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세아상역의 진짜 얼굴은?

2016.11.04 17:22:26 호수 0호

연이은 해외공장 노동자 인권탄압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종착역을 눈앞에 둔 미국 대선레이스에 국내 기업의 이름이 호명됐다. 개발도상국서 심각한 인권탄압을 자행한다는 내용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사안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비도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세아상역은 세계 각지서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아이티 재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아상역은 2010년 1월 대지진이 발생했던 아이티서 2011년부터 미국 국무부, 아이티 정부, 미주개발은행(IDB) 등과 함께 의류공장을 짓고 재건사업에 동참해왔다.

지난 7월에는 아이티에 의류 고도화 공정과 봉제 공장을 잇달아 증설하면서 고용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대폭 늘렸다. 인근 공단 노동자의 90%가 세아상역 소속일 만큼 막대한 비중이다.

거듭된 구설

고용뿐만 아니라 무상 교육을 실시해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었다. 지난 2014년 아이티 카라콜 지역에 개교한 ‘세아학교(S&H School)’는 330여명의 학생에게 아이티 내 최고 수준의 교육과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졸업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난 7월 중학과정을 수행할 신규 건물을 준공했고 9월부터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아이티서 선행을 멈추지 않던 세아상역에 지난달 11일, 예상치 못한 악재가 전해졌다. 미국 대선레이스서 세아상역의 이름이 부정적인 논조로 거론된 까닭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세아상역 아이티 공장을 ‘노동착취공장’이라고 비난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아이티 재난복구 작업으로 노동착취기업인 세아상역을 지원했고 여기에 미국민들의 혈세가 사용됐다는 주장이었다.

트럼프의 발언은 힐러리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이때부터 세아상역 아이티 공장은 노동자 인권탄압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트럼트의 발언 직후 미국 <ABC>는 야닉 에티엔느 아이티 노동자투쟁연합의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세아상역 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일부 구직자는 성상납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국제노동운동단체 노동권컨소시엄(Workers' Rights Consortium)까지 나서 세아상역에 고용된 아이티 현지 노동자들의 임금이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카라콜 산업단지 노동자들이 법정 임금보다 34%를 덜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세아상역 측은 이 같은 내용들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현지 노동법 해석을 통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게 밝혀진데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던 그간 행적이 모두 폄하됐다는 주장이다.

세아상역 관계자는 “트럼프의 발언 직후 많은 유력 매체들이 오히려 그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상황”이라며 “불명확한 사실이 퍼져 나가면서 부도덕한 이미지가 덧씌워졌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트럼프 ‘노동착취기업’ 지목
개도국 재건 실상은 무엇?

이 같은 논란은 비단 아이티에 국한되지 않는다. 또 다른 중남이 국가인 과테말라에서도 십여년 전에 세아상역의 이름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지난 2005년 세아상역의 과테말라 공장에선 노조를 억누르는 과정서 회사 측이 노조 간부를 납치·감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심지어 용역을 동원해 물리적 충돌을 야기했다는 소문도 돌았고 세아상역은 공장 일부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아이티에는 세아상역 공장이 들어섰다. 세아상역이 과테말라 공장을 없애고 아이티로 생산시설의 일부를 옮겼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무작정 세아상역을 몰지각한 기업으로 매도하긴 힘들다. 무엇보다 해당산업의 노동여건 전반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ILO의 감사 결과 아이티, 과테말라 등에서 현지 노동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해외서 비슷한 구설이 잇따라 발생할 경우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현지법 준수”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 관련해서 전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법적인 테두리서 보자면 세아상역을 무작정 노동착취 기업이라고 매도하긴 힘들다”며 “그렇지만 일관된 내용으로 수차례 구설에 휘말렸다는 점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김웅기 회장의 한미 라인

2011년 의류수출업계 최초로 ‘1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세아상역은 2014년 수출액 15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했다. 해외수출이 주력인 만큼 매출의 95%이상을 수출에서 거두고 있으며 지난해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10여개 국가에 40여 곳의 생산공장을 두고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선 의류수출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신입사원 연봉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세아상역의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업계 최고수준인 4520만원에 이른다.

김웅기(1951년생) 세아상역 회장은 1986년 OEM 의류수출기업인 세아상역을 설립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물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인연도 조명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6일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미국 국무장관 재임시절 최측근인 셰릴 밀스가 한국 의류업체인 세아상역이 아이티에 공장을 개소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미국 국무부와 세아상역의 연계를 주선했을 가능성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반 총장이 외교부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 모두와 김웅기 회장의 인연이 결과적으로 재조명된 셈이다. <주>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