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김기춘 막후설’ 추적

2016.11.28 11:24:10 호수 1090호

대통령은 ‘왕실장’ 꼭두각시?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서실장 당시 ‘왕실장’ ‘기춘대원군’이란 별명과 함께 청와대 실세로 불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에는 그가 막후서 실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요시사>는 불거진 각종 의혹들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 전 실장의 막후정치를 들여다봤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검찰로 공이 넘어간 가운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을 위해 막후에서 사태 수습을 지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가장 먼저 김 전 비서실장의 막후 의혹을 제기한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에서 “최순실이 귀국하고 벙거지 모자를 쓰고 검찰청사에 들어가니 모든 관심이 최순실에 집중됐지만 지금 시간에도 김 전 실장이 이 상황을 장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주장했다.

게이트 핵심
부두목 실체는?

조 의원은 김 전 실장이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 최순실씨 주거지로 알려진 미승빌딩 7∼8층을 사무실로 얻어 정권초기 프레임을 짰다는 언론보도를 인용해 “이런 분이 또 막후에서 총괄기획을 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리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관여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실장이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논란은 쉽게 식지 않을 분위기다. 게다가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최순실을 소개한 것은 김기춘 전 실장’이라고 진술하면서 그를 둘러싼 의혹은 진실공방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김 전 차관 발언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언론인터뷰서 “김 전 차관이 그런 말을 했는지 믿을 수 없고 했다면 그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며 “최씨를 모른다. 통화한 일도, 만난 일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최씨를 모른다고 밝힌 김 전 실장이 차움병원 VIP라는 사실이 밝혀져 막후 실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차움병원은 박 대통령이 드라마 주인공 ‘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최씨를 통해 ‘대리처방’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이다.

“국정개입 몰라 자괴감 들 정도”
최순실 사태 모르쇠 일관했는데…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 전 실장을 맹비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기춘의 트레이드 마크는 ‘나는 모릅니다’다. 본래 정신 나간 사람은 본 정신의 사람을 못 알아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정유라, 장시호, 최순실 일가 비리가 하늘을 찌른다”며 “드디어 부두목 김기춘의 헌정파괴 사건들이 이제 중심을 잡아간다”고 말해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최순실 관련 의혹에 대해 김 전 실장은 “나는 공식적인 일만 했고, 관저나 대통령 측근 비서들이 저에게 귀띔을 안 해줬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며 “모르는 것이 무능하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실제로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최씨의 국정개입을 까맣게 몰랐고, 그런 점에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최태민 모녀
잘 알고 있어

유신헌법 기초를 다진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실장은 지난 2013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지난해 2월까지 재직했다. 특히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을 지냈던 유신 시기에 박정희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아버지인 고 최태민 목사에 대한 조사를 중앙정보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김 전 실장이 고 최태민씨를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최태민에 대한 조사를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당시 ‘세월호 7시간’ 은폐 의혹도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은 첫 보고를 받고 7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상황인식에서 벗어난 질문을 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후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에 대한 의혹은 증폭됐다. 하지만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었다는 이야기만 나왔을 뿐 명확하게 입증된 자료는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인사개입·은폐·지시 의혹
퇴임 후에도 은밀히 지시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수석비서관들에게 “(대통령의) 4·16 동선, 경호상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리는가 하면 국회 자료 요구에 대해 ‘자료 제출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전 실장이 본인을 둘러싼 막후실세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스스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복수의 일관된 진술에 대해 ‘허위 진술’이라는 반응을 보여 야권을 자극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김기춘 전 실장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폭로됐다. 최순실씨를 알지도 못하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말한 TV 화면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지 어이가 없었다”며 “최순실씨를 소개하거나 알선해준 데 김기춘 전 실장이 관여했고,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와는 김 전 실장이 30년 전부터 교류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핵심에 김기춘이라는 사람도 암약했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며 “검찰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현재 검찰에 고발돼 있는 상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계 4곳은 지난 21일 KBS사장 등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김 전 비서실장을 고발했다.


“저렇게 뻔뻔”
거짓말 들통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에 이은 또 하나의 박 대통령의 선생님, 사부인 김 전 비서실장이 이번 게이트의 또 하나의 고리라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은 무엇을 더 망설이느냐”며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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