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또 다른 의혹들

2016.05.23 10:32:12 호수 0호

연예인과 성관계? ‘이대로 묻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법조계 비리 의혹 사건의 주인공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관련해 새로운 의혹들이 차례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회사 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고 호텔 여직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심지어 가래침까지 뱉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그런 과정이 고스란히 녹음된 보이스펜에 관한 소문도 있어 그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기만 하면 나오는 의혹들.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부하 직원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하고 개인금고를 열듯 회삿돈 18억원가량을 꺼내 쓴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정 대표의 다양한 로비 의혹과 네이처리퍼블릭 자금의 연관성을 추적해온 검찰은 조만간 정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내는 수사

횡령 범죄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가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는다. 정 대표는 지난해 1월2일 최대주주 신용공여 형식으로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17억9200만원을 빌렸고, 40여일 뒤인 2월13일 상환을 완료했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거래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부하 직원에게 “돈이 필요하니 가져오라”는 식의 지시를 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후에 돈을 채워 넣었다고 하더라도 횡령에 해당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지난 17일, 부산에 있는 Y사 등 네이처리퍼블릭 납품사와 일부 대리점, 직영점 관리업체 등 5∼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이 Y사 등 납품사로부터 화장품 등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단가를 부풀린 뒤 차액을 챙기는 수법 등의 비자금 조성 단서를 포착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정 회장의 상습도박 관련 법조계 구명 로비뿐 아니라 서울메트로와 군(軍), 롯데면세점 등을 대상으로 매장 입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이들을 상대로 로비한 자금원을 포착하기 위한 압수수색이라는 의미다. 검찰은 정 대표가 로비 자금 마련을 위해 이 같은 부당한 거래를 지시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정 대표가 꺼낸 대여금·가지급금이 석방 및 사업청탁 로비, 원정도박에 쓰였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해외 상습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 수감된 정 대표가 다음달 5일 출소를 앞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 내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 대표 역시 최근 접견을 온 지인들에게 “여기서 2∼3년은 더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회삿돈 유용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원정도박 수사 과정에서는 선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경영비리가 아닌 기업인 개인의 일탈 수사로 한정해서 진행했다. 정 대표 이외에도 맹모 수도권 골프장 회장, 문모(57) 해운업체 대표 등 기업인 10여명에 대한 수사가 동시에 진행됐지만, 압수수색이 이뤄진 기업은 없었다. 특수1부가 횡령 혐의를 본격 수사하면서 검찰과 정 대표 사이의 악연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정 대표는 ‘해피존’ 사업을 동업한 유명 로비스트 심모(62)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러나 심씨는 법정에서 그가 검찰 진술을 완전히 번복하면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곤경에 처했던 검찰은 지난해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정 대표와 최유정 변호사 두 사람의 대화를 녹음한 보이스펜이 있다는 사실을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

고구마 줄기처럼…캐면 캘수록 새 의혹
비자금·횡령 제기…스타 성매매 주장도
 

이 관계자는 “현재 정 대표가 연루된 사건은 단순히 해외원정 도박만이 아니다. 단순 폭행에서 성폭행까지 현재 걸려있는 민·형사 소송이나 고소·고발만 10여건에 이른다”며 “최 변호사는 해외원정 도박사건의 항소심을 맡으면서 정 대표가 연루된 민·형사 사건을 해결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례로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까지 서울 P호텔의 수면 방을 자주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 여직원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정 대표가 “(너 같으면) 이런 이불에서 남자친구랑 XX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던 것. 심지어 이 여직원에게 가래침까지 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직원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며 정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정 대표와 여직원의 시비는 호텔과의 갈등으로 번졌다. 정 대표는 호텔 사우나에 여직원이 근무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P호텔 측은 정 대표의 행동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양측은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호텔 여직원을 다른 부서로 발령내는 선에서 사건을 봉합한 것이다. 하지만 호텔 여직원은 얼마 후 호텔을 그만뒀다. 이후 정 대표를 상대로 고소를 준비하다가 그후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됐다.

그 배경에 최 변호사가 있었고, 이 내용 역시 녹음파일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매일 정 대표를 개인 접견한 내용을 보이스펜에 녹음했다. 이후 최 변호사는 자문 변호인단을 통해 관련 사건에 적합한 변호사에게 일을 나눠 맡겼다.

즉, 문제의 그 보이스펜에 담긴 녹음파일은 정 대표 사건을 총망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보이스펜에는 그동안 도움을 받았거나 도움을 줄 이들의 실명이 모두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와 최 변호사는 최근 공방전을 벌였다. 4월 말 구치소 접견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최 변호사가 정 대표를 경찰에 고소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 측은 다소 민감한 내용도 공개했다. 최 변호사의 한 측근은 “3개월 동안 아무 일도 못 하고 매일 접견하고 도박 사건은 물론, 성추행과 폭행 피해자를 달래는 등 온갖 민·형사 사건의 뒤치다꺼리를 했다. 20억원을 받았지만 남는 것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 측은 이 보이스펜을 정 대표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정 대표는 청담동에 위치한 M유흥주점에서 정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하며 여자 연예인 성접대까지 제공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성매수 한 여자 연예인들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자랑삼아 알리기도 했다. 이때 거론된 여자 연예인은 주연급 배우 A씨와 조연급 B씨, 걸그룹 출신 솔로가수 C씨다. 다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세를 가진 연예인들로, 현재도 왕성한 활동 중이다.

성접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업소 관계자는 연예인이 업소에 출입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라면서도, 사실상 출입을 시인했다. 일각에서는 허풍이 세고 자기 과시가 강한 정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인 만큼 좀 더 사실 확인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검찰 역시 법조계 로비, 횡령 등 보다 굵직한 사안이 즐비해, 당장 연예인 성매매 혹은 성접대까지 사건을 확대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벌써부터 연예계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소문이 맞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만으로도 막대한 이미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미 최근 연예인 원정 성매매 사건으로 인해, 한번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라서 더욱 그렇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각종 찌라시 등에서 이름이 거론될 경우 활동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며 “차라리 빨리 수사가 진행돼 선의의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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