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삼킨’ 국정과제 현주소

2016.12.05 11:47:59 호수 1091호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종합편성채널의 한 프로그램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어도 35%는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아무리 정부가 무능해도 35%의 고정지지율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로부터 꼭 11개월 뒤 대통령 지지율은 4%로 폭락했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최저치다. 국정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4% 대통령’, 박근혜정부가 붕괴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부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을 겪는다. 집권 4년차쯤이면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오고 국정 운영의 윤활유인 대통령 지지율은 끝 모르고 추락한다. 박근혜정부는 그 변화가 좀 더 극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11월 평균 지지율은 5%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함께 폭락 중이다. 기름이 없으니 배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게 초토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박근혜정부의 숙원사업이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11월,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구분 고시’를 확정 발표했다.

황 총리는 “검정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발행제도를 개선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시민단체, 국민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집필진 선정 등 국정화 과정을 쉴 틈 없이 밀어붙였다.

균열은 교육부에서부터 나왔다. 청와대는 내년 3월부터 국정교과서를 전국 중·고교에 일괄 배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역사 국정교과서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어떠한 협조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의 강경 일변도에 발을 맞춰야 할 교육부는 “여론 추이를 본 뒤 적용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후퇴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교육부 반응에 언론에선 청와대와 교육부 간 갈등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 등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27일 “일각서 철회 얘기가 나오는데 철회한다면 무슨 고민을 하겠냐. 철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장 적용 시기를 미루거나 시범학교에만 우선 적용하는 등 3∼4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사안에 대한 편향적 기술, 다수의 오류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공개된 집필진의 정치적 편향성, 전문성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국사편찬위원회 대필 의혹, 교육부에서 현장 검토본 전 단계인 초고본과 개고본을 모두 없앤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거인멸 의혹까지 나오는 등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예정대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학계서도 국정교과서를 두고 “기본부터 잘못된 교과서”라고 비판하고 나서는 등 반발 기류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지지율·동력↓…대통령 숙원사업도 위기
문화·경제 정책 붕괴 “후폭풍 언제까지”

창조경제 정책은 제대로 피어보기도 전에 지게 생겼다. 2014년 9월부터 전국 17개 지역에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센터 개소식에 모두 참석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센터는 대기업 매칭 방식으로 운영됐다. 삼성은 대구와 경북, 현대자동차는 광주, SK는 대전에 센터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CJ는 문화,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관련된 벤처를 지원하는 등 사업 테마도 센터별로 달랐다.

지난해까지 운영 자금은 주로 대기업에서 나왔다. 이후 지자체와 정부의 비중이 증가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정부만 남은 상태다. 대기업이나 지자체는 대통령 임기 초기 보조를 맞추다 서서히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이름, 방향, 비전 등 모든 부분에서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창조경제는 채 2년도 안 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측근인 차은택씨가 창조경제 추진단장을 맡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사실이 알려진 것도 정책 붕괴를 부추겼다.


최씨 것으로 지목된 태블릿PC서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 구축 시안이 발견되는 등 계획부터 운영까지 검은 손길이 닿아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상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일, 역대 최대 규모로 ‘2016년 창조경제박람회’를 개최했지만 행사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관람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 등 철저히 외면받았다.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박람회가 사실상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창조경제와 양대 기조를 이뤘던 문화융성 정책은 아예 초토화 상태다. 최씨, 차씨 등이 문화융성 사업을 자신들의 놀이터로 삼은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초 문화융성은 박 대통령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였다.

2013년 7월에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문화융성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했다. 초반 문화융성 정책은 연극, 무용 등 순수예술까지 다 포함된 개념이었지만 2014년 7월부터 융·복합 콘텐츠산업 지원으로 변화했다. 차씨는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창조경제, 문화융성 양쪽에 발을 걸치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은 문체부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두 재단은 대기업들에게 약 800억원의 출연금을 지원받았다. 박 대통령은 문화융성과 문화·체육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 대기업이 두 재단에 자발적으로 돈을 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의 언니인 최순득씨의 딸 장시호씨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역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 “K스포츠재단이 특정인의 사익 추구로 돈을 썼느냐”는 질문에 “내부 감사 결과 몇몇 사건서 그런 사실 관계가 확인됐다”고 답변했다.

1년3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도 위기 상황이다. 평창은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끝에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대통령 임기상 개막식에는 박 대통령이, 폐막식에는 차기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 겨울의 아름다움을 알리려던 평창 주민들은 준비에 열과 성을 다했다.

올림픽 열기는 최씨 일가의 손길에 싸늘하게 식었다. 국가 예산이 조 단위로 들어가는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최씨 일가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이 최씨 일가가 진행하는 이권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가 잘렸다는 의혹이 돌고 있다.


환호가 의혹으로

조 전 위원장은 올림픽 마스코트를 호랑이에서 진돗개로 바꾸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로 날아가기도 했다. 물론 문전박대당했다. 마스코트 변경은 최순득씨의 딸인 장시호씨에게 이권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최씨가 올림픽 관련 시설 공사를 수주해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평창의 올림픽 개최에 환호를 보내던 국민들은 이제 수많은 의혹에 해명을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올림픽 조직위는 준비로도 벅찬 시간에 해명을 하느라 진이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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