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진 범서방파’ 추종세력 백태

2016.11.15 10:45:19 호수 1088호

잡아도 잡아도 ‘살아있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전국의 각종 이권에 개입해 폭력을 행사하던 ‘통합 범서방파’의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태촌의 ‘범서방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의 추종세력은 그대로였다.



피해자에는 전직 대통령 차남, 유명 드라마 제작진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이번에도 ‘소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범서방파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늘 그래왔듯 어디선가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태촌은 1977년 조직된 서방파의 행동대장으로 활동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1970~1980년대 당시 양은이파 오비(OB)파와 함께 어둠의 세계를 주름잡았으나 1989년 서방파의 행동대장 격인 정아무개씨가 살해되면서 서방파의 위상이 도전받자 김씨는 세력 재정비를 위해 ‘범서방파’를 결성하게 된다.

해체됐다고?
건재한 조직

김씨의 활동 무대는 정·재계와 연예계 등 다방면에 걸쳐 있었다. 1976년 김씨 일당은 박정희정권의 사주를 받고 신민당 전당대회장에 난입해 당시 김영삼 후보 측 대의원에게 각목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김씨는 1986년에는 인천의 나이트클럽 사장 황아무개씨를 흉기로 난자한 사건으로 징역 5년을, 1992년에는 범서방파를 결성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07년에는 유명 영화배우를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씨가 사망한 후에는 함평·화곡·연신내 범서방파 등 3개 조직 60명이 모여 ‘통합 범서방파’를 결성하고 전국 건설현장이나 유흥업소, 분쟁현장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 81명을 붙잡아 이 중 두목 정모(57)씨 등 17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 과정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52)씨에게 거액을 갈취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전재용씨의 외삼촌인 이창석(65)씨는 경기도 오산 땅을 수원 N건설사에 매각했다. 당시 전씨는 이씨로부터 계약 업무를 위임받았다. N사는 대금 400억원 중 100억원이 모자라자 보유하고 있던 용인의 토지를 담보로 내놓았다. 그러나 N사는 부도를 냈고 전씨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 법원에 이 토지의 공매를 신청했다.
 

그러자 N사 대표와 친밀한 사이였던 통합 범서방파 화곡 계열의 두목인 조모(50)씨가 개입했다. 그는 2012년 1월 조직원 40여명을 데리고 N사의 공매 대상 토지에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조직원들은 유치권을 주장하는 플래카드도 내걸고 20여일 동안 숙식하며 막무가내로 공매 실사단의 접근을 방해했다. 이들은 전씨에게 20억원을 갈취하고 나서야 현장서 철수했다.

계속되는 이권 개입 적발
전두환 차남에 20억 갈취

같은 해 8월에는 전북 김제의 한 교회 강제집행 현장서 강제집행에 반대하던 신도 100여명을 소화기로 폭행했고 역시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강남서 부산 기반 조직과 조직원 150명을 동원해 대치하는 등 전국을 누비며 폭력을 휘둘렀다.

이들은 2009년 9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에 난입해 제작진을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이병헌과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강병규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사건으로 소개돼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건이다.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들은 지난해와 올해 각종 경매장에 난입해 경매를 방해하는 등 올해 초까지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은 이미 범서방파의 와해를 선언한 적이 있다. 2009년 11월 김태촌의 후계자로 불리던 나모(50)씨는 조직원들로부터 “칠성파 조직원들이 전쟁을 하려 서울로 단체 상경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나씨는 당시 칠성파 부두목 정모(44)씨와 사업투자 문제로 갈등을 빚던 상황이었다.

이들은 최근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조직원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은 뒤 경찰에 진술해라”고 지시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진술하기 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면 진술 자체가 효력이 사라진다는 점을 노렸다. 경찰은 “이들 조직의 이권과 폭력행사를 한 곳이 더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겠으며 수도권서 활동하는 다른 조직폭력배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출범한
통합 범서방파

경찰은 이미 범서방파의 와해를 선언한 적이 있다. 2009년 11월 김태촌의 후계자로 불리던 나모(50)씨는 조직원들로부터 “칠성파 조직원들이 전쟁을 하려 서울로 단체 상경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나씨는 당시 칠성파 부두목 정모(44)씨와 사업투자 문제로 갈등을 빚던 상황이었다.
 

