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촛불과 맞불 집회, 이제 그만!

2017.01.10 10:23:38 호수 1096호

며칠 전 주말에 아내와 결혼한 지 29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여행사를 통해 강릉에 있는 정동심곡 바다 부채길을 다녀왔다. 사실 필자는 그런 길이 있는 줄 몰랐는데, 그곳을 가는 내내 아내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동진서 심곡항까지 과거 군사지역으로 통제됐던 지역인데 최근 그곳을 개방하면서 그 구간에 산책할 수 있는 길을 놓았고 그야말로 바다와 혼연일체 될 수 있는 멋진 장소라고 극구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당연히 구미가 당겼고 오랜만에 아내와 호젓하게 손잡고 바다를 끼고 데이트도 하며 아내가 좋아하는 사진도 원 없이 찍어줘야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지니고 정동진에 도착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를 챙기고 아내의 손을 잡았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저만치 펼쳐진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부푼 마음으로 산책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육두문자와 함께 아내의 손을 놔야했다.

본격적으로 산책로에 들어서자 두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이로 길이 이어졌는데, 반대편 쪽, 즉 심곡항 쪽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어느 지점은 두 사람은 고사하고 남성 기준으로 한 사람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간격이 협소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사진 찍는 일은 고사하고 아내와 손잡는 일조차 불가능했다. 또한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안면몰수하고 사진 찍어대는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아주머니들, 죽어도 손을 잡고 가는 철없는 젊은 커플 등….


산책로가 아니라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사람에 치이는 걸 유난히 싫어하는 필자가 앞서 가면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아내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고 있었다.

한껏 기대를 했고 또 그래서 제 서방에게 극구 칭찬을 아끼지 않은 데에 따른 미안함이란 것을 즉각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 아내를 구해주고자 일시적으로 여유 있는 공간에서 아내의 손을 잠시 잡아주고는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그러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보,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혹시 뭐.”

“이 길은 애초에 일방통행으로 만들어진 거 같아서….”

“당신 말이 맞아. 이 산책로는 애초에 일방통행용으로 만들어진 게야. 그런데 막상 만들어 놓고 보니 이 미친 인간들이 상권 때문에 일을 이리 만들어 놓은 게야.”

아내가 더 이야기해보라는 듯 주시했다.

“정동진과 심곡항 이 두 지역이 그 알량한 돈 때문에 싸움이 벌어진 게고 또 그 싸움에 행정기관은 속수무책으로 처신한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게야.”

필자의 마무리 발언에 아내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뒤죽박죽 되어버린 정동심곡 바다 부채길, 대한민국서 별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아직도 멈추지 않고 주말마다 진행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 그리고 탄핵을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바라보면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인다.

아마도 헌재 심판관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탄핵을 인용 내지는 그리 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참으로 주제 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여행사 직원의 이야기를 전한다.

“집회 때문에 여행사가 죽을 지경이에요. 이제 집회 그만하고 여행도 좀 다녔으면 좋겠어요.”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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