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메피아 음모론

2016.06.13 11:20:44 호수 0호

때는 이때다 '박원순 때리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메피아'를 둘러싸고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여권의 ‘박원순 때리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메피아 음모론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달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19살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청년은 서울메트로와 용역계약을 맺은 은성PSD의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책임 소재에 따라 경영진 2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직원 5명의 직위를 해제했다. 서울메트로는 “조직을 빠른 시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임직원의 사표를 조기에 수리하는 문책 인사를 적격 단행했다”고 밝혔다.

문책이 전부?

서울메트로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도 책임을 통감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관행과 당연시 했던 것들,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안전에서 1%가 100%다’라는 마음으로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메피아가 중앙정부 정책을 따라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 인원감축 하는 정책 속에서 탄생했다”며 “서울시부터 철두철미하게 없애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사과 내용과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 메피아(메트로+마피아)가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메피아는 서울시-서울메트로-은성PSD의 연결고리로 형성됐다. 서울메트로 역대 사장 16명 중 10명이 서울시 출신으로 알려진다.


우선 2013년 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서울메트로를 이끈 15대 장정우 전 사장은 2007년 교통국장, 2011년 도시교통본부장 등 서울시 교통 정책을 총괄하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시 교통관리실장을 역임한 6대 손장호 전 사장, 서울시 교통국 국장을 지냈던 11대 김상돈 전 사장 등이 위에 해당된다.

사장뿐 아니라 서울메트로의 경영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메트로 지용호 감사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상근부위원으로 근무하다가 같은해 11월 임기 3년의 서울메트로 감사가 됐다. 조중래 비상임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지냈던 시절 함께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련의 메피아 논란에 대해 서울시의회 우형찬 의원은 “철도 비전문가 ‘낙하산’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기강해이가 벌어졌다”며 “그동안 관리·감독이 제대로 됐을지 의문이다. 서울시가 보다 확실한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간 연결고리뿐 아니라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간 낙하산 인사 행태도 드러났다. 2011년 설립된 은성PDS에 초창기 임직원 125명 가운데 90명이 서울메트로 출신으로 밝혀졌다. 현 이재범 대표를 비롯해 감사·운영이사·관리이사 등 주요 간부도 모두 서울메트로 출신이다.

최근의 일련의 정황을 놓고 볼 때 메피아로 불릴 정도로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메피아 논란이 여권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박원순 때리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박 시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더욱 큰 문제는 사건 발생 11일 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무책임한 태도”라며 “박 시장은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메트로 임직원들의 낙하산 채용 관행인 메피아 문제에 대해 ‘몰랐다’는 답변으로 국민과 유가족을 아연실색게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도 박 시장 때리기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박 시장은 자신의 측근들을 서울메트로에 대거 포진시켜왔다”며 “박 시장이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인사들에게 밀려난 이들이 다시 하청업체의 임직원으로 재취업하는 관행이 바로 메피아 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구의역 사고 둘러싸고 곤욕…거듭 사과
새누리 “박 시장 측근 대거 포진” 공세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지 대변인은 지난 9일 “가뜩이나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서울메트로에 비전문가로 ‘낙하산’ 인사를 해왔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어왔다”며 “특권과 관행 타파를 외치던 분이 나쁜 특권과 관행을 고집해 온 장본인이란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낙하산 인사를 두고 “앞으로 체결될 계약뿐 아니라 기존 민간위탁 계약 중인 사업까지 포함해 메트로 퇴직자 채용을 의무화하는 계약서상의 특혜조항을 모두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메피아 문제가 있었던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새누리의 주장 처럼 박시장이 직접 낙하산 인사에 관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이러한 여권의 공세 속에 더불어민주당은 박 시장을 질타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 했다. 박 시장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모습이다. 더민주는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당과 서울시 간 긴급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박원순 시장, 변재일 정책위의장 등이 자리에 참석했다.

참석 인사들은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박 시장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변재일 의장은 “그동안 국정감사를 통해 누차 지적해온 내용인데 여전히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적어도 서울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참담하다. 당혹스럽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민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박 시장이 꿈꾸는 세상과 전혀 안 맞다”고 비판했고 이철희 본부장도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서울시장으로 이번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더민주의 지적에 박 시장은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고 “이번 사고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시민이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질타 수위를 놓고 볼 때 새누리당이 박 시장의 낙하산 인사에 초점을 맞춘 반면 더민주는사고 자체만 놓고 지적했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지만 과한 질타는 자칫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이 여론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감싸기?

특히 더민주는 ‘박원순 감싸기’로 비춰지는 모습을 경계했다. 이재경 대변인은 “감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여론이 우리당에 형성됐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 충분히 쓴소리를 했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따질 것은 따지고, 물을 것은 묻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작년 8월 강남역 사고 이후…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스크린도어 정비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서울메트로 관계자 1명과 정비 회사 임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키로 지난 8일 결정했다.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8월29일 스크린도어 정비 도중 숨진 29살 조모씨 사망 사건을 9개월여 수사한 결과, 당시 강남역 부역장과 정비업체 유진메트로컴 대표와 본부장 등 총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강남역 책임자였던 부역장은 수리 사실을 관제센터 등에 알리거나 정비 과정을 실시간 무전 보고 하고, 수리 현장에 작업감독을 배치하는 등의 매뉴얼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유진메트로컴 본부장은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 대비하면서 직원들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방에다 “2인 1조로 출동했다”고 거짓 진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례는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하는 첫 사례인 만큼, 최근 발생한 구의역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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