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이 최경환 노리는 진짜 이유

2017.01.16 09:41:05 호수 1097호

1조2000억에 닿은 정권실세 입김 '후~욱'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에서 바짝 엎드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KB금융지주다. 현재 현대증권 고가 인수와 관련해 특검에 고발된 상태. 이 인수전서 정권 실세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인수전에 개입한 정권실세로 최경환과 최순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의 현대증권 1조2000억원 고가 인수 의혹 핵심은 이것이다.

복수의 재계·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였던 당시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를 막았으며, 현대증권을 고가로 인수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현대그룹 A 회장은 현대상선의 자구책을 마련했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이르게 됐다.

당시 경제부총리
‘큰 그림’ 누가?

그렇다면 왜 최 의원은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전을 막았으며, 어떻게 현대상선은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시계를 2015년으로 되돌려보자. KB금융은 그동안 대형 증권사 인수에 총력을 쏟았다. 대형 금융사지만 그에 걸맞은 증권사를 갖지 못해서다. 대형 증권사들이 M&A시장에 나올 때마다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KB금융이 대형 증권사를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한다면 자기자본 5조원대의 업계 1위 증권사를 거느리게 되는 셈이다. 전체 자산서도 KB금융은 신한금융을 앞지르게 된다. 한 마디로 KB금융의 대형 증권사 인수는 숙원사업이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2015년 10월 산업은행 계열사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올 당시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었다.
 

그 일환으로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최 의원과 동문인 대구고 출신 증권맨을 대거 영입했다. 최 의원과 대구고 동기인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을 KB금융데이터시스템 사장으로 영입, 대구고 출신인 전병조 대우증권 전무를 KB증권 부사장으로 영입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KB금융은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기 직전부터 김앤장과 안진회계법인 등으로 인수자문단까지 꾸렸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고가 인수 의혹
배경에 정권 차원 개입?

한 마디로 대우증권 인수 의지가 확실했다는 것.

대부분 증권가에선 KB금융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점쳤다. 하지만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했다. 당시 매각 입찰에 참여한 3곳 중 가장 낮은 가격(KB금융-2조1000억원 미래에셋증권-2조4500억원, 한국투자증권-2조2000억원)에 응찰해 인수전이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증권가에선 인수 후보자 중 가장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KB금융의 배팅이 시장 예상에 한참 못미쳐 의아해했다.

그런데 KB금융의 낮은 입찰가 배후에 최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인수전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부총리였던 최 의원이 재작년 12월 즈음에 산업은행 관계자를 만나 ‘KB금융이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라’라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증언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사정기관 관계자 역시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전서 정권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외에도 <일요시사>가 입수한 투기자본센터의 고발장에 따르면, 최 의원이 “KB금융은 다음 기회를 갖도록 하라”고 적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KB금융이 의도적으로 낮은 입찰가를 제시했다는 의견도 다분하다.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최 의원은 ‘경제대통령’이자 친박 실세로 무소불위 권력이었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중진공 보좌관 채용 외압 등이 현재 최 의원이 받고 있는 비리 의혹이다. 여기에 KB금융 대우증권 인수전 개입 의혹까지 추가됐다.


다른 인수전도
그들의 그림자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최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최 의원 측 보좌관은 “그것(의혹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의원님은 현재 연락이 두절돼 전달해드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최 의원은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를 방해했을까. 여기서부터는 최씨와 현대그룹 A 회장이 등장한다. 먼저 A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모회사(지분 22.43%)다.

몇 년 전부터 조선, 해운업 불황으로 해운사들이 극심한 위기를 맞았다. 현대상선도 마찬가지였다. 자구책 일환으로 A 회장은 현대증권 매각을 결정했다. 2015년 6월, 일본계 PE인 오릭스가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무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2015년 10월28일에는 현대상선을 한진해운과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 회장은 이를 거부했지만 자칫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온 현대그룹 핵심기업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 따라서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현대증권을 적극적으로 인수할 의향이 있는 기업이 필요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2월, 자구계획으로 현대증권 지분 매각을 재결의했다. 이에 최 의원의 압력으로 대우증권 인수전에 실패한 의혹이 있는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4월 KB금융은 현대증권을 1조2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현대상선과 체결했다.

