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사
기사가 보도되고 2주 만에 경찰은 대한레슬링협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공금 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한레슬링협회 사무실 2곳을 지난 3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인력 10여명을 투입해 경기도 남양주와 서울 강동구에 있는 대한레슬링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하드디스크와 장부, 서류 등을 확보해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30억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파악했다.
이날 오후 경찰은 대한레슬링협회의 회계담당자 김모(44)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실시했다. 경찰은 횡령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지난해 말 협회 예산 중 30억원가량이 부족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 입증을 위해 압수수색했다.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협회 사무국을 포함,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대한체육회는 대한레슬링협회에 대한 감사도 앞당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령 1063호(5월23일 발행)에서 ‘대한체육회 상납 의혹’을 보도하면서 대한체육회와 대한레슬링협회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체육회는 ‘2016년 6월중 정기 감사 통보 및 수감 자료 제출요청’이라는 공문을 대한레슬링협회에 보내며 감사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지난 1일 통보했다. 이 공문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9월에 대한레슬링협회 감사를 예정했지만, 이를 앞당겨 오는 6월13일부터 17일까지 조기 감사를 실시한다고 알렸다.
대한체육회는 대한레슬링협회에 대한 감사범위도 확대한다고 공문을 통해 밝혔다. 감사 범위는 2013∼2015년 조직 운용, 행정 및 예산집행 실태 등 업무 전반에 걸쳐 들여다 볼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대한레슬링협회) 정기 감사가 애초에 9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최근 언론에 대한레슬링협회 관련 문제가 불거져서 감사를 6월로 앞당겼다”며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경찰에서 압수수색 등 수사가 이루어져 감사를 할지는 내부적으로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협회 사무실 2곳 압수수색
대한체육회는 감사 일정 앞당겨
대한레슬링협회는 지난 2015년도 연말결산 과정에서 32억4225만원에 이르는 금액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된 정황을 발견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대한레슬링협회 감사단은 협회 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32억원에 대해 14개 항목으로 나눠 소명을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이월금 및 보급 사업비’ 항목을 보면 ①2013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이 5010만원에서 2014년 결산 시 전기 이월금이 5억3626만원으로 4억8615만원이 증가한 사유서 제출(누락 통장 내역과 결산서에 반영하지 않은 사유 등 구체적으로 서술) ②2014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 1억1530만원과 실제 이월금 1억4064만원으로 2억5344만원 차이 발생 사유 ③결산서 누락 보급사업비계좌에서 2011∼2015년 경비로 출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2억293만원에 대한 회계처리내역과 지출증빙 관련서류. 이 항목에서만 약 7억1443만원이 회계장부와 결산이 맞지 않으며, 비용에 대한 증빙 서류나 사유가 분명하지 않다.
이처럼 대한레슬링협회에서 발생한 비용이 대체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누구도 이런 문제에 대해 그럴듯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임 관계자들이 횡령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대한체육회에서 지원 받는 국고보조금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0억원을 지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나 마찬가지인데 횡령과 내부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처럼 대한레슬링협회는 내홍이 극심하지만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는 방관해왔다.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대한레슬링협회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 사건을 눈감아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대한체육회 직원들이 대한레슬링협회의 전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로비를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자연스레 대한체육회가 대한레슬링협회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로비 의혹도
대한레슬링협회 전 사무국장 A씨와 전 전무이사 B씨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한체육회 직원들에게 수십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현금을 제공한 의혹도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작성한 대한레슬링협회 비리 관련 문건에는 대한체육회 직원 15명이 A씨와 B씨에게 30만∼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했다는 상납리스트가 편철돼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한레슬링협회 앞날은?
대한레슬링협회의 비리가 끊이질 않자 일각에서는 대한레슬링협회가 관리단체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레슬링인들은 하나같이 "대한레슬링협회의 비리가 끊이질 않은 것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는 회원 종목단체가 정상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해당 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해당 단체의 임원은 모두 해임되며, 각 단체의 모든 권리와 권한이 정지된다. 해당 단체가 정상화 될 때까지 전반 업무는 대한체육회가 대신 관장하게 된다.
앞서 지난 2월25일 비리와 내부 갈등이 끊이질 않은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야구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야구협회는 재정악화와 집행부의 불법 비리 행위가 문제로 극심한 내홍을 앓았다.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