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8·9전대 후폭풍> ‘박심’ 이정현의 네가지 임무

2016.08.16 12:53:05 호수 0호

활짝 열렸다 ‘도로 친박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변은 없었다. 새누리당 8·9전당대회는 이정현, 아니 친박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권을 잡은 이정현 신임 대표는 이제 다각적인 임무 수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청관계 정립, 내부 교통정리, 야당 압박, 대선주자 옥석가리기 등이 바로 그것. ‘박근혜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이 대표가 취할 액션플랜을 <일요시사>가 진단해봤다.

 



친박의 완벽한 승리였다. 특히 이정현의 당권 쟁취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임기 후반부 가장 골치 아팠을 일이 해결되는 순간이다. 박근혜정권의 시작과 함께 출범한 비박계 지도부는 그간 당청관계에 있어서 박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보여 왔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의 국정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동조해 줄 친박계 지도부가 절실했을 터. 그런 오랜 숙원이 임기 후반부, 바로 레임덕을 코앞에 두고 해결된 모습이다.

박근혜 복심
이정현 비상

이 대표는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게 된다. 그 중 1년6개월여의 시간이 박 대통령 재임 기간과 겹친다. 그 사이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경선을 총괄하는 것도 이 대표의 몫이다. 이외에도 이 대표가 수행하게 될 임무들은 산적해 있다.

재임 기간이 상당부분 겹치는 만큼 이 대표는 먼저 당청관계 정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대가 있기 전부터 이정현 당시 후보는 복수의 연설을 통해 새누리당과 박근혜정권을 ‘운명공동체’로 정의 내렸다. 때문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일의 청와대 오찬은 그 첫 걸음이었다. 당청의 ‘신(新) 밀월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당에서는 이 대표와 당선된 최고위원 5명은 물론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함께 자리했다. 청와대서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이 동석했다.


당청 소통에 있어서 김재원 수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청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때문에 당 지도부와의 스킨십은 필수적이다. 김 수석이 국정 운영의 키맨으로 떠오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당청 간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정무수석을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해왔다. 김 수석의 전임이었던 현기환 전 정무수석 또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어그러진 당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임명됐다가 ‘총선 돌격대장’으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교체된 바 있다.

김재원과 궁합
너는 내 운명?

두 사람의 관계가 첫 단추부터 잘 꿰졌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박 대통령과의 오찬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김 수석과 만나 소통 의지를 확실히 전달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김 수석에게 “한 명의 대통령이 여러 국정을 다루는 데 얼마나 많이 바쁘시겠냐”며 “할 수 없이 수석님과 많은 접촉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청 관계의 순풍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임무는 소통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당 내부 기강잡기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김 수석에게 “새누리당 사람들은 여당이 뭔지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해야 한다”라며 “여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야당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대하려고 하면 그건 여당이 자기 본분·지위·신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박계에 대한 선전 포고로도 해석된다. 또한 이 대표는 당선 후 가진 첫 최고위원회의서 공개 발언을 사실상 폐지해 ‘함구령’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박계는 이 같은 이 대표의 조치에 대해 비주류를 말살하기 위한 ‘언로(言路)’ 차단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편으론 비박계 보듬기에 나서는 등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비박계 대표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는 대체로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인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지도부 체제…당청 순풍 예고
김재원과 관계 주목 “첫 단추 성공적”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가 그간 박 대통령과 부딪쳐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행보다. 김 전 대표의 경우, 전대가 있기 전 이 대표의 경쟁 상대인 주호영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이 대표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 있는 사람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있었던 국회법 파동 이후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히는 등 친박계와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대화는 의외의 면이 있다.

때문에 이 대표의 이러한 보듬기 행보는 당청 협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정권재창출을 위해 대외적으로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로도 보인다. 이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여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러한 광폭 행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파 간 화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정가에서는 또 다른 불씨가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예상되는 ‘발화지(發火地)’는 바로 당직 인선이다.
 