문제는 2015년 오릭스와 협상 당시 매각가가 65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매각가가 두 배나 뛴 셈이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당시 오릭스 매각이 무산된 것도 6500억원이 비싸서다. 그런데 KB금융이 1조2500억원이나 제시한 것은 납득이 안 됐다”고 이구동성했다. 이 때문에 당시 금융권 안팎에선 현대증권 고가 매각 의혹이 일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대증권 입찰 후 차순위 입찰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2위 입찰자 한국투자증권이 1조1000억원을 발표했다”며 “이것도 KB금융이 비싸게 입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물타기'란 소문도 무성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리스크도 산적했다. 증권가에선 현재 검찰서 수사 중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PF 부실 대출과 홍콩의 부실 해외법인 등의 실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11월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서 야당 의원들은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A 회장과 최씨의 인맥은 얽히고설켜 있다.

먼저 A 회장은 이화여대 이사다. 최씨와 국정 농단 의혹이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장모 김장자씨가 다니던 이화여대 최고경영자과정인 알프스도 수료했다. 우 전 수석은 변호사 시절 현대그룹 비자금을 관리한 의혹이 제기된 ISMG코리아 B 대표의 횡령사건 변호를 맡기도 했다.

또 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때 현대증권 사외이사(2008년 10월~2011년 12월)로 일했다. 현재 현대증권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취임한 최모씨 역시 안 전 수석과 가깝다. 두 사람은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성균관대 동문이다. 같은 시기에 성균관대 교수로 재임한 인연까지 있다.

하지만 A 회장은 최순실에 대해 “한 번도 본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어쨌든 KB금융이 현대증권을 고가 인수한 덕분에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를 면하게 됐다. 반면 최씨와 악연이 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면치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씨의 요구를 거절한 조 회장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저기…
안 엮인 데 없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구조조정 초기만 해도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을 보다 높게 점쳤다. 두 회사 모두 유동성 문제가 심각했으나 선대 규모나 해운업계서의 입지 등 면에서 한진해운이 우위를 보여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펴낸 보고서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중 하나를 살린다면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상황이 급변하면서 한진해운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고가에 매각하면서 재기 카드를 쥐었다. 비슷한 시기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1조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현대상선과 달리 처분할만한 자산도 마땅치 않았다.

현대상선은 6월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한 데 이어 해운동맹 가입 사전단계인 공동운항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자율협약 조건을 모두 이행했다. 한진해운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자구안을 마련한 뒤 정부에 3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결국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순실에 밉보인 한진해운
“어려워지더니 결국 망하더라”

당시 조 회장이 최씨의 민원을 거절했기 때문에 보복당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노조위원장은 “한진해운이 좌초하게 된 배경에 보이지 않는 모종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회장이 최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의 눈길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조 회장이 매출액과 비교해 적은 10억원을 미르재단에 냈는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게 된 것도 돈을 조금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순위가 한진그룹보다 낮은 LS(15억원), CJ(13억원), 두산(11억원)보다 적은 금액을 내는 바람에 최씨에게 밉보였다는 것이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팀서도 이와 관련된 사항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달 30일, 시민단체 투기자본센터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책임을 물어 박 대통령과 최씨 등을 특검팀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는 “특검팀에선 현재 들어오는 모든 제보를 검토하고 있다”며 “수사가 빠듯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얽히고 설킨
정치인과 기업인

KB금융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전에 외부의 압력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다 이사회서 결의한 것이다. 현재 이사진들 중에선 외부 입김으로 움직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윤경은 KB증권 대표(당시 현대증권 대표)를 고발했지만 사건은 각하 처분됐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ISMG B 대표 특검수사 관전 포인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뇌물죄 입증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이를 입증할 주요 연결고리로 '현대그룹 비선실세'로 불렸던 ISMG B 대표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미국 위슨콘신대 동문, 황씨 아들은 장시호씨로부터 승마 상담을 받은 연결고리도 있다.

B 대표는 ‘현대그룹 비선실세’라 불렸던 인물이다. 현대그룹의 주요 결정을 막후에서 좌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B 대표는 2014년 1월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돼 기소됐는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이 사건을 몰래 변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은 당시 변호사였던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내정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이 비서관 내정 이후에 사건 무마를 조건으로 수임료를 되돌려 주지 않았다면 뇌물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특검은 황 전 대표 재판 관계자들과 접촉해 관련자료를 요구하는 등 사전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은 이와 함께 B 대표가 최순실씨를 배경 삼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인수합병 과정에 개입했다는 첩보도 입수해 진위를 파악 중이다. <창>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