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꼭두각시> 비선실세 최순실 의혹들

2016.09.26 10:16:02 호수 0호

“그녀의 말은 곧 어명이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 대형 게이트가 터질 조짐이다. 여기에는 ‘수상한 재단’ 두 곳이 있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다. 두 재단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재벌들이 800억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만든 곳이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최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 외에도 최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이라는 증언이 연이어 폭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윤회 국정 농단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인물로 구속 기소된 박관천 경정의 말이다.

대통령과 관계
그녀는 누구?

그는 검찰 수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에는 ‘찌라시 수준의 발언’이라는 게 세간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에 가까웠다. 재단법인 K스포츠를 설립하는 과정서 최씨가 깊게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과 일부 매체서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무시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최씨 의혹은 지난 2014년 말 청와대 내 권력암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사건 때와는 달리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어 청와대 내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씨 의혹의 쟁점은 ▲최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과 운영 개입 여부 ▲최씨가 브로치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구입해 박 대통령에게 건넸는지의 여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발탁과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이다. 

최씨는 1970년대 후반 박 대통령이 ‘퍼스트 레이디’로 활동하던 시절 측근이었던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로 박 대통령과는 남매 같은 사이다. 최 목사는 당시 박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 갖기 운동’과 그 조직이었던 ‘새마음 봉사단’의 실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는 최 목사와 박 대통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유세 현장서 피습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극진히 간호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최씨는 1996년 정윤회씨와 결혼해 같은 해 승마선수인 딸 정모씨를 낳았다. 하지만 정윤회씨와 2014년 5월 이혼했다. 최씨는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100억원대를 호가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빌딩을 비롯, 강원도 평창군과 경기도 하남시 등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부동산을 놓고 “부친 최태민 목사의 돈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권력서열 1위? 터질 게 터졌다
VIP 브로치까지…수발 도맡아
 

최씨가 박 대통령과 사적인 관계를 넘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끊이질 않았다. 2013년 딸 정씨와 관련된 이례적인 승마협회 조사·감사 과정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가 최씨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자 담당 국장과 과장이 경질됐다. 이 과정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다. 
 

박 대통령이 문체부장관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 국장과 과장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경질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때문에 승마계에선 “정윤회씨와 최씨 부부가 사태의 배후”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외에도 지난해 정윤회 국정 농단 문건 유출 때 사실상 최씨가 실세라는 말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고리 3인방'이 박 대통령의 생살이라면 최씨는 오장육부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생살은 피가 나도 도려낼 수 있지만 오장육부에는 목숨이 달렸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미르, K스포츠…
그녀와 재단이?
 

최씨가 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이었던 스포츠 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13일 취임한 정동춘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그 직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서 ‘운동기능회복센터’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이 센터는 최씨가 지난해까지 살았던 신사동 자택과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 떨어져 있다. 최씨는 5년이 넘는 단골손님이며 자주 이곳을 찾아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씨의 치료와 상담은 정 원장이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야권의 공세가 거세다. 야권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청와대 배후설을 꺼내들고 파상공세에 나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서 “(두 재단이) 설립 몇 개월 만에 약 900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설립 허가 및 모금 배후에 청와대 모 수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수석들도…
그녀가 꽂았나?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도 “통상 일주일서 한 달이 걸리는 법인 설립 인허가가 하루 만에 났고, 두 재단의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도 대부분 똑같다”며 “이 정도면 5공 시절 일해재단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최씨가 우병우 민정수석을 박 대통령에게 천거하는 등 청와대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의혹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질의를 통해 나왔다.
 

조 의원은 “우병우 민정수석은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며 “우 수석의 민정비서관 발탁, 청와대 입성은 최순실씨와의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검사장 승진서 탈락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상태이던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에 임명됐다. 8개월 만인 이듬해 민정수석으로 고속 승진했다. 연배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인사였지만 자세한 배경은 알려진 바 없었다. 

우병우 등 청와대 인사 개입설
청 출신 조응천 저격수로 나서 


조 의원은 박 대통령의 헬스 트레이너로 구설에 올랐던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도 최씨가 추천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유명 연예인과 대기업 최고경영자 등의 개인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윤 행정관은 2013년 2월 부이사관급 고위공무원인 3급 행정관으로 청와대 제2부속실에 채용됐다. 

이후 윤 행정관이 재직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를 공무원으로 채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착용한 브로치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최씨가 청담동서 구입해 전달한 의혹이 제기됐다. 또 최씨는 과거 대통령 취임식 당시에도 박 대통령이 입은 고가의 한복을 디자이너 김모씨에게 직접 주문해 챙긴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한복 디자이너 김씨는 현재 미르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청담동의 주얼리 가게 대표 박모씨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3∼4년 전 박씨의 가게를 방문한 마지막이었다. 박씨는 본인 가게와 박 대통령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 가게 역시 최씨 집에서 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주얼리 가게는 서울강남구 청담동 명춤거리 뒤편 고급 주택단지 사이에 있는데, 최씨가 최근까지 거주했고 현재 소유중인 강남의 한 빌딩과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한편 박씨 가게서 판매 중인 고급 주얼리는 개당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 뒷바라지
그녀의 역할은?

한편 청와대는 이런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및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일방적인 추측성 기사에 언급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순실 드나든 청와대 비밀통로 어디? 

최순실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비밀 통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선데이저널>의 연훈 발행인은 “(최순실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이미 박근혜정권서 최순실이 스타렉스 밴을 타고 비밀 통로를 통해 자유롭고 빈번하게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청와대 경비까지도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폭로했다.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위원도 지난 22일 기명 칼럼서 “청와대 근무자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듣지 못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라며 “최씨가 비교적 자주 청와대를 드나든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전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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