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으지 않는 연습

2016.11.21 09:00:22 호수 0호

나토리 호겐 저 / 세종서적 / 1만5000원

살다 보면 물건은 자꾸 불어난다. 스트레스받은 김에 지른 전동드라이버, 유행을 좆아 구입한 넥타이, 한눈에 들어 구입하고 보니 옷장에 가득한 비슷한 종류의 옷, 세일이라는 말에 충동적으로 구입한 다량의 볼펜. 이뿐만이 아니다. 넘쳐나는 물건 때문에 그것들을 보관할 물건까지 새로 구입하게 된다. 물건들은 마치 친구를 불러 모으거나 몸집을 불리는 것 같다. 물건들은 어지간해서는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고 쌓여간다.
그러나 물건이 많다고 해서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집은 지저분해지고 점점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어수선해져 스트레스가 쌓인다. 물건뿐 아니라 대인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호감을 얻으려 한다. 그런 나머지 자신은 내팽개치고 상대방의 기분만 신경 쓰다 보면 결국 본래의 자신은 사라지고 가면을 쓴 가식적인 인격만 남는다. 돈, 지식, 외모, 스펙의 갑옷으로 나약한 모습을 감추며 끊임없이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이건 일단 손에 넣으면 어떻게든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마음의 갑옷을 벗으면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쉽게 벗어 던지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집착’이다. 집착을 하면 걱정과 근심 속에서 살게 되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잊어버린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국내에서 <신경 쓰지 않는 연습>으로 이름을 알린 ‘행동하는 승려’ 나토리 호겐은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고 심플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뿐 아니라 과도한 인간관계나 지식은 우리의 마음을 얽어매고 생활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적당한 정도만 소유하라고 권한다. 이를 위해 마음, 관계, 물건에서 조금씩 가벼워지는 가르침을 전한다.
저자의 이런 가르침은 공허한 훈계로 그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고, 탐욕과 허세를 부리는 우리의 모습을 질타하기보다는 저자 본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현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설교하지도 않고,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지도 않는다. 부드럽고 친근한 말투로 작고 소박한 습관이 어떻게 행복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물건이나 사람에 집착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깨닫고, 마음과 생활을 산뜻하게 청소해보면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비움, 단순함,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다양하지만, 가야할 목적지만 잊지 않는다면 심플한 생활방식은 행복을 맛보고, 평온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알려주는 지름길이자 실천적 지침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정리하는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직시하게 하고 소중한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불필요한 것을 잘 버리는 것보다 모으지 않는 것이 우선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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