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체육회 상납 의혹

2016.05.23 10:20:16 호수 0호

로비 통했나…비리 봐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는 지령 1062호에서 ‘대한레슬링협회 30억 미스터리’를 보도하면서 대한레슬링협회의 난맥상에 대해 짚었다.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는 팔짱만 끼고 있다. 과거에도 대한체육회는 대한레슬링협회에서 불거졌던 문제점들을 여러 차례 방관한 의혹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대한체육회 직원들이 대한레슬링협회의 전 간부로부터 정기적으로 로비를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자연스레 대한체육회가 대한레슬링협회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관의 공공기관이다. 대한체육회는 국내 가맹 경기단체에 국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상급기관이기도 하다. 가맹 경기단체를 관리 감독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다들 모르쇠

대한레슬링협회도 이 가맹 경기단체 중 하나다. 그런데 대한레슬링협회의 비리는 끊이질 않는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를 방관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대한레슬링협회에서 일어난 3가지 사건이 있다. 이 사건들의 중심에는 레슬링계에서 실세로 불리는 대한레슬링협회의 전 간부 김모씨가 있다. 김씨는 대한체육회 직원들에게 로비한 의혹이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 박혜자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후신) 의원은 지난 2014년 10월24일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대한레슬링협회가 대한체육회장의 직인을 도용해 지도실적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후보자가 한국체육대학의 교수로 임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이 지도실적증명서를 발급한 사람이 바로 김씨다.

2013년 서울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작성한 ‘김OO(김씨) 등에 대한 횡령 등 피의사건에 관하여(중략)’ 진술조서에 따르면 경리담당 A씨는 “(대한레슬링협회 지도자 실적으로 넣은 것에 대해) 저는 안 된다고 했는데, 김OO이 넣어 발급해 주라고 해서 발급해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씨 역시도 직인 발급을 지시한 사실에 대해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대한체육회는 직인을 도용한 김씨에 대해 어떤 조사도 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법원 송파경찰서 및 서울경찰청 감사원 등에서 여러 차례 조사가 진행된 바 있으나 현재까지 문제가 없이 처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씨는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레슬링협회 간부 공금으로 금품 제공
유흥주점 등 사적으로 협회비 접대도

▲ 최모씨는 제32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런데 다수 레슬링인들은 최씨의 당선이 애초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는 두 가지의 근거가 존재한다.

첫째 최씨가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규정 제15조(동일인의 겸직 제한) 제2항’에 의거해 무효라는 것. 최씨는 대한레슬링협회 회장 선거에 나갈 당시 서울시레슬링협회 회장이었다. 위 규정에 따르면 최씨는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나가기 위해서는 서울시레슬링협회 회장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에 출마하려면 각 시·도 레슬링협회장 3인의 추천서가 필요하지만, 최씨는 이른바 '셀프 추천'했다. 최씨는 3인의 추천서를 경기·제주·서울레슬링협회장에게서 받았다. 서울시레슬링협회장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대한체육회는 최씨를 대한레슬링협회장으로 인준해줬다.

문제 의식을 느낀 레슬링인들은 대한체육회에 이런 사실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대한레슬링협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현재 대한체육회 관계자의 관점은 달랐다. 이 관계자는 “겸직 제한에 의거해 그분(최씨)이 사임하거나 직무 정지했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셀프 추천에 대해서는 “본인의 인사에 대해 본인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규정을 넘어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복수의 레슬링인들은 ‘사실상 김씨가 최씨를 회장으로 만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와 최씨는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2013년 김씨는 자신이 맡고 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청년분과위원장직에 최씨를 추천하기까지 했다.

▲ 김씨는 지난해 9월 레슬링협회 공금횡령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다. 김씨는 10년간 근무하며 중간에 퇴직금을 정산 받았다. 현재 퇴직금 반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12월28일 가맹 경기단체에 “형사 기소시 직위해제 조항을 경기단체 직원에 대해서도 적용” “그 밖에 경기단체별 사무규정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징계 절차, 징계 종류, 징계 감경 사유 등)을 규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당시 김씨는 공금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시기였다. 위 지침대로라면 대한레슬링협회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씨를 징계했어야 했다. 파면될 경우 김씨는 퇴직금을 받는 데 상당한 불이익이 따른다. 그런데도 대한레슬링협회는 김씨에게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고 사직서를 받고 퇴사시켰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경기단체 사무국 직원이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며 “사직서를 받을 수 없으며, 해임이든 파면이든 마땅한 징계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퇴직금에도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횡령 혐의 유죄 받았는데…
파면커녕 퇴직금까지 정산

위 사례들만 봐도 그 동안 김씨로 인해 불거진 대한레슬링협회의 난맥상을 확인할 수 있다. 레슬링인들은 하나같이 "대한레슬링협회의 비리가 끊이질 않은 것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대한체육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레슬링인들의 주장이다. 대한체육회에서 대한레슬링협회를 관리단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맞물려 대한체육회 직원들이 대한레슬링협회로부터 정기적으로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작성한 김씨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김씨는 대한레슬링협회 간부 김모 전 전무이사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한체육회 직원 15명에게 수십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현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유흥주점 등 사적으로 협회비 수백여건을 규정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

김씨는 진술조서에서 “협회의 운영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한체육회)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1년 1회 50만원과 30만원 상풍권을 준비해 나눠줬다”고 진술했다. 진술조서에 나온 ‘정보비 상품권 지급 현황’을 보면 대한체육회 체육진흥본부장 B씨 등 15명이 김씨와 김 전 전무이사에게 30만∼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아온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B씨는 총 140만원 상당의 금품을 김씨에게 받았다. 이에 대해 B씨는 “그 기간 나는 서울에 없었다. 김씨를 알기는 하지만 결코 받은 사실이 없다. 대한체육회 감사에서도 문제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런 사실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김씨는 “사람 그만 괴롭혀라. 전 회장이 더 잘 아니깐 그 사람한테 물어보라”고 답했다.

누가 거짓말?

일각에서는 김씨가 협회의 비리를 무마시키기 위해 평소 로비를 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그 동안 대한레슬링협회의 비리를 지속적으로 제보한 김성순씨는 “김씨와 대한체육회 직원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동안 대한레슬링협회 관련한 민원을 대한체육회에 넣어도 아무 소용없었다”며 “당시 민원에 답변한 담당 직원이 하나같이 김씨에게 상품권을 받아온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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