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VS 유영하’ 난타전 시나리오

2016.11.21 10:47:28 호수 1089호

밝히려는 자 VS 덮으려는 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판은 깔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곧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실을 가려낼 차례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인으로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했다. 야권은 임무를 다할 특별검사 물색에 나선 상황. 물망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야가 ‘최순실 특검안(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합의했다. 이제 포커스는 과연 누가 칼자루를 쥐게 될 것인가로 옮겨갔다. 정치권에 따르면 후보로 채동욱(사법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 김지형(11기), 이광범(13기), 임수빈(19기) 변호사 등의 이름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불의의 사태로 낙마한 채 전 총장에게 모아지는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누가 칼자루

지난 2013년 채 전 총장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성역 없는 수사를 검찰에 주문,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두고 당시 검찰은 청와대·법무부와 각을 세웠다.

선거개입 결론으로 박근혜정부의 정통성은 흠집이 났다. 야당이 일제히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성토하고 나섰고, 촛불시위가 일어났다. 여당은 ‘정권 흔들기’라며 응수했다. 수사의 정점에 있던 채 전 총장이 정권에 밉보였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조선일보>는 채 전 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며 보도했다. 야권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정권의 찍어내기 수순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법무부는 즉시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감찰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외부의 시선은 달랐다.


당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등과 함께 채 전 총장을 사퇴시킬 목적으로 지속적인 사찰을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내부인사가 제보하길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찰의 주체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정원, 법무부는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국민의 의심까지 바꿀 순 없었다.

그런 채 전 총장이 3년 동안의 잠행을 끝내고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특검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JTBC 인터뷰서 채 전 총장은 “만약 특검 제의가 오면 수락하겠나”라는 질문에 “물러서거나 피하지 않겠다.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히 지키면서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CBS 인터뷰에선 “국민들께서 맡겨주신다면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 무엇이든 책임은 다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야권도 화답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채 전 총장이 특검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 “본인 수락여부가 중요해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해보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영하(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 검찰조사에 대비했다. 유 변호사는 검사 출신의 ‘친박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박 대통령과도 상당한 친분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청와대 민정수석 하마평에도 올랐을 정도. 청주지검·인천지검·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서울변호사협회 인권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뒷말이 많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유 변호사는 과거 청주지검 근무 시절, K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두 차례 금품을 제공받아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 또한 변호사로 개업한 후 ‘군포 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을 변호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눈총을 받았다.

채, 전투력서 최고…야권 반응 걸림돌
유, 친박 정치인…대통령 의중 꿰뚫어

무엇보다 그의 행보가 법조인이라기보다 정치인에 가까워 구설을 낳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박 대통령의 법률특보를 지냈고 총선에도 4번이나 출마했다. 새누리당 경기 군포 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17~19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지난 4·13총선에선 새누리당 송파을 후보로 공천을 받았으나 소위 ‘옥새파동’으로 출마가 좌절됐다.

때문에 박근혜정권의 비호를 받는 변호사와 찍어내기를 당한 전 검찰총장 간 대결 성사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빠르면 이달 말 성사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채 전 총장은 이미 특검 포인트를 공개한 상황. 앞서 인터뷰서 “특검으로 임명된다면 어떤 점을 주목해서 보겠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했던 것은 거기에 가담하고 방조하고 조력하고 추종했던, 속된 표현이지만 부역한 공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에 상당히 역점을 둬서 청산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 또한 검찰조사에 대한 방어 전략을 공개한 상태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대통령이 임기 중 수사나 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 분열이 우려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사가 부적절하다”고 말한 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최소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면 조사를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두겠단 뜻이다. 유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가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 조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 횟수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결국 최순실 선에서 자르려는 변호사와 박 대통령과의 직접 관련성을 찾으려는 특검·검찰 간의 살벌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두 사람의 대결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특검에 채 전 총장은 추천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의사를 타진해보겠다던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포인트

그러나 곳곳에서 채 전 총장을 특검에 임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반전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채 전 총장 특검 추천은 아직 국민 여론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채 전 총장은 수사에 관한 한, 또 검찰에 대한 호소력과 장악력 등 측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야당은 어서 채 전 총장을 특검 후보로 추천하라”는 여론이 확산되는 추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동욱 말고 누구?

‘슈퍼 특검’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과연 지휘권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외에 4~5명의 이름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광범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을 맡아 특검을 지휘한 사람이다. 임수빈 변호사는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PD수첩 제작진 기소 여부를 두고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다 사직한 이력이 있다.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형 전 대법관도 후보로 꼽힌다.

야권 성향 인사로 알려진 이홍훈 전 대법관과 진보성향 법관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박시환 전 대법관도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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