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창업주의 두 얼굴

2016.08.08 13:32:37 호수 0호

남이 하면 스캔들 딸이 하면 로맨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얼마 전 신입 조종사 교육비 선지급으로 논란을 일으킨 국내 저비용 항공사 ‘이스타항공’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직계가족의 사외이사 선임 논란이다. 창업자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의 언행과 대비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07년 설립됐다. 설립 초기부터 지난 2013년까지 6년 이상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에는 매출 2894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였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1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뭘 하겠냐?

부진에서 헤어나오는 중인 이스타항공에 희소식이 들렸다.

20대 총선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지난 5월, 4년 만에 이스타항공 경영 복귀를 선언한 것. 이 전 의원은 기업인 출신으로 이스타항공 설립자다.

총선 패배 이후 그를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신입 조종사 선지급 논란이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교육비의 경우 항공사마다 선불 또는 후불로 받는데, 이스타항공에서는 선불로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일, 이스타항공 사외이사에 창업주의 직계가족이 선임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선임된 사외이사는 이 전 의원의 장녀 이수지(27)씨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당시 “대학을 졸업한 딸이 아직 경영수업을 받을 단계는 아니지만 외국에 거주 중이고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만큼 이스타항공서 무보수 사외이사로 일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시기는 지난해 5월로, 이 전 의원이 19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다. 이씨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의 사내이사로도 근무하고 있다. 장녀의 이스타홀딩스 사내이사 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개인 회사일 뿐”이라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사외이사의 의의를 상실했다는 말도 나온다. 사외이사는 사내이사와 대립되는 직책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선임된다.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전문지식이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법률상 상근이사와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 내부감시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외이사에 이씨를 선임한 것은 사외이사의 기본적인 역할을 무시한 셈이다.

20대 장녀 사외이사 선임…거수기 역할?
의원 시절 다른 회사 질타 '언행불일치'

이에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법적으로 창업주의 딸이 사외이사가 되는 것이 문제가 없더라도 (이번 일은) 대주주를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흐린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이 소속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월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는 모습과도 대비된다.
 

20대 중반의 사외이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적합성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 이씨는 국내에 모처에 거주 중이며 경영관련 경험도 없다.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이 딸을 위해 없는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비상장사여서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는데 사외이사를 장녀로 선임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3년 최종구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씨의 사외이사 적합성 여부에 관해 일부는 ‘거수기’ 역할로 선임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저 동의 거수에 참여 할 뿐이라는 말이다. 이는 이 전 의원이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동양그룹 부실사태를 지적할 때 했던 말과 맥락이 비슷하다.

당시 이 전 의원은 홍기택 전 KD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01∼2010년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시절을 꼬집었다.


그는 홍 전 회장이 지난 2008년부터 22차례의 이사회에 참여해 58개 상정안에 대해 100% 찬성 의결을 냈다는 점을 들어 거수기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전 의원은 국감에서 “9년여 동안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홍 회장 역시 동양증권 이사회의 거수기로 전락했었다”며 “동양그룹이 여기까지 온 데는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의 행동은 국회의원으로 재직 당시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온 모습과 대비된다. 경제민주화는 가난과 부유로 구별되는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언행불일치’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발언과 대비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이 꾸준히 측근 등을 통해 회사 경영에 관여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말도 있다. 이번 이씨의 사외이사 선임도 이 전 의원의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이 전 의원은 전북도당 지역위원장으로 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못 놓은 정치의 꿈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을 지역위원장에 이상직 전 의원이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지난 2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주시 을지역위원장 선거를 전주비전대에서 권리당원 현장투표로 각각 진행했다. 이번 전주을 지역위원장 선거에는 전체 대의원 5051명 가운데 1869명이 참여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최형재 후보와 맞붙었다.

이 전 의원은 982표(52%)를 얻어 884표(47%)를 얻은 최 후보를 따돌렸다. 이날 이 전 의원은 “4·13총선 패배를 당심과 민심을 추스르라는 엄중한 명령으로 받아들인다”며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기반을 닦고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5월 이스타 항공 경영일선 복귀 선언을 했다. 그러나 이번 지역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돼 계속해서 정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현대증권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10년간 일했다. 이후 중소기업을 인수한 자수성가형 기업인 출신이다. 지난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하고 회장으로 재직하다 2012년 19대 총선 민주통합당(현재 더민주) 소속으로 전주 완산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돼 지금까지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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