그는 칠성파와의 전쟁에 대비해 11일 오후 7시 범서방파 조직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놀란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비상근무에 들어간 경찰의 감시 등으로 패싸움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나씨는 당일 오후 7시30분쯤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 조직원 해산을 명령했다.

이 일을 계기로 경찰은 대대적인 범서방파 소탕 작전에 들어갔고 부두목 등 8명을 구속하고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뭉친 잔존들
여전한 파워

당시 경찰은 “범서방파를 비롯해 호남의 국제PJ파, 경기 청하위생파, 부산 칠성파 등 국내 유명 폭력조직들이 대부분 와해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또 경찰은 “이번 수사로 사실상 범서방파는 와해돼 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범서방파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은 계속해서 발생했다.

지난 6월엔 강남 범서방파 폭력조직원이 흉기를 들고 집안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실탄에 맞고 검거됐다. 지난 6월20일 밤 11시께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 2층에 수배자가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수배자는 오모(36)씨로 폭력조직인 강남 범서방파 조직원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올해 초 검찰에 수배된 상태였다. 2012년 7월 조직원 80명과 함께 수도권과 강원지역 아파트 분양 사업장과 유흥업소와 오락실 등에서 폭력을 일삼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첫 재판부터 출석하지 않자 의정부지법은 구속영장을 발부해 의정부지검에 수배를 의뢰했다. 오씨는 경찰이 수갑을 채우려 하자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목에 댄 뒤 자살하겠다고 위협했다. 밥상을 방패로 이용했다. 옆에는 오씨의 자녀 등이 있었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쏘겠다고 했으나 오씨는 되려 “테이저건 맞아봤다. 손은 움직일 수 있더라. 쏘면 자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수차례 일망타진과 와해
다시 부활해 전국서 활개

그보다 전 4월에는 차명으로 대량 보유한 주식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 김태촌 씨의 양아들 김모(43)씨가 1심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치는 50분 동안 이어졌다. 경찰은 결국 실탄을 쏘겠다고 세 차례 경고한 뒤 흉기를 쥔 왼쪽 어깨를 향해 실탄 1발을 발사했다. 실탄은 오씨의 4번과 5번 갈비뼈 사이에 박혔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지난 5월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낮 춘천서 집단 패싸움을 벌이다 달아난 2개파 폭력조직원 29명을 체포해 특수상해 혐의로 12명을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 2월 폭력조직원 17명을 체포(8명 구속, 9명을 불구속)했고 달아난 29명을 추적 중이었다. 두 폭력조직은 춘천의 생활파와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범서방파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9일 춘천시 효자동의 한 주점 앞에서 생활파 이모(32)씨 등 5명이 범서방파 이모(31)씨등 3명과 시비가 붙어 대낮 길거리서 패싸움을 벌였다.

두 조직 폭력배들은 오전 8시 춘천시 송암동 종합운동장 주차장서 만나 서로 준비한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패싸움을 벌였다. 이 패싸움으로 양측에서 5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전 4월에는 차명으로 대량 보유한 주식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 김태촌씨의 양아들 김모(43)씨가 1심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는 “상장법인의 주식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항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취득한 주식 수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2011년 1월 김씨가 지명수배된 지인에게 관계 당국에 청탁해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12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김씨는 이 혐의 외에도 기업 인수 합병 전문 브로커와 짜고 2012년 11월 우량 벤처기업인 위조지폐 감별기 제조사를 인수한 뒤 200억여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인수대금으로 끌어온 사채를 갚는 데 쓴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지난 2013년 1월 숨진 범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씨 곁에서 범서방파 행동대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으며 1999년 폭행, 2002년에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기 어렵다더니…
보란 듯이 범행

이번 통합 범서방파 이권개입 사건 이후 경찰은 또다시 ‘일망타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범서방파가 쉽게 와해되진 않을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직도 김태촌의 추종자들이 존재하고 있고 범서방파의 두목 등 잔존 세력들이 잠시 몸을 피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범서방파 내부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범서방파는 쉽게 일망타진되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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