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에서 ‘연습벌레’로 거듭난 우지원<매력탐구>

2008.10.28 11:32:03 호수 0호

울산 모비스 소속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35·모비스)이 변했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프로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그가 ‘연습벌레’로 탈바꿈한 것이다. 실제 그는 이번 일본 도쿄 전지훈련지에서 가장 먼저 몸을 풀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슈팅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모비스 전지훈련장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우지원은 연습 내내 즐거움을 표출하고 있다. ‘경쟁의 즐거움을 배워가는 중’이란 게 그의 말이다. “올 시즌 슛은 자신 있다”고 말하는 우지원의 매력을 좇아봤다.

 “경쟁을 통해 주전과 우승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의 닉네임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코트의 마당쇠’로 변신했다. 팀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애칭도 있다. ‘된장’이 그것이다. 곱상한 외모를 보면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된장같이 진득하고 구수한 성격을 지닌 것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비스의 이번 주전 경쟁은 치열하다. 우지원은 그 속에서 10년 이상 어린 후배들과 주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만년스타로서 누구보다 화려했던 그가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은 팬들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우지원이 바뀐 것은 지난 대회 우승을 경험했을 때부터다. 당시 그의 입장에선 프로 10년 만에 첫 우승을 한 것. ‘그동안 내가 무척 나태했다’고 진단한 그는 팀과 자신이 강해진 것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아픔도 겪었다. 유재학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팀 내에서 경쟁이 시작된 당시 그는 무척 힘든 시절을 보냈다. 항상 당연하게 생각했던 주전이란 자리를 잃어버린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벤치에 앉아있을 땐 불안감이 팽배했다. 교체되어 들어가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곤 했다. 자신이 대적하고 있는 것이 상대 팀뿐만 아니라 한솥밥을 먹고 있는 동료들이란 생각에 생소함을 느꼈다.
이후 우지원은 현재 코트 위에선 선배도 후배도 없고, 만년스타도 후보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력이 좋은 선수만 있을 뿐이란 얘기다. 경쟁이 자기 자신은 물론 팀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란 판단이다.



“코트 위에선 선·후배도 없고, 만년스타도 후보도 없다”
가장 먼저 몸 풀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슈팅연습 삼매경
    

사실 우지원이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연세대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농구대잔치에서 최강팀 실업 기아전에서 과감한 3점포로 연세대의 공격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물론 설움도 있었다. 경복고 시절 동기인 전희철 SK 2군 코치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노력의 결실로 ‘코트의 황태자’로 군림한 것이다. 그러면 우지원의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농구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인간승리의 주인공’인 것을 주저 없이 꼽는다. 장애를 강점으로 승화시키며 만년스타로 자리매김 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우지원의 오른팔은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초등학교 시절 교통사고의 후유증 때문이다.
당시 그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자동차와 부딪혔다. 그때 오른팔에 실금이 가면서 휘어져 버렸다. 문제는 바로 치료를 하지 않아 후유증으로 연결된 것. 실금이 가서 제대로 상처 치료를 하지 못하고 연습에 임한 게 화근이 됐다.정확한 3점포를 자랑하는 그의 슛폼이 정석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도 이 후유증에 기인한다. 오른팔을 곧게 뻗었지만 똑바로 릴리즈가 되지 않고 오른쪽으로 휘어지게 만들어져 버렸다. 완벽하게 나은 다음에 볼을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결국 그는 독특한 슛폼을 교정했다. 오른팔의 각도를 정상보다 오른쪽으로 더 벌리는 게 그것이다. 릴리즈를 할 때 볼이 왼쪽으로 휘지 않고 똑바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우지원의 부단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애를 강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렸다. 일례로 서울 삼선중학교를 다닐 당시 먼지를 마시며 흙바닥 코트에서 매일 7백~8백개의 슛을 던졌다고.
뿐만 아니다. 연습장 등불이 꺼질 때까지 코트에 남아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한 때는 연습량을 늘려 매일 1천개의 슛을 던지기도 했다. 연습이 충분하니까 언제 어디에서도 슛을 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셈이다.
현재 우지원은 이번 시즌에서 남다른 각오를 보이고 있다. 해결사 역할을 부여받은 탓이다. 그는 “올 시즌 모비스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주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중요한 순간에 해결을 많이 하고 싶다”면서 팀의 공헌에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많은 팬들 역시 올시즌 우지원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가 팀의 새로운 해결사로서 고비 때마다 외곽포를 가동하는 역할을 소화해 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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