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1등’ 현대백화점 비결

2017.01.02 11:12:49 호수 1095호

1년 절치부심 열매는 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3차 면세점 대전의 승자가 가려졌다. 지난달 17일, 서울 시내 면세점 대기업 군 특허권 심사에서 현대백화점과 롯데면세점, 신세계DF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현대백화점은 종합점수 1위로 면세점 특허권을 거머쥐면서 2015년 이후 1년5개월 만에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7월, 이른바 1차 면세점 대전서 고배를 마신 아픈 기억이 있다. 그것도 심사에 참여한 7개 대기업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꼴찌’를 기록, 치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현대백화점은 그해 11월 입찰전을 건너뛰고 1년을 절치부심한 끝에 1위로 뛰어올랐다. 현대백화점이 재도전 끝에 면세점 시장에 입성하면서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칼 갈았다

이번 면세점 대전에는 사업자로 선정된 3곳과 HDC신라, SK네트웍스 등 5개사가 참여했다. 관세청은 5개사의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 결과를 심사했다. 5개사 모두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해 사업 비전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에 응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관세청의 평가기준은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지속가능성·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 5가지로 1000점 만점이다.

지난 심사 때와는 달리 후보 업체들의 점수가 처음으로 공개된 이번 심사에서 현대백화점은 총점 801.5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롯데면세점(800.10점), 신세계DF(769.60점)가 뒤를 이었다.


항목별 세부점수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보세화물관리 시설의 적정성(46.67점), 사업의 지속가능성(113.00점), 중소기업 지원방안의 적정성(74.11점), 경제 사회발전 기여도(59.00점) 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140.88점)에 조금 뒤졌지만 재무건전성 및 투자규모의 적정성 항목서도 136.33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차서 꼴찌 고배…재수 끝에 수석 입성
사업지속성·재무건전성 높은 점수 받아

현대백화점은 1년 동안 면세점 특허심사 기준에 부합할 만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현대백화점이 다른 2곳과 비교했을 때 가장 압도한 항목은 사업의 지속가능성 부문이다. 이는 모기업의 유통 노하우와 탄탄한 재무건전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사가 진행되기 전부터 현대백화점은 입찰에 참가한 5개사 중 재무건전성 평가서 가장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자기자본 비율, 유동비율,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등 4가지 조사 항목 중 3개 항목서 1위를 기록하며 타 업체를 압도했다. 180점으로 배점이 가장 높은 재무건전성 부문서 신세계DF(84.71점)를 크게 압도한 것이 종합 1위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150점이 배점된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 항목서도 현대백화점은 133.11점으로 롯데면세점과 신세계DF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부적으로 중소기업 지원방안의 적정성(80점)서 74.11점, 경제·사회발전 기여도(70점)서 59.00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사업자 선정 발표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총 500억원 규모의 사회 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10월에는 강남돌 테마파크 조성, 한류스타 거리 확장, ‘한류스타 슈퍼 콘서트(가칭)’ 개최 등 300억원 규모의 관광 인프라 개발 계획을 알렸다. 여기에 지역문화 육성과 소외계층 지원에 200억원을 추가로 내놓다는 지원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500억원은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을 운영하면서 향후 5년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의 20%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의 공격적인 지원 계획은 공헌도 항목서 높은 점수로 치환됐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상생방안도 심사위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10월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전체 매장 면적에 41.1%에 해당하는 4482㎡(약1358평)에 국산품 매장을 구성해 국내 브랜드의 판로 확대 및 판매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면세점 운영 5년차에는 이 비율을 더 높여 50%를 국산품 판매 공간으로 꾸리기로 했다. 또 중소·중견기업 매장을 에스컬레이터 주변이나 벽면 매장 등 면세점 내에서 매출 효율이 좋은 자리에 우선 배치하고 판매 실적과 상관없이 2년 이상 매장 유지 기간을 보장, 지속가능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보세화물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일찌감치 시스템 전반을 준비했다. 면세점 통합IT 시스템업체인 도시바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보안시설 및 인력과 보세화물관리 관련 전문 업체와 잇따라 양해각서를 맺었다. 그 결과 보세화물관리의 안정성과 적정성 항목(170점)에서 신세계DF(158.44점)에 이어 156.23점을 얻었다.

정지선의 공격경영 큰 역할
초대형 럭셔리 면세점 포부

K뷰티와 K패션, K푸드 등 4가지 테마를 기본으로 한 한류체험 공간 방안을 포함, 면세점 인근 코엑스 일대가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 랜드마크이자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항목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1년 반 만에 업계 평가가 바뀐 이유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첫손에 꼽힌다. 현대백화점의 특허 획득은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4월 관세청의 면세점 추가 특허 계획 발표 이후 계획서와 준비 상황을 직접 챙기는 등 임직원들을 끊임없이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또 지난해 11월 말 면세사업의 총책임자인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사장을 현대백화점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을 단행,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부회장은 심사 직전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서 발표자로 나섰고, 특허권 획득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사업 성공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 회장은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직후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면세점을 구현해 시장에 활력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촉발시켜 면세점 서비스 품질 제고를 통한 관광객의 편의 증진 등 국내 면세점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장이 팍팍


특허를 따낸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백화점이 지닌 ‘초대형 럭셔리’ 개념을 면세점에 접목, 차별화된 고급면세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그의 장기인 ‘공격경영’이 면세점 사업에도 적용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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