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폭력조직 결탁설’ 소문과 진실

2017.01.17 08:54:31 호수 1097호

박근혜-박근령 자매 싸움, 조폭이 정리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논란의 중심인 ‘박근혜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 육영재단과 얽힌 사건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 사건에 조폭들이 수시로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얼마 전 공개된 육영재단 사건의 동영상에서도 그 정황을 찾을 수 있다. <일요시사>에서 그들의 수상한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1990년 육영재단 소유권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및 박근령씨(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낼 만큼 ‘박 대통령 삼남매’는 한창 다툼이 심했다. 당시 육영재단에선 최태민 일가의 전횡이 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빌미로 근령씨는 분쟁 끝에 당시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밀어내고 차기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사장 쟁탈전
조폭 대거 동원

육영재단은 부동산만 4조원 가치(2016년 시가 기준)를 지니고 있는 대형 재단으로 임대 수익사업으로 꽤 많은 돈을 벌고 있었으나 재단 운영이 비리투성이였던 탓에 수익금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박 대통령이 이사장 자리서 물러나고 근령씨가 취임한 후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특히 2007년부터는 그간 힘을 합쳤던 근령씨와 박지만 회장이 갈라섰다.

원인은 바로 박 대통령의 제부 신동욱 공화당 총재 때문. 신 총재는 14살 연상의 근령씨와 2007년 2월 약혼했다. 이때부터 박 회장은 매형 될 사람이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독점할 것을 두려워하면서 근령-동욱 커플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갈등이 심화되자 양측에선 조직폭력배와 불법 용역회사 등을 동원한 폭력사태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급기야 2007년 11월28일에는 양측에서 200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폭력 사태가 터졌다. 이때 한센병 환자를 동원한 박 회장은 당시 이사장이던 작은누나와 가까운 사람을 모조리 내쫓고 육영재단을 장악한다. 근령씨 측에서도 육영재단을 재탈환하기 위해 조폭들을 동원했다. 이런 악순환은 한 달 가까이 지속됐고 서로 뺏고 빼앗기는 혈투 과정서 사제폭탄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조 달하는 재단 재산 두고 혈투
전국구 조직과 수상한 관계 포착

한 매체에선 육영재단 폭력사태의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해서 보도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는 5촌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인 고 박용철씨도 등장한다. 근령씨 측의 사무실, 복도, 정문서 촬영된 영상에서 박용철씨는 “이XX 놔둬. 30분 있으면 한센인들 오니까 맞아 죽도록 놔둬!”라고 폭력배들에게 지시한다. 이 동영상은 한센인들이 계획적으로 폭력사태에 동원됐다는 움직일 수 없는 핵심 증거다.

박용철씨는 근령씨 측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생활원 애들은 빠져라. 나 영등포다. 빠져라. 경고했다. 빠져라 애기들. 다 빠져있어라”라며 위협하기도 한다.

육영재단을 강탈하기 위해 한센인과 조직폭력배가 폭력사태를 벌였을 당시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버스가 동원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폭력사태는 박 회장이 육영재단의 이사장이었던 근령씨를 끌어내리기 위해 조폭들을 동원하면서 벌어진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박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 폭력사태 당시 육영재단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버스가 육영재단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봤다”고 털어놨다.

신동욱 떼어놓자
청부살인 의혹

당시 폭력사건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A씨는 “육영재단 폭력사태는 박지만 등의 개인적인 욕심이 빚은 사건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치적 목적에서 계획된 폭력사건”이라고 증언했다. 수조원에 달하는 육영재단의 부지도 폭력사태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육영재단 주변서 나오고 있다.

동영상에도 등장하는 박용철씨는 육영재단 폭력사건 당시 박지만의 최측근으로서 폭력 사태를 주도한 바 있는 인물이다.

용철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형 박무희씨의 손자이자 국제전기기업 대표인 박재석씨의 아들로 태어났다. 즉 박근혜, 박근령, 박지만 삼남매에게는 5촌 조카가 된다. 그는 결혼 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기 때문에 사망 당시 국적은 캐나다였다.
 


