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에 밀리는 김무성, 왜?

2016.10.04 11:54:48 호수 0호

날개 없는 추락…반전 카드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한때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대표를 누르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라는 고공행진을 펼쳤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최근 부침을 겪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조차 밀리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전국 민생투어를 통해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그의 전략이 무색해 보인다. 과연 그에게 반전의 카드는 있는 것일까.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한때 대선주자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그가 당 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 2015년 4월, 13.5%에 그쳤던 지지율을 4월 5주차에 19.8%까지 끌어올리더니 5월 1주차에는 22.6%를 기록, 22.5%로 하락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0.1% 포인트 차로 제쳤다. 이후에도 김 대표의 상승세, 문 대표의 하락세는 꾸준히 이어졌고 5월 4주차에는 김 대표가 24.2%, 문 대표가 18.3%로 5.9%포인트라는 오차범위 밖 격차를 만들어냈다(리얼미터 기준).

한때 고공행진

당시 김 대표의 몸값을 올린 것은 4·29 재보궐 선거였다. 4개 지역서 실시된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3개 지역을 휩쓸었다. 그 중심에는 종일 선거구를 누빈 김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특히 박근혜 마케팅 없이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정가 안팎으로부터 큰 점수를 받았다.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김태호 의원이 김 대표를 ‘선거의 남왕(男王)’이라 부르며 업어준 일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연출이 아니었다.

그런 김 전 대표가 최근 부침을 겪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김 전 대표 입장에선 세옹지마를 느껴질 법하다.

‘리얼미터’ ‘한국갤럽’ 등 복수의 여론조사전문기관서 내놓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면 김 전 대표는 상위 5인 안에 들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9월 3주차 ‘여야 19대 대선주자 지지도’ 주간 집계를 보면 김 전 대표는 지난주와 동률인 3.8%로 6위에 올랐다. 지난 1년 사이 20.4%포인트가 빠진 셈이다.


한국갤럽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 결과인 ‘9월 2주차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김 전 대표는 고작 3%에 그쳤다. 여권 내 순위로는 2위였지만(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제외), 5%를 기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2%포인트 차로 밀린 결과였다. 다른 결과에서도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에 머무는 수준이다. 대권을 꿈꾸는 김 전 대표 입장에서 달가운 소식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듯 낙폭이 큰 것일까. 결정적인 원인은 4·13 총선 참패다. 총선이 있었던 4월 한 달 동안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은 11%에서 3%로 급락했다. 총선을 통해 10%에서 21%로 지지율이 상승한 국민의당 안철수 당시 대표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한국갤럽 기준).

리얼미터 또한 총선 결과가 반영된 4월 2주차 ‘여야 19대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이 13.9%에서 8.7%로 5.2%포인트 급감했다.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4.8%에서 5.0%로 오른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의 차이를 만든 원인은 소위 ‘옥새 파동’이라 불린 사건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유 의원은 새누리당으로부터 공천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최고위원회의는 결정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시간만 보내던 상황이었다. 수차례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것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었다.

한때 지지율 1위 “문재인도 이겼다”
‘옥새 파동’ 이후 지지율 20.4% 폭락

그러던 중 김무성 당시 대표는 지난 3월24일, 공식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날 ‘옥새 투쟁’을 선언하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원유철 당시 원내대표가 급히 김 대표를 찾아 부산으로 내려갔을 정도로 총선을 앞두고 사태는 급박하게 진행됐다.

결국 김 대표와 친박계는 타협했지만, 이를 지켜보던 유권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총선에 참패하며 원내 1당 자리를 내줬고 김 대표는 총선 결과가 나온 4월14일 “선거 참패의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부터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옥새 파동에 대해선 평가가 갈렸다. 우선 김무성 책임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를 총선 참패의 원흉으로 꼽는다. 지난 7월에 나온 새누리당 <국민백서>에서도 “공천 막판에 김 대표의 ‘옥새 파동’까지 벌어져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대로 김 전 대표가 부산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그나마 중도층 표심 이탈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선 공천과정에서의 최대 피해자인 김 전 대표를 총선 패배 책임자로 지목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천 막판 김 전 대표의 의결거부는 당시 당헌·당규를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하고 유일한 선택이었다. 만일 이마저도 없었다면 새누리당에 대한 중도층 이탈이 더욱 컸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지난 8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민생투어를 다니는 등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했다. 염색도 하지 않은 반백의 머리에 양복 대신 허름한 체크 남방 차림을 입고 전국을 누볐다.


수염이 덥수룩이 자란 얼굴로 밀집모자를 쓴 수수한 모습의 사진이 하루 꼴로 김 전 대표의 SNS에 올라왔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일각에선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난도 일었다. 지지율 반등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냉랭했던 반응을 뒤로한 채 김 전 대표는 각종 국회 토론회에 얼굴을 보이며 활동하고 있다. 개헌,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에 소신을 드러내며 어젠다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자신의 주도 하에 만든 ‘격차해소 경제교실’이라는 공부모임도 발족시켰다.

해당 모임에서 증세, 국제외교, 복지, 소득분배 등 사회 전반적인 이슈를 다룬다는 계획이다. 향후 김 전 대표의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다각적인 움직임에도 좀처럼 지지율 향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생행보 해도…

부침을 겪고 있는 김 전 대표에게 반등의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김 전 대표가 지난 2014년 10월 ‘세월호 특별법’ 타결과 국회 정상화 성과에 힘입어 여야 통합 대선주자 1위를 차지했던 선례를 언급하며 협상력을 보여줄 때라고 말한다.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 그러한 협상력을 보여줄 적기라는 것이다. 김 전 대표가 나서 강 대 강으로 맞붙고 있는 정세균 의장과 이정현 대표를 한 테이블에 앉힐 수만 있다면 원하던 지지율 반등을 이뤄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연 대권을 꿈꾸는 김 전 대표가 대선까지 남은 1년2개월 내에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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