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고민하는 설치작가 정문경

2016.05.06 14:33:52 호수 0호

시간과 기억 간직한 옷의 조화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정문경 개인전 <Around and Round>가 오는 6월1일까지 대치동 송은아트큐브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재)송은문화재단이 매년 공모하는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신진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문경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등 사회관계에서 발생하는 고충과 불편한 감정들에 주목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사회관계에서 비롯된 갈등 속에 점차 잊혀져가는 어린 시절의 꿈과 상상력을 일깨우고자 했다.

캐릭터의 낯선 면

작가는 개인전 <Known>(2011)과 <Floating Floating>(2012)에서 미키마우스, 푸우 등 캐릭터 인형의 겉과 속을 뒤집고 확대하는 방식으로 친숙한 인형을 기괴한 모습으로 선보였다. 정리되지 않은 안쪽 면의 실밥과 튀어나온 눈알이 부각된 모습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인 캐릭터 인형의 낯선 이면을 보여준 것이다. 

<Around the Clock>(2013) 전에선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옷을 엮어 만든 <Fort>(2013)와 <Rain Drop>(2013)을 통해 어린 시절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며 만들었던 아지트를 재현하는 등 개개인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과 추억을 담았다. 작가는 개인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주변 사람들의 옷을 조합하고 엮는 행위를 통해 서로 간의 관계를 연결 짓고 타인과 소통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옷이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작가에게 옷은 시간의 흐름과 오랜 기억을 간직한 사물로, 개인의 추억이 담긴 옷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갈등을 해소하고자 했다.
 


지인에게 받은 옷을 연결해 그네에 날개를 달아준 <제자리걸음>(2016)은 그네를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시작됐다. 그네가 높이 발을 뻗어도 일정 범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인간관계에서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지만 한계에 부딪히는 작가의 사적인 상황을 반영한 듯 보인다.

시간과 기억 간직한 옷이 중요한 모티브
반대의 이면을 안과 밖 양면성으로 표현

<Yfoog>(2016)는 구피 인형을 뒤집고 확대시켜 본래의 매끄러운 표면과 달리 정돈되지 않은 실들과 천을 짜깁기 한 흔적을 드러내는 설치작업이다. 사회 안에서 겪는 수많은 갈등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모습을 투영했다. 특히 캐릭터 고유의 색이 사라져 자아가 상실된 듯 보이는 구피 인형은 모순된 상황 속에서 혼돈 상태에 놓인 개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식은땀>(2015)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시청각적으로 표현한 작업으로,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빨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로 표현했다. 이렇듯 관계에 대한 작가의 고민은 사회 및 인간관계 형성의 근원이자 시초인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연결되며 과거를 떠올리도록 하는 다양한 소품을 통해 동심으로 돌아간다.
 

학생의 상징이기도 한 순백색 체육복을 모티브로 한 <모범생>(2015)과 <우등생>(2016),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담은 <테두리>(2015)는 작가의 작업과정과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드로잉으로, 유년시절을 추억하도록 유도한다. 유년기에 빠진 이를 버리지 않고 유치 보관함에 넣은 <젖니>(2015)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한다.

심리적 불안 투영

정문경은 작가노트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회와의 관계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그 접점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서 “현실에서 항상 공존하지만 내면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본인만이 인식하는 반대의 이면을 안과 밖이라는 양면성을 바탕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는 사회와 집단 속에서 개인이 가지는 갈등과 심리적 불안감을 투영한다”고 의도를 전했다.


<shin@ilyosisa.co.kr>
 

[정문경 작가는?]

1981년생. 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CalArts)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미국 발렌시아에서 첫 개인전 <Me & My>(Stevenson Blanche Gallery, 2007)를 시작으로 <Known> (인사미술공간, 2011) <Around the Clock>(노암갤러리, 2013) 등 개인전을 6회 개최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인사미술공간 전시공모, 아르코 미술관 신진작가 비평워크숍,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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