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마틴게일 시스템 전략

2016.05.26 09:02:03 호수 1080호

중견기업에 다니는 A씨는 직장생활 20년간 허리띠를 졸라 매어 산 끝에 어렵사리 4억 정도의 자금을 모으게 되었다. 이 돈으로 부부의 숙원 사업이었던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생각이었는데 시세를 보니 마음에 드는 곳은 5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었다. 평소 주식 투자를 조금씩 해 왔던 그는 종목을 잘 선택해 투자하면 4억원을 밑천으로 모자라는 1억원을 1년 안에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주식이 많이 빠졌으니 더 하락할 여지는 별로 없을 것 같고 응용 마틴게일 전략을 써서 1억원을 만들어야지. 그 전략이 성공한다면 큰돈도 벌 수 있을 거야” 하고 낙관했다.

그가 생각한 방법은 처음에 1억원을 한 종목에 투자하여 바로 이익이 나게 되면 추세 끝에서 매도하고 만약 하락한다면 5% 하락할 때마다 손실금의 두 배를 추가 매수해 물타기 하거나 다른 종목을 첫 종목 손실금의 두 배만큼 매수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개인투자자들이 작은 수익은 빨리 실현하는 반면에 손실을 길게 가져가서 눈덩이처럼 키우는 치명적인 심리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방법을 일년간 고수했을 때 결과는 어찌 됐을까?

5% 하락시할 때마다 손실금의 두 배를 물타기(추가 매수)하니 해당 종목의 손실률은 낮아졌지만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손실 금액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계좌에는 1억원 남짓만 남게 되었다.

이는 투자 손실액의 두 배를 재투자하는 마틴게일 전략의 일종인데 FX마진 거래나 카지노 등에서 쓰기도 하지만 그 결과는 비슷하다. 한 번의 성공으로 이익이 발생한다면 지금까지의 손해를 만회하고도 상당한 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증거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손해가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 순식간에 깡통 계좌로 수렴하여 시장에서 강제 퇴출될 수도 있다.


종목을 잘못 선택했을 때 이러한 전략을 고수하면 손실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권투 경기에서 무수한 잽을 명중시켜 점수를 쌓아가는 것 같지만 큰 주먹 한 방에 KO되는 선수와 비슷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과 종목 선택에 나름의 최선을 하지만 투자에서 어차피 100%는 없기 때문이고 예상치 못했던 돌발 사태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제시 리버모어는 그의 저서에서 자신이 손절하지 않아서 얼마나 곤란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말한 바 있다. 알렉산더 엘더의 주식 투자 3대 요소인 3M(Mind, Method, Money)에서 Mind(심리)와 방법(Method)이 잘못되면 결국 돈(Money)을 망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작금의 증시환경을 보면 미국 금리 인상, 중국 A주의 MSCI 편입 그리고 영국의 EU 탈퇴 문제(브렉시트)가 증시를 흔들고 있고 또 6월과 7월에는 대규모 그리스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게 되어 또 다른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같은 미국 금리 인상 문제를 두고 상승의 원인이 된다고 하기도 하고 반대로 말하기도 한다. 결과를 놓고 이유를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증시의 가장 큰 악재는 한국이 2% 저성장이 고착화 되고 있는 것이다.

쪼그라져 가는데 어느 주체가 선뜻 돈을 집어넣겠는가? 수조원의 공적 자금을 쏟아 부은 STX조선을 비롯한 기업들이 법정 관리에 들어간다. 대마불사도 옛말이 되고 있다. 큰 기업이 감기에 걸리면 수많은 작은 관계사들이 몸져눕는다. 이제 정치권 리더들은 비전을 보여 줘야 한다. 권력을 쥐고도 다른 주체들이 협조를 안 해줘서 일이 안 된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면 힘없는 기업과 국민 개개인은 어떤 깃발을 보고 뛰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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