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혈투’ 금호가 전쟁 풀스토리

2016.08.22 11:59:11 호수 0호

‘형제의 난’드디어 끝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리멸렬했던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다툼이 종지부를 찍었다. 화해의 손을 내민 동생에게 형은 고마움을 표했고 이제 각자의 길을 갈 일만 남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7년이다.



지난 11일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과 기옥 전 금호석화 대표이사를 상대로 한 ‘CP 부당지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에 대한 배임 혐의 형사고발을 취하했다. 현재 진행 중인 상표권 소송 역시 원만하게 조정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따로 또 같이
갈 길 간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주주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 더욱 집중하고자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모든 송사를 내려놓고 갈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금호아시아나도 하루빨리 정상화돼 주주와 임직원, 국가경제에 보다 더 기여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취하 배경을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유화학의 모든 소송 취하에 대해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양 그룹간 화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소송 취하는 박삼구·박찬구 형제 간 갈등이 일정 부분 봉합됐음을 의미한다. 지난 2009년 촉발된 경영권 분쟁 이후 서먹해진 둘 간의 관계가 7년이 지나서야 회복된 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46년 전남 나주 출신의 고 박인천 창업주가 46세의 늦은 나이에 택시 2대로 세운 광주택시에서 출발했다. 1971년 금호석유화학을 시작으로 꾸준히 사세를 확장하면서 어느덧 건설, 물류, 금융을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 한 번 대담한 도박을 단행한다. 2006년 11월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40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08년에 대한통운마저 4조6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그 사이 재계 순위는 7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박삼구-박찬구 형제 다툼 종지부
손 내민 동생에 형 고마움 내비쳐

그러나 연이은 인수합병은 악재로 되돌아왔다.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덩치를 불리는 통에 현금 유동성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특히 대우건설을 품에 안는 과정에서 쌓였던 빚이 발목을 잡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전체 지분 6조4000억원 가운데 3조5000원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대출해 충당했다. 2009년 말까지 인수 당시 주가 2만6000원보다 6000원 높은 3만2000원이 안 될 경우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산다는 ‘풋백옵션’을 내걸었다.
 

그러나 2008년 불어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대우건설 주가는 1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투자자에게 약속한 3년이라는 시간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투자자들은 당연히 풋백옵션 행사하며 대우건설을 3만원에 사줄 것을 요구했고 이 금액의 총액은 무려 4조2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대우건설 인수 이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난 부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잇단 재매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형제 간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동지서 적으로
7년의 비방전

박삼구 회장이 그룹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반면 그룹 내 석유화학 부문을 이끌던 박찬구 회장은 이를 극구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묵살했고 둘은 그룹 경영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먼저 움직인 쪽은 박찬구 회장이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재매각하자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의 공격적 경영 실패를 문제 삼고 나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2009년에는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 분리를 시도했다.

여기에 맞서 박삼구 회장은 같은 해 7월 ‘지분공동보유’ 규칙을 깬 박찬구 회장을 해임한 채 본인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표면상 동반 퇴진이었지만 사실상 형이 동생을 내보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박삼구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인 박찬구 화학 부문 회장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해임 조치를 단행했다”며 “동생을 해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찬구 회장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박찬구 회장은 2011년 3월 금호석유화학 계열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시켜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했다. 이때부터 수십건에 달하는 소송이 본격화됐다.

2013년 9월에는 ‘금호’ 상표권을 놓고 형제간 소송에 돌입해 지난해 7월 법원이 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박삼구 회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2014년에는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4년 기준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의 피소건수는 91건, 피소금액은 2193억원에 달했다.

심지어 2010년부터 그룹 창립기념일 행사도 따로 치를 만큼 형제간 불신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창업주의 기일과 성묘도 각각 챙기는 등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소송 취하로
화해무드 조성

그러나 평행선을 달리던 형제간 대립은 2015년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변했다. 둘 사이에 어딘지 모를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9월 금호피앤비화학에 발행했던 어음대금 90억원과 이자 30억원을 법원에 공탁했고 금호피앤비화학은 소송을 취하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고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유화학그룹 계열이다.

