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해 첫 시동 ‘텃밭’ 대구서 ‘부르릉’

2011.01.11 09:29:53 호수 0호



대권 행보 경계 ‘조심’ 복지 행보 ‘가속’
친박+친이+미래희망연대 등 TK 총집결

신묘년 새해 정치권 전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박근혜 대세론’. 이 기세가 2012년 대선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정치권 최대 관심사다. 지난 역사에서 대세론을 불러일으킨 후보들은 집권에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했다. 대세론의 실체가 뚜렷하면 집권에 성공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랬다. 대세론이 허울뿐이라면 실패한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그랬다. 한편 ‘박근혜 시대’라는 말도 나왔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세론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새해 첫 정치 행보를 2박3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에서 시작했다.
박 전 대표가 지역구에서 밤새 머문 것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2005년 이후 박 전 대표가 이틀 이상 서울 자택을 비운 것은 지금껏 단 세 차례뿐이다.

박 전 대표가 사흘 동안 TK에 머물면서 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본격적 대권행보를 앞두고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민들과 새해 첫 스킨십을 가지며 ‘지역 민심’을 단속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텃밭서 설 인사

정치권 인사들은 “박 전 대표가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대권을 향한 속도를 점점 더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매년 새해에 박 전 대표가 대구를 찾는다.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전 대표는 새해 첫 대구 행보에서도 ‘복지’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복지’로 불리는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사실상 복지 이슈 ‘선점’ 확인 도장을 찍은 공격적 행보다.


지난 3일 대구에 내려온 박 전 대표는 2박3일 동안 모두 10여 곳의 복지 관련 시설 및 단체를 찾았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일정이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대권 행보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장애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만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은 자리에서 “정부 혼자 복지를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이 됐고, 민간단체와 협력해 봉사하시고 싶은 분들께 길을 잘 열어드리면 된다”며 복지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또 노인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해 주셔서 바르고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번 일정 동안 박 전 대표는 일일이 지역 주민들과 손을 잡고 악수를 하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을 했다.

특히 지역 방문 마지막 날 특유의 ‘사투리 개그’ 실력도 선보였다. 지역구인 달성군의 한 경로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부 노인이 그린벨트 해제 등의 민원을 제기해 다른 참석자들과 언쟁을 벌였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웃을 수 있는 얘기를 해드리겠다”며 마이크를 잡고, “지하철에서 경상도 학생들이 사투리로 얘기하자 서울 학생들이 ‘거기 좀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했어요. 그러자 경상도 학생들이 ‘이 카이 마카 니 카이가’(이 칸이 몽땅 너희들 것이냐)라고 받아쳤어요. 그러자 서울 학생들이 ‘거봐, 한국 사람 아니라고 했잖아’라고 했대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박 전 대표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정치 참여와 관련된 이야기도 꺼냈다. 대구시당 여성정책아카데미 신년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토끼는 자신이 만든 길로만 다니는 동물이라고 한다. 정치를 꿈꾸시는 여러분의 길 또한 마찬가지”라며 “여성 스스로가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우리 정치 모습도 권력 정치에서 생활 정치로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제역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구제역 방역에 고생이 많다. 구제역이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방역 직원들을 격려했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이번 대구·경북 방문에 친이계와 중립 성향 인사들이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배영식 의원은 지난 4일 친박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 하며 “하늘을 보고 땅을 봐도 내가 왜 친이인지 모르겠다. 친이 중 친한 의원들도 없는데 내가 왜 친이냐”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른바 월박(친이에서 친박으로) 선언인 셈이다. 배 의원은 그 다음날 행사에도 배석해 현안 보고를 들었다.

비박계 월박 이어질까?

친이계인 주호영, 이명규 의원, 그리고 중립 성향의 이철우 의원도 몇 차례 행사장을 찾았다. 이철우 의원은 특히 지난 4일 경북도청을 찾은 박 전 대표가 김관용 경북지사와 구제역 피해 등의 얘기를 나누는 사이 박 전 대표 옆으로 자리를 옮겨와 사진 찍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40%를 넘나드는 지지율로 예비 대권 주자들 가운데 홀로 고공 비행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생각할 때 ‘비박’ 의원들이 박 전 대표에 다가설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TK 민심에 순응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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