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반기문 양자대결 시나리오

2016.12.19 11:02:32 호수 1093호

헌재 결정이 둘 명운 가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 거취문제가 헌재로 넘어갔다. 자연스럽게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지율 상위권을 다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 정국에 본격적으로 대선레이스에 뛰어든 두 잠룡의 양자대결 구도를 살펴봤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12월 1주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의 지지율은 23.1%로 18.8%를 차지한 반기문 총장을 따돌리고 6주 연속 1위를 수성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시 즉각 퇴진’을 선언하는 등 선명성 경쟁에 뛰어든 문 전 대표는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올해 말로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총선 이후 줄곧 지지율 1위를 지키다가 최순실 파문이 터진 이후 2위로 내려앉았다.

대세 vs 대망
대권 행보 착착

지난 15일, 문 전 대표는 외신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조기대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누가 (후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는 확실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월 말에서 3월 초에 헌법재판소 결정이 예상되고 4, 5월에는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표는 현 시국을 정권교체의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미 지난 대선을 통해 검증을 통과한 문 전 대표와 아울러 중도·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반 총장의 양자대결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회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조기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초 여야를 대표했던 두 잠룡들의 대선 암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도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1차포럼’ 기조연설서 각종 거대 담론을 제시하며 대선 보폭을 넓혔다. 그는 “광장의 촛불은 구시대의 대청소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외치고 있고, 이제 정치가 길을 제시할 때”라며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비전으로 공정·책임·협력국가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민국은 불평등, 불공정, 부정부패 등 ‘3불’과 결별해야 한다”며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거대 담론을 제시한 그의 발언은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를 통해 대권 행보 수순을 밟고 있다면 반 총장은 신당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국내 복귀와 동시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은 반 총장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신당을 꾸려 반 총장을 추대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반 총장께서 귀국해 판단하고 밝힐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최근 새누리당 분열과 반 총장을 향한 비박계·제3지대 등 러브콜에 “반 총장이 귀국 후 어디로 간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오히려 총장님 쪽으로 모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독자세력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반 총장은 귀국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조기대선
누가 유리하나

만약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양자대결 구도로 대선판이 조성될 경우, 조기대선 시기에 따라 두 사람의 이해관계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헌재 탄핵심판은 63일이 걸렸다. 최장 180일이 소요되는 탄핵심판에 3분의1 기간만 사용한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노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한 기간 안에 가결로 종결된다면 내년 2월 중으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헌법규정에 따라 대선은 4월 말경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4월에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문 전 대표와 반 총장 양자구도서 누가 승자가 될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4월 대선이 치러질 경우, 문 전 대표의 야권통합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야권의 한 축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 완주를 의지가 강해 야권통합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크호스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탈당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현재 이 시장은 더민주 당내 경선룰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경선룰은 당내 친문(친 문재인)계의 힘을 받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월27일 전당대회를 통해 더민주 내 친문계의 힘을 확인된 바 있다.

문, 정권교체 자신 “4∼5월 대선 예상”
야권 통합 딜레마…이재명 변수 어떻게?

현재 15% 이상의 지지율로 반 총장을 바짝 뒤쫓고 있는 이 시장의 탈당은 문 전 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장과 안 전 대표를 축으로 한 야권 표 분산은 문 전 대표의 대권행을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4월 대선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장을 제외한 야권 잠룡들이 저조한 지지율로 전면서 세몰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당 사태로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에 굵직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도 청신호다.

지난 대선을 통해 대선후보로서 검증을 마친 점도 더 이상 지지율이 깎일 여지를 줄여준다. 물론, 가장 큰 호재는 현재의 시국이다. 박근혜정부의 실정으로 민심은 이반됐고, 새누리당은 분당 사태에 직면했다. 현 정부에 대한 반사이익을 충분히 노려봄직하다.

