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애완동물 천태만상

2016.12.13 09:47:07 호수 1092호

반려동물도 흙수저냐 금수저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인 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펫팸족’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반려동물에게 비싼 사료를 제공하고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은 펫팸족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간다.



‘펫팸족’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을 의미하는 패밀리(Family)가 합쳐진 말로 ‘반려동물을 진짜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한국펫산업협회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한국의 펫 비즈니스 시장 전체 규모는 최대 5조원대에 달한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노년 인구가 늘면서 매년 15∼20%씩 성장해왔다. 지난 9일, 농협경제연구소는 ‘애완동물 관련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반려동물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0년에는 6조원 규모로 3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펫시장 5조원

반려동물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서 반려동물을 키울 때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수준으로 애정을 쏟고 있다”며 “자녀에게 투자하듯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향후에도 반려동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주길 원해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장례비용은 동물 크기에 따라 20만∼100만원 상당이다. 기본적인 화장시설에 운구비, 유골 단지 및 관, 염습 여부, 납골당 안치 여부 등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붙는다. 고급 강아지 수의(壽衣)는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유골을 응집시켜 반지, 목걸이 등의 악세서리인 ‘반려석’을 만들어 평생 소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반려동물 장례업체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배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키운 정 때문에 제대로 화장을 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반려석 제작도 평균 30만원 이상에 달하지만 또 다른 형태로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의 장례 수요가 늘면서 화장을 대행하는 불법업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동물 장묘업 등록업체는 17곳으로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업계에선 불법 동물 장묘업체가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규제가 과도하고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 시설 설치가 힘들고 불법으로 고발당해도 실질적인 제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림부는 지난 1월 동물 장묘업의 등록과 운영이 용이하도록 시설사업장 개설 시 폐기물시설 ‘설치승인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동안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로 분류돼 동물 장묘시설이 폐기물처리시설 기준을 따라야 했지만 폐기물이 아닌 만큼 동물보호법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반려 가구당 월평균 13만5632원 지출
업체들 경쟁 치열…고급 바람 부채질

동물 화장이 일반 소각시설로 분류돼 2년 주기로 점검하던 다이옥신 검사를 제외하는 등 검사항목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정기검사 주기도 완화됐다. 그동안 3개월마다 검사를 했지만 앞으로는 6개월마다 검사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그동안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많았다. 규제를 완화했으니 동물 장묘업 시설의 설치가 용이해지고 운영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펫팸족들은 공통적으로 가장 많은 돈이 나가는 동물 병원비에 대해 입을 모았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달 강원도 춘천서 열린 강원펫페스티벌에서 “개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치료비가 70만원이나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4개월 된 개가 아파 서울 반포동의 한 동물병원서 엑스레이 촬영 등이 포함된 진료를 받았는데 14만원을 청구하기에 항의했더니 8만원으로 깎아줬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험이 도입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보장범위가 질병 상해에 국한된 데다 보험이 적용되는 동물병원도 적어 가입률이 0.01%에 불과하다.

외국에선 병원비는 물론 도난 및 실종, 돌봄 비용 등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일본에선 반려동물의 5% 이상이 보험에 가입돼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서 민간 동물보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펫사료 시장은 매년 가격이 비싼 고급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국내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 경쟁을 나서면서 펫푸드 시장의 고급화 바람을 부채질 중이다. 업계는 국내 펫푸드시장이 오는 2020년 6000억원으로 지난 2012년(32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사료는 원료의 품질과 가격수준에 따라 오가닉,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프리미엄, 일반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프리미엄 제품인 오가닉,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등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펫푸드는 곡류와 단백질 위주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종 영양성분을 함유한 고급사료나 간식 제품으로 고급화, 세분화되고 있다”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펫팸족의 심리를 악용한 상술로 반려인들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더 나아가 계층화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 가구의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액은 지난해 기준 가구당 월평균 13만5632원이며 이 가운데 40.3%인 5만4793원이 사료비와 간식비 등 먹거리 비용이다.

좋은 것을 잘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이 반려동물에게도 이어지면서 이를 악용한 ‘상혼’도 극성을 부린다. 더구나 반려인들 사이에 펫푸드 비용지출 규모에 따른 사회 계층화현상도 발생한다. 일반 사료를 먹이는 반려인을 나쁜 반려인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펫사료업계 관계자는 “반려인의 사정에 따라 반려동물 사료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부에선 무조건 비싼 사료만 먹여야 한다는 분위기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보니 같은 제품인데도 유통채널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점도 문제다.


치솟는 사룟값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서울, 부산 등 6개 도시지역 대형마트 및 동물병원 등의 온·오프라인을 대상으로 34개 품목의 판매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가격 편차가 50% 이상 차이 나는 품목은 10개, 30% 이상 차이 나는 품목은 11개로 나타났다.

가격 차이는 최대 108.6%까지 났고, 31개 품목은 대형마트 업체 간 보다 온라인몰 간의 가격 차이가 더 컸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제공돼 소비자가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 주체적으로 사료를 선택하는 소비행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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