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단기 매매의 허와 실

2016.06.09 10:28:46 호수 1081호

인간은 역동적이거나 자극적이고 빠른 시간 안에 승부가 날수록 더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더 큰 중독성을 갖게 되어 필연적으로 그러한 것이 주는 해악을 알게 돼도 쉽게 그만 두지 못하게 된다.



주식보다 훨씬 큰 레버리지를 갖는 선물,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이 그렇고 더 심해지면 카지노, 경마, 경륜 등과 같이 승부가 펼쳐지는 시간 동안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것일수록 중독성은 더 심해진다. 심할 경우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처럼 전두엽 기능 손상과 관련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해 봐야 한다.

어쨌든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면서도 주식시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매일, 그리고 장이 열리는 시간 중에 계속 등락을 하는 주가에서 수익의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차트를 통해 많이 하락한 주식을 매수하거나 상승하는 주가에 올라타서 추세에 동참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술적인 매매를 하다 보면 점점 더 짜릿함을 향해 작은 주기를 보게 되어 점점 더 단기 매매에 치중하게 된다. 그렇게 회전율이 높아지면 거래세와 수수료 때문에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계좌가 타격을 받게 된다.

만약 1년간 하루에 한번 계좌 잔액 전부로 매수하고 다시 그 가격에 매도할 경우 1억원으로 연초에 시작했다면 연말에는 4520만원이 된다(240일 개장, 거래세 0.3%, 수수료 0.15% 기준). 산 가격에 팔기만 해도 일년이 지나면 계좌가 반 토막 이하가 되는 것이다.

단기 투자는 회전율을 높여 돈이 쉬지 않고 일하게 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반면에 거래에 따른 세금 등 제반 비용도 함께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거기에 손해보고 파는 손절매가 잦다 보면 급속히 계좌 잔액이 0원으로 수렴하게 된다.


'선물의 전설'로 통하는 ‘압구정 미꾸라지’ 윤강로 회장은 “5분 단위로 눈이 벌게져 투자하는 식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하루에 매매를 두 번 이상 하면 그건 중독”이라고 했다. 드물게 데이트레이딩이나 스캘핑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단지 마우스 클릭의 속도보다는 특별한 확률로 승부를 내기 때문에 노벨 주식상이 있다면 이를 받을 만큼의 연구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가능할 수 있었다.

단타를 하면 처음에는 매일 손실을 보다가 어쩌다 한번 수익을 내기도 하는데 그 어쩌다 한번이 항상 통용된다고 생각하고 아르키메데스처럼 내심 ‘유레카’를 외친다. 하지만 실상은 대개 통용되는 방법이 아님을 알게 되고 실망한다.

한두 번 성공하면 그 방식에 자신감을 갖고 크게 베팅(betting) 하는데 대개는 여기서 큰 ‘폭탄’을 맞고 좌절한다. 그런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계좌가 아주 거덜 나거나 건강까지 잃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전업 투자자는 종일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서 급한 마음에 그런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기투자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두 번의 큰 성공보다 성공의 빈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다.

그렇게 해서 성공 확률이 높아지면 자신 있게 베팅 금액을 크게 할 수 있고 수익금이 누적된다.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손절매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다. 몇 번의 손절매가 커나가는 계좌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때문에 결국 상승 확률이 높은 시점을 잘 선택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찾아내고 그것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단기 매매 성공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그렇게 성공하는 단기 매매의 방법을 확립하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확률적 바탕에 입각한 원칙 없이 쉽게 흥분해 불나방처럼 달려 드는 단기 매매는 무모한 단순 도박에 지나지 않게 되고 그 끝은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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