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무쌍’ 신정아 <4001> 노림수

2011.03.28 12:10:00 호수 0호

유명인사들 실명 거론 자전 에세이 출간


지난 22일 낮 1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아스토홀. 회색 정장을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씨다. 그동안 자신이 쓴 자전적 에세이를 들고서다. 책을 팔아볼 요량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신씨의 한마디 한마디에 국민들이 귀를 기울였다. 또 다시 ‘신정아 파문’이 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혀에 대한민국이 놀아나기 시작했다.


[신정아 의도 뭔가]
▲지난날 반성하려?
▲사회에 대한 복수?
▲주머니 돈 떨어져?
▲정치적 의도 품고?

신정아씨의 자서전 <4001>(신씨가 1년6개월간 복역 당시 수인번호)은 2007년 학력위조로 불거진 ‘신정아 사건’ 발생 전후부터 최근까지 신씨가 써온 일기 중 일부를 편집한 내용이다. 특히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을 비롯해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 전말과 동국대 교수 채용 과정, 정치권 배후설, 유명 인사들의 부도덕한 행위 등 신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진상에 관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담았다. 

“참회·용서 담았다” 사실 바로잡기 중점

세간의 관심은 신씨가 책을 낸 의도에 쏠리고 있다. 신씨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거침없이 폭로한 노림수가 뭐냐는 것이다. 특히 일부 인사들의 경우 민감한 사생활을 건드리면서 실명을 그대로 적어 명예훼손 등 법적 다툼이 불 보듯 뻔한데도 용감무쌍하게 책을 들고 세상에 나와 그 속사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신씨는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쓴 동기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책을 출판한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도 “지난해 여름부터 준비했다. 기획 등의 내용은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대외비로 하는 것으로 저자와 약속했다”며 “사실 원고는 훨씬 더 셌다.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편집을 한 데다 책 내용에 대해 법적인 검토를 모두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 출간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책소개를 통해 신씨의 출간 목적을 엿볼 수 있다.

‘지난날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썼다.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지난 사연을 꾸밈없이 밝히고 지나온 뼈아픈 고통의 시간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잘못에 대해 참회와 용서의 뜻을 전하겠다는 마음도 담았다.’

그런가하면 신씨가 자신을 미화하기 위해 책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순간부터 미술계에 자리잡기까지 노력한 과정을 상세히 기술했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변명도 끼어있다. 신씨는 책의 상당부분을 학력위조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글로 채웠다. 출판사 측도 “신씨는 잘못하지 않은 부분까지 과도하게 비난받아왔고,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다는 데 더 중점을 뒀다”고 했다.

한편으론 사회에 대한 복수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신정아 사건’을 다시 상기시킨 데다 유명인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거론한 점에서다. 신씨는 자신을 외면한 미술계, 언론계, 법조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원색적이고 고발적인 내용을 사정없이 써버렸다.


단순히 돈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자서전을 통해 금전적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씨는 무직인 상태. 돈 나올 구멍이 없다. 그런데도 ‘명품병’은 여전한 듯 했다. 출판 기자간담회에 명품으로 치장하고 등장한 행색이 그랬다.

신씨가 들고 나온 가방은 프랑스 브랜드인 ‘입생로랑’ 제품으로, 가격이 200만원에서 300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도 구할 수 없는 희귀제품이다. 신씨는 학력위조 파문 당시 ‘보테가 베네타’ 가방과 피에로가 그려진 ‘알렉산더 매퀸’ 티셔츠, ‘돌체&가바나’ 재킷, ‘버버리’ 데님 청바지 등을 입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신씨는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07년 10월 구속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는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돈을 변호사 비용으로 쓴데다 현재 특별한 직업이 없어 ‘품위유지비’도 모자랄 판에 당장 거액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원은 지난달 23일 신씨가 성곡미술관 재직 때 횡령한 것으로 확정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 성곡미술관에 1억2975만원을 돌려주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신씨는 횡령금액 3억2000만원에서 박문순 관장이 반환한 1억원을 제외한 2억2000만원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불티나게 팔려 ‘대박’  이대로라면 ‘돈방석’

하지만 신씨가 물어야 할 1억2975만원은 자서전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4001>은 대박이 났다.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각 서점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신씨와 출판사의 ‘치부 마케팅’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4001>은 출간 하루 만에 초판 5만부가 모두 출고됐다. 신씨와 출판사간 인세 계약은 비공개여서 알 수 없다. 통상적으로 책값의 10% 정도가 인세로 책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권당 1만4000원 하는 책이 5만부 팔렸으니까 신씨는 7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 된다.

출판업계에선 2만∼3만부 추가 인쇄작업에 들어가는 등 이런 추세라면 20만부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만부로 계산하면 신씨가 챙길 수 있는 돈은 2억8000만원이 된다. 여기에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될 경우 신씨는 저작권료 등으로 수십억대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신정아 사건’은 한 영화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영화하기 좋은 소재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신씨는 출간을 앞두고 명품과 돈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범한 옷과 가방도 많은데 명품을 지닌 모습만 지나치게 부각됐다. 난 좋은 제품을 구입해 오래 사용하는 스타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그리 넉넉하지 않다. 백수 생활 4년째 아닌가”라며 “(그렇다고) 돈 때문에 책을 내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달래고 새 출발 겸해서 책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정운찬 까발렸나
 

정치권에선 신씨의 책을 두고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책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정운찬 전 총리다. 신씨가 주장한 정 전 총리와의 비화는 다소 충격적이다. 신씨는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고 까발렸다.

‘정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정 총장이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아무리 지위와 힘이 있다고 해도 나를 밤 10시에 불러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 필요한 자문을 하는 동안 처음에는 슬쩍슬쩍 내 어깨를 치거나 팔을 건드렸다…바로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아예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여권 일각에선 신씨 측이 정치적 의도를 품고 책을 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정 전 총리를 겨냥했다는 점과 왜 하필 지금이냐가 논란거리다.

정 전 총리는 4·27 재보궐 출마가 유력한 한나라당 후보 중 한 명이다. 재보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책이 나온 것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 전 총리는 재보궐뿐 아니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의혹을 증폭시켰다.

일부에선 출판사 안 대표가 1980년대 초·중반 대학을 다닌 386세대란 것을 들어 야권 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며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작업이 다 끝나서 나온 것이지 시기를 따로 조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권에서 거론되는 야권 386 인사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지만 그 사람들과는 대학에 다닐 때도 만난 적 없고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다”며 “저자와 내가 서로 알고 있는 예술계나 출판계 인사가 있긴 하지만 정치권 인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