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집주인 잔혹·엽기 살해 ‘무기징역’

2010.11.23 10:18:57 호수 0호

‘드럼통의 추억’…시체를 몰라보게 하라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집주인 6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잔인하고 끔찍한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한 4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계획된 범죄는 아니었지만 이 남성은 순간적으로 집주인의 지갑에 손을 댔고,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집주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 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은 일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판결문을 바탕으로 ‘살인의 추억’을 능가하는 ‘드럼통의 추억’을 재구성했다.

집주인 금품 훔친 뒤 목 졸라 살해 후 유기
끓는 물에 시신 푹푹 삶아 형체도 못 알아봐

부산지방법원 제6형사부는 지난 2일 집주인 박모(63·여)씨의 금품을 훔친 뒤 돌려달라고 하자 차에 태워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다음 낙동강변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44)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박씨 소유의 가옥 바깥채를 임차해 거주하던 중 박씨로부터 “가옥을 팔았으니 새로 임차할 곳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고 지난 5월 중순경부터 새로운 거주지를 물색하는 등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5월18일 오전 9시45분께 집 앞에서 박씨를 만났고, 박씨는 김씨에게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박씨를 승용차에 태워 출발하려는 찰나, 박씨는 “휴대전화를 두고 왔다”면서 자신의 가방을 조수석에 놔둔 채 차에서 내렸다. 

박씨가 자리를 비우자 김씨는 문득 옳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집을 팔았다는 박씨의 말이 떠오르면서 거액의 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결국 김씨는 박씨의 가방을 뒤져 지갑 안에 들어있던 100만원권 수표 두 장을 발견하고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 같은 상황을 알 리 없었던 박씨는 이내 다시 김씨의 차에 탑승했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중 자신의 지갑에서 수표가 없어진 것을 발견해 김씨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박씨의 계속되는 추궁에 김씨는 “지금 운전 중이니 근처의 내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 하자”면서 박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고물상으로 데려갔다.

고물상에 도착한 김씨는 돌변했다. 돈을 훔친 것이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집이 팔렸는데 왜 빨리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느냐”면서 “나도 새 집을 얻어야 하니 돈은 돌려줄 수 없다”고 배짱을 부린 것. 

이에 박씨는 “나중에 잔금을 받으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 그 돈은 남편 병원비에 써야 한다. 빨리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김씨는 박씨의 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박씨를 바닥에 밀어 넘어뜨렸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자 박씨도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넘어진 박씨는 김씨를 향해 욕설을 하면서 “수표를 훔친 것은 물론 폭행한 것까지 진단서를 끊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 그렇게 되면 보증금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박씨의 발언에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난 김씨는 박씨의 배 위에 올라타고, 양다리로 박씨의 양팔을 찍어 눌러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인데, 어디 죽어서 신고해봐라”고 말하면서 양손으로 박씨의 목 부위를 힘껏 졸라 살해했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박씨를 살해한 김씨는 시신 처리에 고심하느라 이틀을 시체와 함께 보냈고, 5월20일 새벽 2시30분께 시신을 처리할 묘안을 떠올렸다. 박씨의 시신을 물에 넣고 삶아 형체를 훼손해 부피를 줄인 다음 강물에 던져버리기로 마음먹은 것.

김씨는 당장 이 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자신이 운영하는 고물상 안에 업소용 대형 버너를 설치하고, 그 위에 유류운반용 드럼통을 올렸다. 이어 박씨의 옷을 칼로 잘라내 발가벗기고 그 시신을 드럼통 안에 넣은 후, 물을 붓고 버너에 불을 붙여 2시간가량 끓였다.

5시쯤 박씨 시신의 살점이 물러져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에 이르자 김씨는 그제야 버너의 불을 끄고 이를 식히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3시간 후 김씨는 드럼통에서 뼈와 약간의 살점만 남아있는 박씨의 시신을 꺼내 빨간색 고무대야에 담고 그 위에 신문지를 덮은 다음 이를 들고 낙동강을 찾아 피해자의 시신을 강물 속에 던졌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씨는 평소 김씨에게 아무런 해악을 끼친 바 없고, 오히려 피고인의 처와 자매처럼 가깝게 지내며 김씨 부부에게 여러 도움을 줬다. 범행 당시에도 박씨는 김씨에게 “(김씨가 훔친 돈은)남편의 병원비로 써야할 돈”이라고 호소했지만 김씨는 이를 돌려주지 않고 오히려 박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런가 하면 김씨는 사람을 살해한 후에도 태연하게 행동해 더욱 충격을 줬다. 자신의 고물상에서 일하는 사람을 유흥업소에 데려가 박씨에게서 훔친 수표를 대신 사용하게 하는가 하면 박씨의 가방은 인적이 없는 산 속에 버리는 등 범행 후에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치밀하고 대담하게 행동한 것.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사체를 고온에서 오랫동안 끓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훼손한 후 이를 강물에 던져 은닉한 바, 사체 훼손의 방법이 극히 잔혹하고 엽기적이어서 살인죄만을 저지른 경우에 비해 불법의 정도가 매우 크고, 극악무도한 범행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드럼통의 추억’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큰 상처와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피고인은 아직까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비록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고, 피고인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만 피고인이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향후 피고인이 과연 교화·개선되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건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이와 같은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도록 함이 옳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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