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상장 앞둔 기업들 중간점검

2016.05.16 10:28:55 호수 0호

오너 때문에 엎어지고 실적 때문에 자빠지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기업이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장기업은 주식 자체가 자기 자본에 해당하는 만큼 효율적인 자금을 조달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 환경을 갖추는 데 용이하다. 하지만 자금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는 점은 기업들이 상장을 주저하게끔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초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수요 조사 결과 상반기에 15곳, 하반기에 5곳이 상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대로 상장이 이뤄진다면 2011년(21건) 이후 가장 많은 상장건수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16곳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단지 예상일뿐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상장을 보류하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줄줄이 상장계획
제대로 이뤄지나

당초 계획대로 연내 상장의 꿈을 이룬 기업은 지금까지 총 5곳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지난 11일부로 유가증권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상장 첫날 상한가(29.82%)로 거래를 마쳤다. 해태제과식품의 이날 종가는 2만4600원으로 공모가(1만5100원)를 63%가량 웃돌았다. 2001년 상장 폐지된 해태제과는 2007년과 2012년에 재상장을 추진했지만 당시엔 실적 악화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이번엔 연 매출 1000억원대 돌파를 눈앞에 둔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힘입어 상장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78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해태제과는 영업이익(471억원)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고 당기순이익(170억원)은 4배 규모로 확대됐다.

대림산업의 자회사인 대림C&S는 지난 3월30일부로 코스피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2만4950원으로 출발한 대림C&S 주가는 1700원(6.81%)하락한 2만3250원에 장을 마쳤다. 공모가 2만7700원보다 16%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대림C&S는 지난해 매출 2955억원, 영업이익 5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6%, 영업이익은 60.8% 증가한 수치다. 대림C&S 지분은 대림산업 50.8%, 이준용 회장 2.3%,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7.8%씩 보유하고 있다. 대림C&S는 국내 콘크리트파일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9%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화장품과 의약외품 제조업체인 인터코스는 지난달 18일 중소기업전용 증권시장인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에 상장됐다. 주당 평가가격은 1830원이었다. 인터코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61억500만원, 순이익은 11억3600만원이다.

2014년 설립된 인터코스는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사개발생산(ODM) 사업을 한다. 특히 ODM 사업을 통해서 위탁받은 제품의 개발을 완료한 뒤 생산·공급에 나서면서 독자적인 기술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경쟁력을 인정받은 인터코스는 올해 초 원익투자파트너스로부터 총 2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원익투자파트너스 확보한 인터코스 지분은 8.54%(4357주)다.

연내 상장 계획 20개 회사 ‘갈림길’
각종 걸림돌 걸려…이곳저곳 백지화

핸드백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지난 2월 상장을 완료했다. 1987년 설립된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버버리와 헨리 벤델, 마이클 코어스, 랄프로렌, 케이트 스페이드 등 고가에서 중저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10개의 브랜드군을 갖추고 있다. 2014년 핸드백 제조 업체인 ‘씨에치오리미티드’를 흡수하는 등 몸집도 불렸다.

용평리조트는 오는 27일 코스피 상장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정창주 용평리조트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코스피 상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 리조트 운영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콘도 분양사업에서도 리딩 컴퍼니임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용평리조트의 공모 주식 수는 1672만주이며 공모 예정가는 8100∼9200원이다. 공모 금액은 밴드 상단 기준으로 보면 1538억원이다. 용평리조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763억원에 영업이익 264억원, 당기순이익 11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눈앞서 날린
‘상장의 꿈’

상장의 기회를 눈앞에서 날려버린 기업들도 제법 보인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오너리스크가 장애물처럼 인식되는 양상이다. 정운호 대표가 연일 집중포화를 맞는 사이에 기업공개(IPO) 준비를 전담해 왔던 재무담당 임직원들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승훈 상무가 지난해말 퇴사했다. 이 전 상무는 하나금융투자(옛 하나대투증권) 출신으로 정 대표가 상장을 준비하며 직접 영입한 인사다.
 


이 전 상무와 함께 네이처리퍼블릭에 합류했던 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들도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 대표가 자리를 비우면서 ‘더페이스샵’ 창업 때부터 함께 회사를 키워온 영업부문 인사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데 이들과 의견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네이처리퍼블릭 창업 초기 멤버인 강창구 이사가 재무업무를 맡고 있다.

