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관피아' 논란

2016.05.16 11:40:58 호수 0호

세월호 잊었나 ‘정신 못차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세월호는 대한민국 사회에 오랜 적폐가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낙하산 인사와 봐주기 관행은 더께처럼 쌓여 대한민국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피아 척결’을 선포, 재발 방지에 힘쓸 것임을 알렸다. 그러나 반성도 잠시, 전직 국회의원은 물론 세월호 부실수사 의혹으로 물러난 사람까지, 곳곳에서 청와대발 낙하산 인선이 이루어지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지난달 25일 임시주총을 열고 상임감사에 이성한 전 경찰청장을 선임, 비상임감사에 새누리당 조전혁 전 의원을 재선임한다고 결정했다. 두 사람은 에너지 관련 경험이 없어 "전형적인 낙하산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무 경험 전무

비단 경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 전 청장의 경우 세월호 부실수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력이, 조 전 의원의 경우 인천 남동을 출마를 위해 한전 사외이사를 그만뒀다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에 밀려 낙선하자 다시 돌아왔다는 점이 알려져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황이다.

이는 한전만의 일은 아니다. 총선 전부터 여러 곳의 감사 자리에 낙하산 논란이 있어 왔다. 일례로 김현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이 한국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로 선임됐는데,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라는 점에서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김기석 전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본부장은 신용보증기금 감사에 오르는 과정에 가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가 구설수에 올랐다. <부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본부장은 “(총선) 출마도 생각해 봤지만, 조금 늦음으로 해서 당에서 공기업을 맡아 보라는 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지난달 21일 성명서를 통해 이러한 김 전 본부장의 발언을 꼬집었다. 금융노조는 “김 전 본부장은 이번 인사가 ‘대선 보은 인사’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공기업을 대선 전리품으로 여기는 인식을 드러냈다”며 “부당한 낙하산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김 전 본부장 스스로가 낙하산 인사임을 인정한 꼴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뿐만 아니라 공기업 기관장 자리에도 낙하산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일 ‘사회공공연구원’의 김철 연구실장이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분석하고 <한겨레>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공기업 기관장 인선 중 4명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공기업 기관장·상임감사 친박계 수두룩
9월 대거 임기만료, 집단 낙하산 주의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정일영 전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성일환 전 공군참모총장, 한국동서발전 사장으로 임명된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대변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이 의혹의 주인공들이다. 지난 10일 더민주 한정우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들을 ‘낙하산 인선’으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올해 들어 주요 공기업 기관장과 상임감사에 16명의 낙하산이 자리를 꿰찬 것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임명된 인사 면면을 보면, 공공기관의 업무 특성과는 거리가 멀고 권력과는 가깝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거나 새누리당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던 인사들이 임기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밥그릇을 챙겼다.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은 국민들의 밥그릇을 챙기라고 있는 곳이지 권력의 밥그릇을 챙기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기관장 인선이 앞으로 줄을 이을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에 ‘집단 낙하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장 81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오는 9월에는 임기 만료되는 공공기관장만 22명에 이른다. 대한석탄공사, 서부발전, 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공기업은 물론 농어촌공사, 근로복지공단 등의 대형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된다. 낙하산을 노리는 이들이 군침을 흘릴 만큼 큰 장이 들어서는 형국이다.

아리랑TV는 최근 낙하산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대표적인 곳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5명의 사장 공모 지원자 가운데 김구철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을 사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가 김 상임고문을 내정해놓고 사장 공모를 진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 운영에 관한 지침 등의 규정에 따라 아리랑TV의 사장은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김 상임고문은 새누리당 박근혜 당시 후보를 다룬 <여풍당당 박근혜>라는 책의 저자라는 점에서 ‘보은 인사’라는 의혹에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앞서 KBS 보도국 재직 시절인 지난 2007년 제작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790만원을 횡령해 KBS에서 해임된 이력이 있어 도덕성 논란도 있다. 특히 지금의 인선이 ‘호화출장’ 논란으로 사퇴한 방석호 전 사장의 후임 찾기라는 점에서 김 상임고문은 더욱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문체부는 문제가 제기된 다음날 해명자료를 통해 김 상임고문이 사장으로 지명됐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곳곳에서 논란이 일자 국민의당은 최근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낙하산 금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원, 정당 지역위원장 등 정치인은 사임한 뒤 3년 내에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 등으로 갈 수 없도록 법으로 막는다는 게 골자다.

입김에 한자리

그러나 1300명이 넘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인선에서 정치인을 완전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또 일정 연봉 이상의 고액 공공기관장 인선에 제한을 둘 경우 과연 얼마의 연봉을 기준으로 할지, 내지 대선캠프 또는 대통령 인수위에 있었던 정치권 인사는 인선에 제한을 둘지 말지에 대한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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