이 대표는 전대 직후 대표 수락 기자회견서 계파 탕평을 약속했다. 그는 “적재적소가 최우선이지 계파, 파벌,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인사는 본래 내 원칙과 철학에 맞지 않는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원내에서 해온 많은 당직을 원외(인사)가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 활동, 지역구 행사 등에 얽매이지 않는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당 운영과 정책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직 인선 뇌관
원외 중용 의지

이 대표가 인선할 주요 당직으로는 과거 제1∼3부총장에 해당하는 조직부총장, 전략기획부총장, 홍보본부장과 정책·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원장,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각종 주요 선거에서 외연 확장을 담당하는 인재영입위원장 등이 있다.

여기에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 등도 이 대표가 임명할 수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복수의 연설을 통해 정책, 정세 분석, 미디어 대응 등을 담당할 조직은 원외 인사들 중 전문가로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일단 이 대표는 박명재 사무총장을 포함한 현재의 주요 당직자들로 당을 운영하되 시간을 두고 인선을 추진키로 했다.

이 대표는 측근 그룹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대에서도 캠프를 꾸리지 않고 ‘나홀로’ 선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적 부채가 없는 상황에서 능력 위주의 인선을 단행할 명분은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측근이라는 보호막이 없어 비박계의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임 김무성 전 대표 또한 사무총장이나 여의도연구원 등 주요 당직을 친박계의 반대로 장기간 공석으로 남겨 놓은 선례가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인 이 대표가 얼마나 실천 의지를 갖고 움직일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직접 인선할 수 있는 자리외에도 이 대표의 입김이 얼마만큼 발휘될지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야권은 우 수석에 대해 즉각 사퇴를 요구해왔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권의 도움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제 갓 지도부가 출범했다면 더욱 야권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당정·국정 수행에 있어서 우 수석의 존재는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 수석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 대표가 야권과 추가경정 예산안,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 등에 대한 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김 내리고 반 띄울까
킹메이커 역할 주목


새누리당은 ‘이정현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도부는 사실상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중간에 있는 과도기적인 지도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선 후보자들의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내년 초를 기점으로 당의 무게중심이 대선후보 쪽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이 대표의 ‘옥석가리기’가 언제쯤 시작될지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정당 구조상 특정 지지 세력을 배제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곧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특정 계파와 지역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말로 귀결된다. 현재 정가에서는 ‘대구·경북(TK)-충청-호남’의 트라이앵글 연대설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의 당선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대망론으로 이어졌다. 단지 반 총장이 친박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대가 있기 전 정가에서는 ‘TK-충청 연대론’이 피어난 적 있다. 4·13 총선으로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TK-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당시 최경환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 시점이기에 ‘최경환 당 대표, 반기문 대통령’을 위해 친박계가 움직일 것이란 말까지 돌았다. 그러나 이제 이 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TK-충청-호남이 삼각편대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충청서 반 총장이 대망론을 피우고 TK에선 친박 실세인 최 의원이 막후 지원에 나서는가 하면 이 대표가 호남에서 야권의 표를 가져온다는 시나리오다.

TK-충청-호남
삼각편대 구성

이 대표는 곧 야권 텃밭 공략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전대가 있기 전 당시 이 후보는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당대표가 되면 호남 출신으로 최초의 보수정당 대표가 되는 것이며, 우리 당이 영남만이 아니라 전국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호남의 20% 이상 지지를 끌어내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박시대’ 희비 갈린 잠룡들

이정현 신임 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여권 대선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TK-충청-호남’을 잇는 삼각 연합이 가능해진 친박계는 반기문 카드를 조기에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단일화에도 친박계에게 힘에서 밀린 비박계는 대선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주호영 후보 지원에 나섰던 김무성 전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에 김 전 대표는 당분간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가운데 연말부터 친박계와 청와대를 상대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 인지도를 상승시킨다는 전략으로 나올 공산이 커졌다. 이 대표가 계파 청산을 선언했음에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때를 기점으로 분당 가능성까지 점치는 모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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