내년 4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반 총장도 시기상으로는 문 전 대표와 한판승부를 벌여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반 총장은 최순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2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반 총장의 약점은 수십 년간의 행정경험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 경험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국내 정치나 경제 문제를 해결할지는 검증이 안 된 분”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2월에 탄핵심판이 가결되고 4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은 허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틈을 노리고 반 총장이 중도·보수층 세 결집에 나선다면 불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검증 딜레마
세 확장 변수


4월 대선 이후로 거론되는 대선 시기는 8월이다. 헌재가 내년 6월 중으로 탄핵 결론을 내리고 나면 8월 중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은 최장 180일 즉 6개월이다. 63일이 걸렸던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다르게 박 대통의 경우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 수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헌재가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을 받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헌재가 직접 증인 심문과 증거를 조사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한 심리 진행도 어렵다. 박 대통령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헌재가 조속한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만약 탄핵심판이 길어져 8월 대선이 확정되면 이는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승부에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문 전 대표의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야권세력이 규합해 세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재명 시장처럼 갑작스럽게 치고 나오는 대선주자가 등장하면 문 전 대표가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부진했던 안 전 대표가 힘을 받고 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리베이트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서 물러났다. 최순실 파문이 터진 뒤에는 전면에 나서면서 탄핵정국을 주도했지만 지지율은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와 연대를 바라는 세력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안 전 대표가 지지율 정체 국면을 헤치고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8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안 전 대표가 지지율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4월 조기대선, 검증 없이 가면 된다
8월 변수…문 대세론 언제까지 가나

안 전 대표가 대선레이스를 완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 전 대표의 상승은 문 전 대표에게 달갑지 않다. 만약 8월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반 총장에게는 어떻게 작용할까.

우선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정치권에 검증할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줄곧 야권 잠룡들은 반 총장을 정치권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런 점에서 반 총장이 신당 창당을 본격화 하고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권의 반 총장 ‘검증론’이 정치권을 휘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증과정서 부정적 요인이 나타나면 그의 현재 지지율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 과정서 반 총장이 정치권의 공세를 견뎌낼 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공격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 흠집 없이 대선가도를 달리던 반 총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반 총장이 세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반 총장은 반사모, 반딧불이 등 정치권 외곽의 지원을 받아왔다.

친박계에선 한때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라는 구도를 만들어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며 정권 재창출을 노렸지만 친박계는 현재 ‘폐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반 총장도 친박계와 빠르게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내홍을 수습하고 반 총장이 충분한 시간을 바탕으로 여·야 정치인들과의 연대를 펼치면 세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개헌론이 대선판에 분수령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개헌론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는 때가 아니다’ 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도 개헌을 공약했고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정국이 끝나고 안정된 상황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일부 정치권에 의한 개헌이 아니라 시민,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개헌 분수령
문재인 압박용?

이렇듯 문 전 대표는 개헌론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지율 1위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문 전 대표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스스로 걷어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야권 잠룡들이 개헌을 고리로 문 전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가 개헌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반 총장은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서 내년 1월 귀국이 예상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야 잠룡들이 꺼내든 개헌에 동조하는 입장을 피력할 경우 대선판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책사 윤여준이 본 문재인·반기문
“둘 다 약하다”

윤여준 전 장관은 지난 9일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그 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나타난 모습은 중심이 너무 약하지 않나. 그리고 도대체 이 시대적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자기가 말할 때 보면 시대교체도 얘기하고 그러는데 자기가 생각하는 미래 시대는 어떤 시대를 얘기한 적은 없다”고 철학과 소신이 없다는 평과를 내놨다.

“문, 철학과 소신이 없다”
“반, 외교관으론 좋은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인품 참 좋고 외교관으로 유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봤을 때 직업 외교관에게 국가를 맡길 순 없다는 생각이다”며 “대통령이란 자리는 당사자중에도 최고의 당사자인데 외교관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이런 시기에 국가 통치자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반기문 지지모임은 지금…
‘반딧불이’ 세 결집 나선다

반기문 총장 팬클럽으로 알려진 ‘반딧불이’가 본격적으로 조직 구축에 나섰다. 반딧불이는 내년 1월10일 반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교수, 변호사,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글로벌시민포럼’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50여 개 단체가 연대해 1000명 규모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글로벌시민포럼 출범 앞둬
귀국전 전국 광역본부 창립

반딧불이 김성회 회장은 “오피니언리더 중심으로 운영하고 명망가들도 참여할 것”이라며 “반 총장 귀국 전까지 반딧불이 회원 5500명을 바탕으로 전국에 광역본부도 창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딧불이는 또 반 총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임덕규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반사모)’ 회장과 오장섭 전 충청향우회 총재를 고문으로 위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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