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이태호

2016.11.21 10:56:58 호수 1090호

멜랑꼴리아 속 사색과 성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청정 이인성 작가는 1929년 입선 이후 천부적인 재능과 신선한 표현 감각을 발휘한 수채화와 유화를 선보이며 천재화가로 각광받았다. 특히 불투명 수채화의 과감한 표현 처리는 근대 한국 미술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를 기리고자 만든 이인성미술상의 수상자 '이태호'의 전시가 대구미술관에 착륙했다.



‘이인성미술상’은 1912년 태어나 1950년 6·25전쟁 당시 사망한 대구 출신 천재화가 이인성을 기리기 위해 1999년 대구시가 제정한 상이다. 2014년(15회)부터 운영을 주관해온 대구미술관은 이인성미술상의 위상과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회화 영역을 후원하고자 매년 독창적인 평면작업을 이어온 중진작가를 선정, 수상했다.

좌절의 시간

지난해 제16회 이인성미술상의 주인공은 이태호 작가. 대학서 회화를 전공하고 전업 작가로 50여년간 활동해 온 그는 회화 속 대상과의 관계, 대상의 다의적 해석을 통해 사회 문제를 표현해 왔다. 또 오랜 시간 평면 작업에 천착해 우리 시대 일상의 삶과 인간에 대해 밀도 있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대구미술관 2·3 전시장에서 전시 중인 <그림자, 구름, 그리고…이태호 회화의 멜랑꼴리아>전은 작가의 초기작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총망라한다. 전시 타이틀은 작가의 작품 분위기를 잘 반영했다는 평이다.

작가는 “작업할 때나 작업실 생활이 먹먹하고 고통스럽고 힘들다”며 “아주 가끔 괜찮은 작품을 했다는 기쁨도 있지만 대부분 좌절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작가는 소심해야 하며 늘 상처받을 수 있는 심성이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나를 보면 내 작업의 의미들이 그렇게 읽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양면성을 드러낸 초기작부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들여다본 ‘우리 시대의 초상’ 시리즈나 ‘억새’ ‘물-결’ 등 시대의 부조리를 풍자 작품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조용히 이끌어내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초상’ ‘기척’ ‘낌새’ 등의 작품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이 작품들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의 작업들이다.
 

작가는 작업실 부근의 100년도 더 된 소나무들이 도로 공사를 이유로 무참히 베이는 것을 목격하고 자연의 훼손과 인간 규모를 벗어난 오만과 허위의 삶을 사색하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1990년대 중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화석연료가 고갈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며 “작가로서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고 말했다.

16회 이인성미술상 수상 기념
초기작부터 최근작 80점 망라

억새 연작과 물결 연작서 나타난 작업 세계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시담당자 김혜진 큐레이터는 억새, 물결 연작 이전 작업에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면 최근작에선 내가 보는 작업, 목격하는 듯한 느낌으로의 시각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작가는 “억새 연작을 작업하면서 살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 그것이 사물이든 풍경이든 사람이든 삶을 그나마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모든 것을 잘 대접하고 잘 떠나보내는 일이 사람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물결 연작 당시에는 작업이라는 것은 화면과 시간에 맞서는 스스로를 느끼고 호흡하는 일이며 어떤 흐름과 균형을 느끼는 ‘짓’을 통해 춤을 추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이인성미술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그냥 꽃이기나 했으면 좋겠고, 향기라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으며, 그냥 도도하게 사라져갈 일이라 생각했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이인성미술상 수상은 나에게 또 다른 할 일들을 제시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날 미술이 가벼울 뿐 아니라 지나치게 기술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어 ‘손의 회복’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반짝이며 세련된 것이 아니라 투박하고 담백한 어떤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인성미술상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작가를 발굴한다는 데 있어 유효하다”고 평했다.

인생의 성찰


대구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80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라며 “멜랑꼴리하면서도 사색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통해 인생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12일까지 열린다.


<jsjang@ilyosisa.co.kr>

 

 

[이태호는?]

▲학력

경남 고성 출생(1950)
마산고등학교 졸업(1969)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1974)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졸업(1980)

▲개인전

소민아트센터, 부산(2015)
갤러리 李, 부산(2014)
북하우스 아트스페이스, 헤이리, 파주(2009)
갤러리 유우, 부산(2002)
갤러리 李, 부산(2001)
백길리 작업실(1999)
백길리 작업실(1998)
백길리 작업실(1996)
덕원미술관, 서울(1993)
K갤러리, 일본 동경(1988)
관훈미술관, 서울(1986)
사인화랑, 부산(1986)
원화랑, 부산(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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