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정부 입김 앞 촛불’?

2011.03.29 11:58:58 호수 0호

<연속기획>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리더십 집중점검


이팔성 회장 연임에 성공…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 
큰 과제인 민영화, 정권말 추진동력 제한에 차질 우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다시 왕좌에 앉았다. 정부 소유기업 CEO 중 첫 연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우는 이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엔 물음표가 가득하다. 지난 임기의 성적표가 초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하나다. 민영화가 바로 그것. 이에 따라 민영화 작업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 녹녹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갈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기 때문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포기 의사를 나타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 회장은 지지부진했던 민영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장이지만 지난 1년간의 성적표가 썩 좋지만은 않다.

#지난 임기 성과

금융위기 이후 우리금융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이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는 아니란 평가다. 전방위 구조조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KB금융을 제외한 대다수 시중은행의 실적이 금융위기 이후 개선추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표면적인 실적개선보다 건전성 측면에서의 우려부터 떨쳐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242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1% 증가했지만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24%로 전년대비 1.64% 급등했다. 이는 국민·신한·하나은행 등 경쟁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부동산PF 대출의 경우 우리은행의 지난해말 부실채권금액이 1조9964억원으로 전체 부동산PF 대출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뒤를 이은 국민은행의 부실채권이 7620억원, 부실률이 12%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의 부실채권(NPL)커버리지비율은 70%를 밑돌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 평균 대비 30% 이상 낮은 수치다. 향후 금융위기 재발 시 또다시 심각한 실적부진에 시달릴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실적개선을 위해 건전성 지표를 포기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최대 목표 민영화

이 같은 평가를 뒤로하고 이 회장은 결국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서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가 소유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중 첫 연임 사례이자 2001년 우리금융 출범 이후 연임에 성공한 첫 CEO가 됐다. 정부가 소유 기업 CEO의 연임 불가라는 관례를 깨고 이 회장의 연임을 묵과한 것은 현재 진행형인 우리금융 민영화를 마무리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오종남 회장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에 대해 “10년간 답보였던 민영화 추진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도 “반드시 민영화를 이뤄내겠다”고 화답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부가 지난해 1년간 추진하다 실패해 잠정 보류된 상태다. 당시 정부는 합병이나 지분 분산 매각 방식으로 예금보험공사 소유 지분 57%를 한번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지주회사법 규제와 시장 플레이어들의 호응 부재가 걸림돌로 작용, 경영권 매각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민영화 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임기가 앞으로 2년밖에 남지 않았고 정권말 정부 정책 추진동력이 떨어진다는 점, 또 불확실한 금융시장 여건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은 목표다.


# 자회사 관계 설정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회사인 우리은행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그간 이 회장은 그룹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른 은행지주회사와 달리 회장과 행장 사이의 의견 충돌이 잦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종휘 전 행장이 그간 수차례 연임의지를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행장 공모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 회장과의 미묘한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룹 장악력 미약하다는 평가…은행장과 미묘한 갈등
약점인 비은행부문 강화 주창…3년째 ‘제자리걸음’


신한금융와 하나금융은 지주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은행 등 자회사 전체를 총괄했지만 우리금융은 ‘회장 따로, 행장 따로’인 경우가 많았다. 행장 선임에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데다,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이다 보니 은행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민영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실적도 챙겨야 하는 이 회장으로서는 자회사 경영진으로 누가 선임되는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장 우리금융 내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두 수장의 관계와 의견조율이 원만하지 않을 경우 조직 전체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은행장 자리를 놓고 김정한 우리금융 리스크담당 전무, 김희태 우리은행 중국법인장, 윤상구 우리금융 경영혁신 및 홍보담당 전무, 이순우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정현진 재무기획 우리금융 전무 등 5명이 경합을 벌였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시된 건 이 부행장이다. 비고려대·비한일은행 출신으로 이 회장(고려대·한일은행)과 출신이 달라 인사에 따른 잡음이 적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 선임 당시 코드인사 논란이 불거져 나온 바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대 법대, 영남 출신인데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후보 상근특보를 지내는 등 이 대통령과 ‘40년 지기’라고 불릴 정도로 깊은 친분을 맺고 있다.

예상은 적중했고 이 부행장은 새롭게 우리은행을 이끌게 됐다. 이번 은행장 선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우리금융이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의 폭을 좁히기 위해 지난 2009년 행추위 구성권한을 은행에서 지주회사로 이관하면서 이 회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회장-행장간 불협화음은 상당부분 해소되리란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 봉합 역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과정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쳤던 다섯 명 가운데 김 중국법인장, 윤 전무, 정 전무 등 세 명은 옛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 회장이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수석부행장이 선임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향후 한일은행 출신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체질강화

사업 다각화 역시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금융지주는 규모가 한국 금융권에서 가장 크지만 수익의 90% 가량을 은행업무에 의존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여년 임기동안 이런 과제를 주요 경영목표로 내세웠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현재 증권·보험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인수하려는 것도 포트폴리오 재구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 연임의 첫 작품으로 삼화저축은행 인수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면 후속 M&A작업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M&A를 통한 ‘덩치 부풀리기’와 함께 ‘체력 강화’에도 나서야 한다. 우리은행의 지난해말 총자산은 240조원으로 ▲국민은행 271조원 ▲신한은행 234조원 ▲하나?외환은행 269조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인당 생산성은 8000만원으로 경쟁사인 신한은행(1억540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944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경남 진교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최고경영자과정(AIM) 과정을 이수했다.

196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서 은행권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한일은행에서 일본 오사카ㆍ동경지점 주재, 국내 영업부, 국제부 등을 두루 역임했다. 1997년에는 최연소 상무이사로 승진하기도 했다.

국제금융 부문에서 올린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금융 발전유공 재무부장관상과 수출입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1999년 한빛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2년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우리투자증권 사장 시절 5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끌며 우리투자증권을 업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세종문화회관 후원회장을 거친 뒤 2008년 6월 우리은행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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