금호그룹은 계열 분리 이전인 2009년 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을 대상으로 각각 90억원, 3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기업어음(CP)을 매입토록 했다. 그러나 2010년 초 금호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CP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금호피앤비화학은 2013년 5월 어음금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물론 1건의 소송취하로 둘 사이 쌓인 앙금이 전부 해소된 건 아니었다. 금호산업이 어음 원금과 이자를 법원에 공탁했고 금호석유화학에서 소송을 취소한 과정은 상표권 소송 판결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에게 창끝을 겨누던 모습은 일정 부분 사라졌다는 게 중론이었다.

화해무드는 지난해 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그룹이 완전 분리된 후 한층 뚜렷해졌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박찬구 회장이 진정성에 동조하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 박삼구 회장이 “동생과 추석에 함께 성묘를 가고 싶다”고 화해 용의를 내비쳤다. 박찬구 회장도 올해 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화해 가능성을 생각해 보겠다”고 언급했고 급기야 형제간 화해가 현실이 되기에 이른다.


물론 7년간 쌓인 해묵은 감정이 완전히 해소됐을지는 의문이다. 박찬구 회장의 여건이 박삼구 회장보다 유리한 상태였기에 가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호그룹 재건 후 또다시 '형제의 난'이 불거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금호타이어 인수에 난항을 겪는 만큼 형제 간 갈등이 부각될 가능성을 일단 차단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의 소송 취하로 당장 금호터미널 부실 실사와 합병 정당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특히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 인수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호타이어는 오는 11월 예비 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불거진 금호터미널 실사 보고서 조작 논란이 화해모드를 조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호터미널의 실사 용역을 수주한 삼덕회계법인은 최근 금호아시아나 측 회계사가 금호터미널의 실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인수로 표출된 갈등
이후 계속된 제살깎기 소송전

해당 회계사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종로경찰서와 서울남부지검에 고소된 상태다. 경찰은 해당 문서의 위조 및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실사는 삼덕회계법인이 아닌 삼정KPMG가 진행하고 금호아시아나 측이 삼덕회계 법인의 이름을 도용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재건의 중추가 될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서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에게 공동인수 등을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하고 그룹 재건을 마무리한 뒤 일정 계열사를 박찬구 회장이 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송 취하 과정에서 마음을 비우고 ‘각자의 길’을 가겠다던 박찬구 회장의 입장을 감안하면 공동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찬구 회장이 애써 분리한 회사를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편입시킬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이다.

분쟁 마무리
향후 행보는?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해무드는 재벌가 분쟁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수사기관의 타깃이 된 롯데그룹 사례처럼 갈등이 지속되면 서로 이로운 점이 없다는 교훈이 컸을 것”이라며 “금호타이어 인수전과 관련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박찬구 회장이 향후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서발전 유해물질 방류 파문
녹색기업 맞아?


동서발전이 울산 앞바다에 유해물질을 방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최근 울산해양경비안전서는 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에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배출했다고 밝히면서 표면화됐다.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00톤에 달하는 양이 발전소 주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동서발전은 2004년부터 12년간 녹색기업으로 선정된 곳이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는 해양 방출이 금지된 소포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5년간 무단방류했다. 관련 직원 2명이 불구속 입건돼 조사 중이다. 발전소는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거품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물질을 섞은 것으로 밝혀졌다. 디메딜폴리실록산은 인체 노출 시 눈 손상 및 피부염을 일으키고 다량 투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디메틸폴리실록산 바다에 배출
2004년부터 12년 녹색기업 선정

울산해경은 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가 유수분리조 안에 잠수펌프를 설치한 사실도 밝혀냈다. 폐유가 섞인 물을 바다로 몰래 흘려보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동서발전은 “잠수펌프는 홍수 등 유사시 유성혼합물이 넘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의 수사는 전현직 임직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동서발전은 2004년부터 12년간 녹색기업으로 선정된 전례가 있다. 녹색기업에 선정된 동서발전은 그간 각종 특혜를 누려왔다. 시설 점검을 피할 수 있는 면책특권은 환경 점검 소홀로 이어졌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8월에도 평택화력에서 같은 물질 배출 건으로 조사를 받았던 전례가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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