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 베이비파우더 '오해와 진실'

2016.05.16 10:55:05 호수 0호

"어릴 때부터 바르고 암 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커다란 후폭풍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비롯된다.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한 건의 소송전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민들의 건강과 직결될 경우 ‘제2의 옥시사태’처럼 비춰질지 모를 일이다. ‘나비효과’는 날씨 같은 과학현상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곳곳에서 통용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제품을 사용하다 암에 걸렸다는 한 여성의 주장을 미국 법원이 받아들인 사건이 발생했다. 다수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방법원은 지난 2일(현지시각) 글로리아 리스테선드(Gloria Ristesund)라는 여성이 존슨앤드존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5500만달러(약 634억9200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잇단 소송

리스테선드씨가 지적한 문제의 제품은 존슨앤드존슨의 주력 품목인 ‘존슨즈 베이비파우더’. 해당제품을 여성 위생용품으로 수십년 간 애용했던 피해자는 그사이 자궁절제술을 받았고 2011년에는 자궁암 판정을 받기에 이른다. 이후 베이비파우더가 자신의 건강 악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 리스테선드씨는 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제품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며 리스테선드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존슨앤드존슨에 내려진 피해 배상액은 5500만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500만달러는 피해 여성에 대한 보상금이고 나머지 5000만달러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에 해당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가해자 혹은 가해 기업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에서 법원이 존슨앤드존슨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건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 2월 존슨앤드존슨은 비슷한 이유로 고소를 당해 7200만달러(약 844억원)를 배상하라고 법원으로부터 선고 받은 전례가 있다.


존슨앤드존슨 측은 법원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존슨앤드존슨 변호인은 “수십년 간 입증된 당사 제품의 안전성을 법원이 무시했다”며 “다음 재판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건강에 치명적” 미국서 635억 배상 판결
제2의 옥시사태 확대?…탈크 논란 재점화

존슨즈 베이비파우더는 국내에서도 폭넓게 사용되는 제품인 만큼 이번 소송은 국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달리 말하자면 경우에 따라 존슨즈 베이비파우더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존슨즈 베이비파우더의 주성분인 ‘탈크(Talc-활석)’의 유해성 여부로 귀결된다. 자연 상태에서 탈크는 석면을 함유한 사문암과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탈크를 뽑아내려면 사문암을 가공할 때 인위적으로 석면을 제거해야 한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시 석면의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섣불리 보장하기 힘들다. 최근 탈크의 위험성이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IARC)는 1987년부터 석면을 함유한 탈크 및 석면 형태의 섬유를 함유한 탈크를 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석면이 호흡기가 아닌 피부를 통해 흡수될 때 동일한 위험에 노출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존슨즈 베이비파우더 제품이 믿을만한 탈크를 주원료로 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한국존슨앤드존슨 측은 석면성분이 일절 포함되지 않은 탈크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해당 제품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의 홈페이지에서도 해당제품이 탈크를 주원료로 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 관계자는 “탈크의 안전성은 수십 년간 과학적으로 입증됐고 당사의 모든 제품은 석면성분이 없는 엄선된 탈크만을 취급한다”며 “베이비파우더에 함유된 탈크의 품질과 순도는 미국 FDA 및 한국 식약처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방 차원에서라도 탈크를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1960년대부터 미국소아과아카데미는 흡입의 위험성으로 인해 탈크 함유 베이비 파우더 사용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현재 EU는 탈크 성분의 화장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어린이에게 탈크가 잠재적인 위험요소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탈크 흡입을 피해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하는 상황이다.

“문제 없어”

결정적으로 암리서치 국제 에이전시의 연구에 따르면, 탈크 성분을 포함한 파우더를 생식기 주변에 사용할 경우 사용량에 따라 발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에서 존슨앤드존슨을 당혹케 만들었던 소송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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