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홍만표 의혹들

2016.05.31 08:35:46 호수 0호

부동산 투기부터 수십억 수임료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가 점입가경이다. 검찰은 홍만표 변호사를 수사하며, 이번 법조비리의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홍 변호사를 기소하기 위해 그의 주변을 탈탈 털고 있다. 부동산 투기부터 대기업 막후 변론까지. 의혹은 고구마줄기처럼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이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를 둘러싼 의혹 전반을 확인하는 작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를 소환해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연일 조사 중이다. 지난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홍 변호사의 ‘막후 변론’ 정황을 포착해 22일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현재 홍 변호사의 고액 수임료와 탈세 혐의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 중이다. 편법적 기업 고문료 수수, 퇴직 후 사건 수임 제한 위반 의혹 등도 살펴보고 있다. 현재 홍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짚어봤다.

[정운호 사건 ]
[받은 금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홍 변호사의 계좌 추적과 서울지방변호사회 압수수색, 홍 변호사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 등을 통해 공식 수임 신고한 내역 외 사건의 수임료 입출금 내역으로 보이는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홍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수임료로 최소 6억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정 대표를 소환해 “홍 변호사에게 변호 대가로 6억 가량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정 대표는 “경찰 수사 시 3억원, 검찰 수사 시 3억원을 건넸다”며 구체적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변호사는 네이처리퍼블릭의 고문 변호사로 별도의 고문료도 받았다.


정운호 구명로비 의혹 수사 가속
편법 고문료·탈세 혐의에 초점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2014년부터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정 대표는 2014년 7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경찰에서 불기소 의견 송치됐다. 4개월 뒤 서울중앙지검에서도 같은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홍 변호사가 ‘전관’ 영향력을 행사하며 별도의 대가를 챙겼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홍 변호사는 “수임료는 1억5000만원이며 발생한 소득은 성실하게 신고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전관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변호사로 충실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네이처 주식]
[왜 배정했나]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이 지난해 3∼4월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한 주식 239억원과 홍 변호사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때 네이처리퍼블릭이 유가 증권 사장을 추진 중이었고, 정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1차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직후였다. 검찰은 정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홍 변호사에게 ‘보은’의 성격으로 해당 주식의 일부를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달 초 네이처리퍼블릭 본사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주주명부와 법인 계좌 등을 분석하면서 3월10일과 17일, 4월4일 세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의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은 제3자 배정방식으로 총 3만1574주를 신규 발행했다. 주당 발행가액은 76만원으로 총 238억9624만원 규모의 증자였다. 문제는 당시 네이처리퍼블릭 주식이 ‘연내 사장’이라는 호재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직후 이 회사 주식은 10분의 1로 분할돼 발행 주식 총수도 10배로 늘어나면서 개인 간 장외거래가 시작됐다. 이런 주식 이동과정을 거쳐 회사설립 이후 줄곧 100%를 유지해 온 정 대표의 지분율은 75.47%까지 떨어졌다.

검찰은 주식을 매입한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홍 변호사 등 현직 법조인이나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있는지 일일이 검증하고 있다. 특히 정 대표 측이 저가에 주식을 매도하는 특혜를 제공했다거나, 일부 인사들이 차명으로 주식을 사들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내 명의 회사]
[세탁창구 활용?]

홍 변호사는 자회사를 5개나 거느린 부동산 투자·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이 회사를 수임료 세탁 등의 용도로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와 성남에 있는 부동사 개발업체 A사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A사 대표 김모씨도 소환 조사했다.


A사는 2013년 8월 부동산 임대·매매·컨설팅·분양업을 목적으로 자본금 3000만원에 설립됐다. 이후 15차례 증자를 거쳐 현재 자본금이 25억원에 이른다. 지난달에만 두 차례 총 10억원이 증자됐다. 누리집에는 수도권 오피스텔 등 6곳을 소개하며 투자나 임대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다.
 

임원 명단에 홍 변호사는 빠져 있지만, 그의 부인과 검찰 수사관 출신 사무장이 각각 이 회사의 사내이사와 감사를 맡고 있다. 홍 변호사의 부인은 대외적으로 이 회사 상무 직함으로 활동했다. 검찰은 이런 정황 등을 바탕으로 홍 변호사가 회사를 운영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홍 변호사가 실소유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관으로 돈 긁어모았나
개업 첫해만 수임료 90억

A사는 지난 6일 회사 정관을 바꿔 사업 목적을 10여개 추가했다. 특히 화장품 도·소매 및 수출입업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홍 변호사가 정 대표의 도박 사건을 수임한 것과 연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A사를 통해 수임료에 대한 자금 세탁을 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계좌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A사는 10억원대의 수상한 건물 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A사를 통해 수임료 은닉에 나섰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부동산 거래 시기는 홍 변호사가 정 대표의 원정 도박사건 변호를 맡아 무혐의를 이끌어낸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2014년 11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홍 변호사가 설립했던 법무법인의 수임 내용 및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 수임 내용과 소득신고 자료 등을 토대로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한 뒤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등 탈세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기업사건 수임]
[막후 변론했나]

홍 변호사가 설립한 법률사무소 에이치앤파트너스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총 25개 선고가 난 재판을 대리했다. 에이치앤파트너스 법률 대리한 판결문 중 홍 변호사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5건 뿐이었다. 대다수 사건은 소속 변호사인 A 변호사와 B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홍 변호사는 2013년 91억원 상당의 소득신고를 했다. 이후 수십억원이 줄어든 소득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수임 건수 누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 변호사는 2013년 수천억원대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재판을 받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변호했다.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변호한 때도 2013년이었다. 홍 변호사는 한솔그룹 경영진 3세의 병역기피 사건을 변호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의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법조계에서는 홍 변호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대기업 사건은 훨씬 많으며, 수익 역시 알려진 액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홍만표는 누구?]

홍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대기업 오너의 비리를 파헤쳤던 검사장 출신이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최재경, 김경수 변호사와 함께 ‘17기 트로이카’로 불린 대표적인 특별수사통이었다. 평검사 때 서울지검 특수1, 2, 3부를 모두 거친 데 이어 대검 중수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수사기획관도 지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굵직한 사건만 해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박연차 게이트 등이 있다. “홍만표 반만 하라”고 할 정도로 역대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의 신임도 각별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과정에서 검찰 측 실무 총책임자로 일했다. 최종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표를 낸 그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큰일을 할 유능한 간부를 잃었다”라는 탄식이 나왔다. ‘박수 받으며 떠난 몇 안 되는 검사’라는 찬사도 받았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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