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키는 단체들 백태

2016.12.05 10:27:01 호수 1091호

“우리 대통령 건들지 마!”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무너질 대로 무너진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는 보수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촛불민심에 대응해 맞불집회도 불사하며 박 대통령 옹호에 힘쓰고 있다. 때로는 폭력시위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일요시사>는 대통령 지키기에 열을 올리는 ‘옹호단체’들을 정리해봤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달 26일, 서울역광장 등 일부 지역에선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보수단체가 맞불집회를 열어 하야 반대를 외쳤다. 서울역 광장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 등 보수단체가 개최한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명, 경찰 추산 1000명이 모였다. 이들은 서울역 1번 출구 근처서 ‘하야 반대’라고 적힌 피켓과 태극기를 흔들며 시민들을 향해 ‘탄핵 반대’ ‘하야 반대’를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탄핵 반대”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 서경석 목사는 “대통령 퇴진 요구는 마녀사냥이고 인민재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융성에 관심이 높아 각종 재단을 만들어 지원하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행사에 참여한 엄마부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1원 한 장 받지 않았는데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검찰은 각성해야 한다”고 외쳤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와 부산, 창원 등지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각 지역본부가 촛불집회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사모’는 현 시국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단체들 중 맏형격이다.

박사모는 7만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단체로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던 시절부터 팬클럽 차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사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부터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활동들을 전면에 나서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맞불집회 과정서 물리력을 행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서울역광장서 JTBC가 최순실 국정 개입 관련 보도를 지속해온 것을 지적하며 촬영 장비를 파손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엘시티 비리사건에 연루됐다는 루머 배후에 박사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자들을 엄단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엘시티 비리에 연루됐다는 허위 글이 확산되자 문 전 대표는 지난달 17일, 근거 없는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작성·게시한 관련자를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소했다. 이에 박사모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박사모와 더불어 ‘대사모’(우리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모임)가 등장했다. 이들은 박사모와 유사한 정치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사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대사모 피켓을 목에 건 채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피켓에는 “대통령님 힘내세요. 헌법수호 헌법을 지키자. 북한을 방문했던 46개 방송 언론사들은 믿을 수 없다. 대통령님 간신들에게 지면 나라 망합니다”라고 기재하는 등 박 대통령을 옹호했다.

박사모·어버이연합 주축…침묵하는 4900만명?
자유총연맹 지원 의혹…맞불집회에 지지운동도

지난 4월 전경련에 자금 지원 의혹을 받은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도 박 대통령 지키기에 합세했다.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8일 출범한 보수단체로 친북좌파를 척결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지난 2014년 국감에서 정부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자총은 1400만원을 들여 어버이연합의 고문 100세 잔치를 해주고, 각종 시위에 자금을 대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두 단체가 보수 단체로 성격이 같다고 하더라도 한미FTA, NLL 사수, 연평도 도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대응 등의 일련의 과정서 관계성에 의혹이 있다”며 “어버이연합의 집회가 값비싼 음향효과와 좌석 배치, 조직화되고 있는 부분을 고려할 때 자금과 조직을 가진 한국자유총연맹이 뒤에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어버이연합은 자유민총연합·한겨레청년당 외 애국시민단체 일동과 논평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그래! 한번 해보거라!. 국해(國害)의원 너희들 중 박근혜보다 깨끗한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라고 밝혔다.


또한 “‘촛불’ 든 사람만 국민이 아니다. 촛불보다는 태극기를 들고 나올, 아직은 침묵하는 또 다른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과거 연합에 속한 ‘어버이들’에게 2만원의 일당을 주고 갖가지 집회에 동원했다고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100만 촛불집회에 대해 “100만명이 모였다는 것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며 “침묵하는 4900만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쪽으로 편향된 국민들의 생각과 다른 얘기도 분명히 있다. 특히 학생들까지 데모 현장에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어버이연합은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어버이연합 이규일 수석 지부장은 박 대통령에 대해 “여자의 몸으로 배짱 좋게 대통령을 했는데 말년에 이런 고통을 겪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많은 일을 했건만 어느 날 갑자기 역적으로 몰렸다. 국민 한 사람도 대통령을 감싸주지 않는다”고 말해 박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선 해당 발언이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 제3차 대국민담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당시 담화에서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으로 취임해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말했었다.

“하야 반대”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계엄령을 언급하며 박사모를 저격했다. 추 대표는 “공연히 폭력을 준비하는 박사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 특정인을 테러한다는 이 집단의 폭력 예비음모를 즉각 수사하라”며 “만약 경찰이 평화 집회 보장 요구를 묵살하고 불법을 방치하면 경찰청장마저 직무유기로 탄핵당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수단체 금품 살포 의혹

지난달 19일 보수단체 맞불집회 주변에서 시위 참가자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현장이 포착됐다. <미디어몽구>가 <한겨레>에 제공한 사진에는 이날 오후 1시경 서울역 구역사 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노인들에게 돈을 주는 모습이 담겼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곧바로 서울역 광장으로 이동해 보수단체가 주최한 맞불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0일 “보수단체의 집회가 금품에 의한 불법 동원된 관제데모가 의심되며 사법기관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전경련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지원받아 알바를 동원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어버이연합이 요즘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며 “민주국가에서 민의를 왜곡하는 세력은 사법당국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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