상장 기대감으로 지난해 장외시장에서 17만원대까지 치솟았던 네이처리퍼블릭 주가는 정 대표 구속 이후 IPO 일정이 지연되면서 4만원대로 주저앉았다. 10개월 만에 주가는 1/4분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장을 기대하고 장외에서 주식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건 당연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아직까지 상장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듯한 인상이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연내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상반기 상장이 예상되던 티브로드는 IPO를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12월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상장적격’ 판정을 받은 후 곧바로 공모절차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상장적격 만료기간이 임박한 시점까지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 재무적 투자자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게 주된 원인으로 파악된다. 상장 예비심사 승인 유효기간인 오는 6월까지 상장 절차를 완료하긴 사실상 힘들어진 상태다. 티브로드 측은 일단 상반기 상장 계획을 접고 하반기에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청구부터 모든 공식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반등의 여지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업황 자체가 가라앉은 분위기다. 경쟁회사들의 주가흐름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티브로드와 투자자 사이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답보상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티브로드가 상장하려면 극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며 “하반기에 IPO를 하고 상장을 위한 준비과정을 착실히 밟는다 해도 쉽사리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바이오시스(옛 서울옵토디바이스)는 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안에 상장을 완료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서울바이오시스는 12월에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하지만 당시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고 서울바이오시스는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을 철회하더라도 예심 통과 후 6개월 안에만 상장을 마무리하면 규정상 문제가 없었으나 서울바이오시스는 지난 3월16일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했고 IPO는 물건너 갔다. 실적 부진이 악재로 작용한데다 업황이 긍정적이지 않아 연내 상장은 어렵다는 중론이다.

유력 후보들
정작 안개국면


이외에도 두산밥캣, 넷마블게임즈, 롯데정보통신, KIS정보통신, 태진인터내셔날, LS전선아시아, 호텔롯데, 코리아세븐, JS코퍼레이션, 코엔스 등이 연내 유가증권 상장 유력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이 무작정 상장을 추진할거란 보장은 아직 없다. 유가증권시장에 섣불리 뛰어들길 주저하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기업이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장기업은 주식 자체가 자기 자본에 해당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아도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해진다. 인식 제고 과정을 거쳐 자산 증대마저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상장 조건 중에서 주식 보유자가 50명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는 만큼 개인회사라는 개념은 희석된다. 제3자가 회사의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면 그 회사를 넘겨야 한다.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실적이든 부채든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한다. 이런 점들은 상장을 주저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상장해봐야…” 자진 폐지 증가
공시 등 실익만큼 부담도 크다

최근에는 주식시장을 박차고 나가는 상장 기업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증시에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거의 없어 비상장사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공시 부담과 전략노출 등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다.

1994년 상장한 경남에너지는 오는 19일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경남에너지는 최대주주인 경남테크의 요청으로 자진 상장폐지 추진을 결정했고 한국거래소 승인까지 얻었다. 코스피 상장사의 자진 상장폐지는 지난해 1월 SBI모기지 이후 1년4개월여 만이다. 경남에너지 측은 “현재는 상장을 유지하는 데 따른 실익이 적기 때문”이라고 상장폐지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아트라스BX도 현재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아트라스BX는 지난 3월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최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보유지분(31.13%)까지 합쳐도 적정 지분 기준을 밑도는 87.68%에 그쳤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대주주 측(회사·특수관계인 포함)이 95% 이상의 지분 확보가 필수다. 아트라스BX는 다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상장폐지를 진행중인 경남에너지와 아트라스BX는 현금자산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은 상장을 폐지한 후 100% 지분을 확보해 국내 시장 상황과 소액 투자자, 감독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동성도 풍부해 상장을 통한 직접자금 조달에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또 소액주주들의 항의나 경영간섭, 경영사항 공시, 분기 결산보고 등의 부담도 덜 수 있다.

최근 상장설이 떠돌던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계획이 없음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현대오일뱅크 IPO 검토를 한 바 없다”며 “시장 여건이 우호적으로 형성되면 국내증시에 상장을 검토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는 지난 2011년에도 추진됐다가 무산됐고, 이후에도 그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시 약 6조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알짜 계열사이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상장 후 지분매각만으로도 상당한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한국 증시에서 자본을 끌어 쓴 외국 기업들의 탈 상장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자진상장폐지가 무산된 도레이케미칼은 다시 한 번 자진상폐를 진행 중이다. 앞서 중국 기업인 3노드디지탈과 중국식품포장, 국제엘렉트릭, 일본계 SBI모기지 등은 한국 증시에서 발을 뗐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이 투입된 상장사는 언제든 ‘먹튀’로 돌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헐값에 지분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으로 실적을 단기간에 호전시키고 비싼 가격에 되팔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반발이 심하면 알짜 자산들을 매각한 뒤 법인 청산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외국 기업들은
탈 상장 행보

IB업계 관계자는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해 증시를 떠난다는 기업들도 더러 보인다”며 “상장을 하고 싶어도 절차를 밟지 못해 무산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상장폐지를 시도한 후 기업 가치를 높여 해외에 재상장하거나 유상감자, 고배당 등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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