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SNS 거래 실태

2016.08.29 11:58:21 호수 0호

채팅 접촉 사이버머니로 결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작년 SNS를 이용한 마약범죄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한 피해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인터넷상에서는 마약을 사고파는 글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마약 제조법까지 공유한다.



지난 15일, 전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판매하려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50)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일 필로폰 20g(시가 540만원 상당)을 판매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했다가 첩보를 입수하고 주변에 잠복해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이들은 SNS에 마약 판매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접근한 구매자들에게 판매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루트 다변화

지난 21일 강서경찰서엔 필로폰을 투약한 김모(37)씨가 제발로 걸어들어오는 사건도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며 경찰에 다급히 신변 보호를 요청한 김씨의 행동은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마약 투약을 의심한 경찰은 남성을 마약사건전담팀으로 인계했고 곧장 소변검사를 통해 마약 양성 반응을 확인한 경찰은 김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외국계 회사 직원인 김씨는 지난 19일, SNS를 통해 신종 마약류인 엑스터시를 구입하고자 마음먹었다. 김씨는 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엑스터시를 수소문했고 마침 이 포스팅을 본 대만인 A씨가 자신이 구해줄 수 있다며 만남을 제안했다. A씨 제안에 끌려 대만으로 날아간 김씨는 당일 저녁 한 호텔서 A씨를 만났다. 하지만 A씨는 엑스터시 대신 필로폰을 김씨에게 투약한 뒤 성관계를 맺고 사라졌다.


A씨와 헤어진 김씨는 지난 21일 귀국했으나 누군가 계속 자신을 쫓고 있다는 환각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결국 자택서 가장 가까운 강서서를 찾았다가 마약 투약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최근 들어 김씨처럼 SNS를 매개로 손쉽게 마약을 접하는 사례는 크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박민표 검사장)는 지난 22일 ‘2015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표,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1만1916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던 2009년 1만1875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876명이 적발됐다. 2014년 대비 여성은 5.3%, 미성년자는 무려 25.5%가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연말까지 1만5000명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대검의 우려 섞인 전망이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는 마약 전과자는 물론 마약 경험이 없던 일반인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주문하고, 국제우편물이나 특송화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마약류 제조 기술을 직접 배우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전직 제약회사 직원이 마약 전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 필로폰 제조방법을 습득해 집에서 필로폰 60g을 만든 사례가 있다. 이는 2000여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인터넷·스마트폰으로…제조법도 공유
사상 최대치 여성·청소년 증가 추세

지난해 6월에는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국제특송화물로 받은 엑스터시, GHB(일명 물뽕) 등을 SNS를 통해 일반인 80여명에게 판매한 마약 밀수범이 구속되기도 했다.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이들 가운데는 현직 교사와 대학생, 의사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류의 공급 루트도 다변화하고 있다. 종전에는 중국이 마약류 최대 공급국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본·동남아시아·멕시코 등에서도 필로폰 등이 밀반입되고 있다.

국제우편과 특송화물로 밀수입되는 마약류는 15.97kg으로 전체 압수량의 19.3%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탈북자와 조선족이 연계한 ‘북한산 마약’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금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을 거래대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임모(30)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 블로그 게시판에 마약의 일종인 대마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임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외국에 서버가 있는 SNS의 채팅앱으로 마약 구매자와 정보를 주고받았다.

이때 비트코인을 거래대금으로 전송받기도 했다. 미래 화폐로 주목받는 비트코인은 인터넷 공간에서 은행을 통하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되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거래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마약 구입이 쉬워지다 보니 여성·청소년 마약사범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여성 마약사범은 2272명으로 전체의 19.1%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벌써 1370명이 단속됐다. 중·고교생 등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0.4%서 작년 1.1%까지 올라갔다.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마약 거래가 빈번해지면서 검찰과 경찰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검·경은 올해 4월부터 전국 14개 지역에 ‘마약 수사 합동수사반’을 편성해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인터넷 다크웹사이트를 통해 밀수입한 엑스터시를 이태원 클럽 등지서 판매한 프랑스인 B(28)씨도 서울서부지검과 서울 마포경찰서 합동수사반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대검찰청 강력부는 앞으로도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마약을 거래한 사범들을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또 마약 관련 용어가 들어간 인터넷 게시물을 자동으로 선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 검찰청을 단일망으로 연결하는 상시 모니텅링 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불법 사이트를 즉각 폐쇄하고 수사단서 확보가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수작업으로 모니터링을 해 2014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202개의 불법사이트를 차단하고, 1377건의 불법 게시글을 삭제 조치했다. 대검은 각종 간행물과 유인물, 전화, 인터넷 등으로 마약 판매를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도 신설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밖에도 관세청과 협업해 대형 밀수사건 관련 정보 수집기능을 강화하고 마약사범의 강제송환을 위해 국제공조에 주력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이미 지난달부터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특송화물센터를 준공해 국제특송화물검색을 더욱 강화하고 검·경 합동수사반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구입 쉬워져

대검은 또 아태마약정보조정센터(APICC) 회원국과 공조해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필로폰을 밀수출한 한국 국적 마약사범 6명을 올해 6월까지 강제 송환받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앞으로도 청소년과 단순 투약자들에 대해선 교육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하고 치료 의지가 있는 중독자는 치료 보호나 치료감호 조치를 하는 등 치료와 재활교육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