용철씨는 2007년 귀국, 당시 17대 대선의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박 대통령의 경호원 역할을 했다. 이때 박 회장과도 손을 잡고 육영재단 문제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07년 7월 용철씨는 박근혜 캠프서 중국 재경부장관을 만난다는 이유로 신 총재와 중국 칭다오에 함께 갔다. 그런데 칭다오에서의 첫날 밤, 신 총재가 자기 신변이 위험하다면서 건물서 뛰어내려 골절상을 입고 중국 공안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일로 중국 삼합회와의 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서 구사일생으로 귀국한 신 총재는 2년 반 뒤인 2010년 2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박지만이 박용철을 시켜 나를 살해하려 했다. 육영재단 강탈사건서 박지만은 허수아비 역할이었고 배후는 박근혜의 주변 사람들이다”라는 주장을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이 게시글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자 홈페이지 주인이던 박 대통령은 신 총재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육영재단의 폭력사건에 관여했던 관계자 B씨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신 총재가 표를 깎아 먹는다고 판단한 박 회장과 참모 진영서 “신동욱을 없애는 게 낫다”고 판단해 신 총재를 미얀마서 총기로 살해할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중량급 의원 다수가 폭력사태와 연루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7인 회의’
치밀한 계획

그는 육영재단 찬탈을 기획한 이른바 ‘7인 회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가 밝힌 7인 회의에는 박 회장 비서실장인 정용희씨, 임두성 한빛재단 회장이 포함됐다.

또 용철씨 등 박 대통령 5촌 조카 2명과 L씨 등 폭력배 2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육영재단 폭력사태 전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서 모임을 갖고 근령씨를 축출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7인회 회의서 “고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회관에 심어 놓은 나무를 신동욱씨가 벤 것을 문제 삼아 한센인들을 동원하기로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임두성 한빛복지협회(전국 한센인들의 모임) 회장도 주목되는 인물이다. 임 회장은 육영재단 폭력사태에 한센인 100여명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많은 폭력전과에도 불구하고 18대 총선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아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의 개국공신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 과정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용철씨는 육영재단 폭력사태를 주도한 인물이지만 이후 재단 운영서 배제되면서 박 대통령과 박 회장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신동욱을 중국서 죽이라고 박 회장이 이야기한 내용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법정서 공개하겠다”며 정윤회씨와 박 회장 측에 거액을 요구하던 중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도한 5촌 조카 주검으로
신동욱도 중국서 살해 위협

박씨가 이들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은 육영재단을 둘러싼 각종 불법과 폭력사태의 정점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있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용철씨의 녹음 파일의 존재에 대해 증언하겠다는 제보자 C씨를 만난다. C씨는 용철씨가 수하로 중국 조선족 두 명을 데리고 있었다고 했다. 용철씨는 죽기 전 조선족 여자에게 노트북과 핸드폰을 보관하고 있으라며 맡겼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녹취 파일에는 청량리 조직폭력배 이 아무개씨의 이름도 나온다고 한다. 이에 용철씨의 죽음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용철씨의 시신에 남은 찔린 상처는 매우 특이하다. ‘ㄱ’자 모양, ‘V’자 모양의 찔린 상처가 여러 개다. 법의학과 교수는 찌른 곳을 연속으로 찔렀거나 찌른 후 손목을 비틀거나 방향을 바꾼 경우라고 말했다. 소위 칼잡이들의 수법인 것이다.

C씨의 주장 속에는 박 대통령의 이름도 나오며, 청량리 조폭도 언급된다.

당시 대통령 후보와 조폭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이 기묘한 사실은 그래서 더 섬뜩하다. 숨진 용철씨의 찔린 상처로 봤을 때 조폭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증거들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C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용철씨와 가까웠던 조폭 황모씨는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라면을 먹다 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용철씨의 주변에는 조폭들이 있었고 그의 최측근 중 하나가 제보자에게 그를 죽이라고 한다는 주장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형을 죽이란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용철씨를 죽이라고 지시한 자가 있다는 증언이다. 제보자에게 사건 전 발언을 했던 인물도 사라졌다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9일, 신 총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육영재단을 사이에 두고 ‘조폭설’의 진상이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팀은 신 총재를 상대로 육영재단의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해 확인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근 정례 브리핑서 “신동욱씨 관련해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 것 같다”며 “신씨가 오늘 다른 부분을 진술할 수 있지만 현재 특검에서 확인하려는 부분은 육영재단 재산 형성 관련 의혹에 한정된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최씨 일가의 전반적인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이 나섰다
들춰지는 사건

이 특검보는 “생각보다 상당히 양이 많다. 어느 정도 부분은 진행되고 있고 인력이 필요하면 보강해서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원서 일부 자료를 받았다. 자료 확인 후 소기의 성과가 나오면 일률적으로 알려드리겠다. 현재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말 최씨 관련자 약 40명에 대한 재산 내역 조회를 금감원에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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