 손 전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민주당 전해철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손 전 대표가 “민주당의 패권세력은 새누리당 세력과 더불어 구체제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정략적이고 왜곡된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손 전 대표가 개헌과 함께 대통령 임기단축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단지 개헌 외에는 어떤 정치적 명분도, 지향과 목표도 각기 다른 세력이 모여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면서 “개헌 그 자체가 정권 창출의 목적이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에는 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손 전 대표에게 정계은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자신의 SNS에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주십시오”라며 “더 이상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올렸다.

특히 친문(친 문재인)계는 손 전 대표의 대권행보를 견제하고 나섰다. 손 전 대표의 행보가 민주당 정권교체 플랜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아울러 친문계를 ‘패권세력’으로 규정한 손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발로도 보인다.
 

친문계와 다르게 국민의당은 연일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22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서 손 전 대표에 대해 “손 대표는 경선만 같이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선거 이후 정부구성까지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합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서 차기 정부에 대한 생각까지 교류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손 전 대표를 향해 “국민의당으로 오셔야 할 첫 번째 분”이라며 연대를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독자세력화 방점
‘국민의당? 제3지대?’ 새판짜기 시작된다?

그는 “우리 두 사람은 2011년,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로서 ‘분당대첩’을 만들었다”며 “당시 손 대표는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강원도 인제서 출마했던 것처럼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함께 승리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 입당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최근에는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국내에 복귀한 반기문 전 총장도 손 전 대표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지난 23일 반 전 총장 측 이상일 전 의원은 “손학규 전 대표가 추구하시는 여러 지향점이 반 전 총장과 같은 점이 꽤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분이 만났을 때 허심탄회하게 우리 정치문제, 사회문제에 대해 얘기 나누실 거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의 구애 속에 손 전 대표는 독자세력화를 천명하면서 몸값 올리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연대엔 선을 그으면서 ‘국민의당 입당’과 ‘제3지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선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입당할 경우 안 전 대표와의 경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에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표 확장성을 늘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합류는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의 룰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킹메이커가 아닌 킹을 노리는 손 전 대표 입장에선 국민의당 합류로 안철수 킹메이커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거부한 뒤 어떤 스탠스를 취하게 될까. 정가는 ‘김종인·손학규·정운찬’ 3자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구축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우선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비문(비 문재인)계의 수장으로 친문패권주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회의 대표적 개헌론자로서 손 전 대표와 뜻이 맞다는 점도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을 높인다. 외곽서 몸을 풀던 정운찬 전 총리의 가세도 제3지대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지난 19일 정 전 총리는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라는 저서 출판기념회서 “대한민국을 동반성장국가로 만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모든 준비를 끝냈다. 부족하지만 제가 앞장서겠다”고 말해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동반성장’이라는 기존정책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기존 세력과의 연대가능성을 열어두고 제3지대 합류 가능성도 점쳐진다.

3지대가 답?

정가는 손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손을 잡을 경우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 전 대표가 독자세력화에 나선 만큼 제3지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가 본 트럼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 “우리가 대단히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공식 초청받아 지난 19일 출국했던 손 전 대표는 지난 22일 귀국했다. 그는 주권회의 창립대회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 보호무역주의 메시지가 워낙 강했다”고 평했다.

“소름 끼쳤다”

그는 “아시아 사람들도 거의 우리만 있었고 몇 사람 없었다”면서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자국 중심주의로 똘똘 뭉칠 것으로 보느냐’는 손 전 대표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세계화의 물결은 어느새 자국보호주의로 대체되고 있다. 한미동맹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한미 간의 무역마찰이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내외적으로 절벽에 갇힌 꼴이 됐다”고 진단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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