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3차대전> ‘다크호스’ 현대백화점 뜨는 이유

2016.10.10 11:38:52 호수 0호

유통 빅3 강남대전 “준비는 끝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기 위한 ‘시내면세점 3차대전’의 막이 올랐다. 내로라하는 거대 유통공룡들이 각자 다른 꿈을 갖고 한 곳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현대백화점의 공격적인 움직임이다. 일전의 패배를 교훈삼아 유일한 신규 사업자임을 내세우며 광폭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4일, 오후 6시에 서울 4장과 부산 1장, 강원도 평창 1장 등 총 6장의 신규 시내면세점에 대한 특허 신청을 마감했다. 눈길을 끄는 건 대기업용 3장, 중견·중소기업용 1장이 배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의 향방이다. 특히 대기업용 3장의 특허권은 국내 유통공룡들의 성패를 좌우할만한 핵심요소로 꼽힌다. 관세청은 60일 내 특허심사위원회를 열고 12월 초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통보할 계획이다.

대기업용으로 배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목표로 출사표를 던진 업체는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신세계면세점, HDC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등 5곳. 워커힐호텔(광진구)을 내세운 SK네트웍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강남 지역에 신규 면세점을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는 강남구 코엑스 단지 내 무역센터점, 신세계는 서초구 센트럴시티, HDC신라는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롯데는 송파구 월드타워점을 거점으로 내세운 상태.

안 보이는
치열한 신경전

지난해 말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빼앗긴 롯데면세점은 사업권 탈환을 벼르고 있다. 국내 1위 면세점 사업자의 운영 노하우와 1300명 종업원의 재고용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단 급격히 나빠진 기업이미지를 어떻게 제고하느냐가 관건이다. 벌써부터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검찰의 대대적인 비자금 수사와 면세점 입점 로비에 연루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사례가 걸림돌이 될 거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이 면세점 후보지로 강남 지역을 내세운 반면 SK네트웍스는 도심서 다소 벗어난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 인근을 내세웠다. 15만평 규모의 면세점을 조성과 함께 세계 최장의 인피니티 풀, 사계절 스파 등 관광객을 유인할만한 편의·위락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HDC신라면세점은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 등 IT 기술을 총동원한 ‘디지털 혁신 면세점’을 차별점으로 부각했다. ‘2차 면세점 대전’의 승자인 신세계DF는 강북의 명동 1호점에 이어 신세계 강남점이 위치한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1만3500㎡ 규모의 2호 면세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면세관광산업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방침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중국의 17개 여행사와 MOU를 체결하고 중국인 관광객 200만명의 한국 방문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무역센터점 8∼10층에 총 1만4005㎡ 규모의 면세점을 신설 방안을 제시했다.
 

더욱이 현대백화점은 입찰에 참여한 5개 업체 중 유일한 신규 사업자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현대백화점은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통해 면세점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형평성이라는 측면서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은 유통업계에서 현대백화점을 유력 후보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여행업계가 현대백화점을 지원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시우홍 중국여행사(CTS) 총경리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서울 강남지역에 대한 중국 현지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현대면세점이 서울 강남 삼성동에 들어설 경우 코엑스 단지가 컨벤션·엔터테인먼트·쇼핑·숙박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국 관광의 게이트웨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은둔 경영인
회장도 나섰다

사내면세점 특허권 쟁탈전은 총수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각종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창 바쁜 법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조차 “풍부한 역량을 갖춘 롯데면세점의 장점을 내세워 좋은 결과를 얻어내라”고 당부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유치하면서 일전에 HDC면세점의 특허권 획득에 큰 공헌을 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번에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창업회장이신 선친의 ‘관광입국’ 꿈이 서린 워커힐을 다시 한국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온몸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혁신적인 면세사업자로서 센트럴시티를 세상에 없는 ‘마인드마크’ 면세점 타운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공식석상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도 두팔 걷고 나선 모습이다.그만큼 면세점 특허권에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의 의중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법인 설립 등기를 완료한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야말로 ‘배수진’을 치고 입찰에 임하는 셈이다.

이처럼 대형 유통기업들이 시내면세점 특허권 쟁탈전에 사력을 다하는 것은 면세점 매출뿐 아니라 낙수효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갤러리아면세점63이 그랜드 오픈한 지난 7월15일부터 9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3레스토랑은 20%, 아쿠아리움63과 63아트는 80% 늘었다. 

신세계면세점이 들어선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이전보다 북적거리고 있다. 1만3200㎡ 규모의 면세점이 들어섬으로써 영업면적은 4분의 1가량 줄었지만 매출은 늘었다. 지난 5월18일 면세점 오픈 후 9월 말까지 전년 대비 10.6%, 두 자릿수 신장을 기록 중이다. 식당가도 영업면적이 53% 줄었으나 매출은 3.1% 증가했다. 두타면세점은 오픈 이후 두타몰의 패션&액세서리 매장 및 아동패션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군침 흘리는
면세 낙수효과

하지만 기존 사업자의 재입찰 참여를 막지 않는 정부 정책은 여전히 혼란을 야기한다. 오락가락한 면세점 정책이 제일 큰 문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고제로 운영되던 면세점 제도는 허가제로 전환된 후 대기업 독과점 논란에 봉착했다. 결국 특허기간을 줄이는 식으로 땜질식 처방이 이어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지난해 벌어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논란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세청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15년 만에 처음으로 내놨다. 특허권을 차지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너나없이 달려든 모습은 총력전 그 자체였다. 제각각 수백억 단위의 투자금을 제시했던 사활을 건 혈투 끝에 결국 5개 사업권을 놓고 희비는 엇갈렸다. 승패가 뚜렷이 갈린 싸움이었지만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았다. 한술 더 떠 관세청은 올해 하반기 서울에 면세점 특허권을 늘린다는 전례 없는 계획을 내놓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사업자들이 신규 면세점의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면세점 운영의 노하우는 분명 중요한 덕목이지만 기존 사업자들이 3차 면세점 대전서도 특허권을 갖게 되면 그만큼 진입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면세점 정책이 더욱 폐쇄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마저 염려되는 셈이다.

신규사업자 역할
진입장벽 낮춰라

유통업계 관계자는 “1조600억원 규모로 폭풍성장 국내 면세점사업에 어느 순간부터 신규사업자들이 참여하기 힘든 거대한 장벽이 덧씌워지는 양상”이라며 “운영의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신규사업자들의 활발한 진출을 독려하고 이를 통해 폐쇄적인 면세점 생태계를 개선하는 방향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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