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경북대 총장 선임 내막

2016.10.31 10:14:10 호수 0호

제2의 이대 사태…정권 실세 개입?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는 지금, 경북대에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과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과 교육부는 아무런 설명 없이 2순위 후보를 경북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그 과정에서 1순위 후보자를 범법자로 내모는 짓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대학가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권력이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에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선 것. 앞서 이화여대 학생들은 86일간 학교 본관을 점거, 최경희 이대 총장을 물러나게 했다. 최 총장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이대 총학생회는 ‘최순실 게이트’로는 첫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정권을 규탄했다.

들끓는 대학가

경북대서도 이와 비슷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교수회는 총장 선임 건으로 단식에 들어갔다. 교육부가 1순위 후보를 밀어내고 2순위 후보를 총장에 임명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단식을 하고 있는 손광락 경북대 교수는 교육부가 1순위 후보자를 배제한 사유를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경북대 교수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열기로 하고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서 일어난 불길이 전국 대학으로 번질 조짐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일 김상동 교수를 제18대 경북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2년2개월 동안 끌어온 공석 사태를 일단락 짓는 전격 발표였다. 그러나 1순위 후보자를 배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17일 경북대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김사열 교수가 총장 후보 1순위, 현재 총장으로 임명된 김상동 교수가 2순위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경북대 총장 선거는 교육부의 요청으로 간선제로 진행됐다. 해당 위원회에서 2순위까지 후보자를 결정해 교육부에 통보하면 대통령이 총장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에 정권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임명하기 위해 간선제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경북대의 임명제청이 있었지만, 교육부는 별다른 이유 없이 시간을 끌어왔다. 중간에 교육부는 임용제청 거부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후보자를 재선정 후 재추천하라는 공문을 보내 뒷말을 낳았다.

이에 1순위 후보자인 김사열 교수는 교육부를 상대로 ‘임용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동료 교수들과 총학생회도 서명운동, 국회 및 교육부 항의방문, 교육부 상대 소송 제기 등 행동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총장 공석은 장기화 사태로 이어졌다.

최근 김사열 교수는 교육부를 상대로 1심서 승소한 상태다. 서울행정법원은 “(교육부 장관이) 처분을 함에 있어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돼 있음에도 그리하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교육부는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공석 사태가 장기화되자 경북대 교수회는 한 차례 더 임명제청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또한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며 1순위 후보자를 임용 제청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결국 교육부는 2순위 후보를 총장에 임명함으로써 경북대 구성원을 기만하는 결정을 내렸다.

2순위 총장 임명, 구성원 집단 반발
교육부 이유 안 밝혀…권력 마음대로?

때문에 교육부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청와대든 교육부든 누구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국무회의 결정 사항조차 대외비라며 입을 봉하고 있다”며 “차라리 솔직하게 김사열 교수의 정치 성향이 청와대, 그것도 특정 수석비서관의 마음에 안 든다고 하라. 국립대 총장이 되고 싶으면 권력의 눈밖에 벗어날 짓은 아예 하지 말라고 교수 사회에 경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대 교수회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직선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교수회는 “대학 구성원들이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총장 후보자를 추천했는데도 정부가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1순위 후보를 거부했다”며 “혼용무도의 세상에서 두 차례나 좌절당한 총장 1순위 후보자에게 깊은 위로의 말밖에 전할 수 없는 무기력한 현실이 안타깝고 권력과 자본에 의해 점령당한 대학의 현실, 원칙과 정의가 무너진 교육의 현장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참담한 현실이 부끄럽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 자율의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짓밟힌 대학의 자존감 회복과 미래지향적인 대학발전을 위해 총장직선제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사자인 김사열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임용권을 불합리하게 행사했다. 또한 교육부는 (문제를) 순리적으로 푼다고 해놓고 결과적으로 2순위를 임명해 대학을 기만했다. 대학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정권이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1일 금요일 한 일간지 기자로부터 들은 내용이다. 소위 정권 실세라는 사람이 말하기로 내가 범법행위를 한 전적이 있어 (경북대 총장으로) 임용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그 기자에게 난 범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그러한 주장은 나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분이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오히려 대통령이 범법행위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싶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허위사실 유포

그는 교육부의 무순위 추천의 부적절함도 지적했다.

그는 “무순위 추천은 법조항이 있는 게 아니다. 교육부의 방침일 뿐이다. 교육부가 방침 하나 만들어서 대학마다 강요하는 것을 수용해야 되겠나. 그렇게 하면 대학 자율성이 훼손되고 망가지는 일”이라며 “무순위 추천을 할 것 같으면 투표는 왜 하나. 그것은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권은 짧고 정의의 역사는 길다. 그 분들이 나를 (총장으로)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태에 대해 설명을 하고 당당하게 정치를 하는 게 맞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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