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 고삐 풀린 수험생 실태

2010.11.23 10:12:21 호수 0호

수능 ‘끝’ 탈선 ‘시작’“와~ 해방이다”

수능 끝난 후 음주·흡연·폭력 청소년 급증
해방감 만끽하다 외박…첫 성관계 경험 시기


201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동안 공부에 얽매여 억압됐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자유를 만끽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고 했다.

많은 수험생들은 해방감에 심취한 나머지 음주를 하거나 흡연을 시작하는가 하면 각종 폭력 사건이나 성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 특히, 수능 이후 첫 성관계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부모·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의 탈선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가 단순 절도나 학교폭력의 차원을 넘어 그 유형이 점점 다양해지고 흉포화 되고 있는 데 있다.

어디로 튈지 몰라 ‘조심’

수능을 마치고 거리로 넘쳐 나온 수험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술과 담배, 그리고 이성이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처음 접한 청소년들은 쉽게 취하게 되고 취한 상태에서 이성을 잃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것.

실제 지난해 수능을 마친 이후에도 전국에서 수험생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제주도에서는 고3 수험생 7명이 귀가 중이던 남성을 집단으로 폭행해 상해를 입혔다. 이들은 제주시내 모 주유소 앞에서 술에 취한 채 귀가 중이던 30대 남성에게 다가가 “조용히 돈을 내놓고 가라”고 위협한 뒤 바닥에 넘어뜨려 주먹과 발 등으로 집단 폭행했다.

피해남성은 14주 동안의 병원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지만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수능을 마치고 술을 마시다가 돈이 떨어지자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수험생 3명은 심야시간 성당과 교회 등지를 돌며 12차례에 걸쳐 금품을 훔쳤고, 노래연습장 등지에서 2차례에 걸쳐 3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 1대와 시계 등을 훔친 수험생도 적발됐다.


강원도에서는 술을 마신 수험생 4명과 이들에게 소주를 판매한 업주가 함께 적발됐다. 당시 홍천경찰서는 순찰 도중 술에 취한 수험생 4명을 발견했고, 이들을 추궁해 소주를 판매한 술집 업주를 적발했다. 며칠 뒤에는 같은 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주차된 차량 4대를 파손한 수험생 8명을 붙잡아 조사 후 귀가조치 시켰다.

술집을 비롯해 수능이 끝나면 골머리를 싸매는 업체는 또 있다.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PC방과 편의점이 바로 그곳이다. PC방은 원래 미성년자 출입 시간을 제한하고 있지만 수능이 끝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PC방에서 날을 새가며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난다. 술집 같은 유흥업소가 아니기 때문에 업주들은 대충 눈을 감아주기도 하지만 단속에라도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의 특성상 알바생의 연령이 어리다는 점도 수험생들의 발걸음을 편의점으로 향하게 했다. 술집 출입이 제한되는 대신 편의점에서 술과 담배를 사려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계속된다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학생들 때문에 진이 빠진 알바생은 한번 속는 셈 치고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담배와 술을 팔다가 적발되면 편의점 업주들은 고스란히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와 관련 서울 동작구 모 편의점 업주는 “수능이 끝나고 학생들이 자주 온다”면서 “심지어 신분증을 위조해 주류를 구입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한테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는 것은 물론 본사 페널티를 받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요즘 아이들은 외모만 봐서는 성인인지 청소년인지 쉽게 구분이 가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 업주들 사이에서는 ‘늙은 얼굴도 다시 보자’는 말이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수능 이후부터 대학 입학 이전까지의 기간 동안 첫 성관계를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술과 담배, 이성교제가 활발해지면서 한 번의 방심이 임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청소년 스스로는 물론 부모와 선생님들의 사랑과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섹스 컨설턴트 백상권(39)씨는 “실제 수능이 끝나면 상담 건수가 급증한다”면서 “대부분 자신의 신분을 고3이라고 밝히고, 첫 경험과 피임, 임신, 낙태 등에 대해 상담 한다”고 말했다.

첫경험 주의보 조심

또 강남 모 산부인과 간호사 역시 “매년 봄이 되면 앳된 얼굴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수능을 끝내고 크리스마스 등을 보내면서 성관계를 통해 임신한 학생들이 병원을 찾아 중절수술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물론 고등학교 3년이면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다. 사리분별이 가능한 나이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혹은 술김에 소중한 첫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이후 몸과 마음에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우리사회는 그동안 수능만 끝나면 청소년들의 탈선문제로 중병을 앓아왔다. 수능 이후 수험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공백도 문제고, 학교는 대학진학에만 매달리다보니 여기서 낙오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관심이 쏠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학교 밖 풍경도 다르지 않다. 미성년자인 줄 알면서도 청소년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일삼는 일부 몰지각한 업주들은 돈만 주면 청소년들에게 술과 담배를 쥐어준다.

탈선의 유혹과 충동을 참지 못하는 일부 청소년들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지만 수능 이후 수험생들의 탈선은 가정과 학교, 우리사회뿐 아니라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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