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의 대권 과외 들여다보니

2010.11.16 09:58:00 호수 0호

배우고 또 배우면 못 배울 것 없다


대권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공부가 필요하다. 정치적인 사안 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전반적인 사항들을 꿰고 있어야 한다. 대권을 잡는다는 것은 ‘최고 권력자’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 국가를 맡는다는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곁에서 돕기는 하겠지만 교육·사회·복지·외교·경제 등과 관련한 현안을 파악하고 국정 운영의 큰 틀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차기 대선주자들은 나름의 ‘과외공부’도 빼놓지 않고 있다.

‘수첩공주’ 박근혜 꼼꼼히 보고·듣고·묻고
‘활자광’ 정몽준, 토론회 즐기는 정동영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들은 이미 몇몇 분야에서는 전문가급 지식을 갖추고 있다. 오랜 기업·관료 생활을 했다거나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쌓은 내공이 적지 않다. 하지만 대권을 위해서는 편식된 지식만으로는 힘들다. 이 때문에 큰 꿈을 꾸는 이들은 그 꿈에 맞는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실전에서 배운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주요 지자체를 맡아 실질적인 행정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 지자체를 맡았을 때는 인수위를 구성, 전직 지자체장을 찾아다니면서 배웠지만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여의도에 있는 이들 중 금배지를 단 이들은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대권수업’으로 활용하곤 한다. 국회운영·법제사법·정무·기획재정·외교통상통일·국방·행정안전·교육과학기술·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농림수산식품·지식경제·보건복지·환경노동·국토해양·정보·여성가족위 등 여러 상임위를 거치며 고른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5대 국회를 통해 여의도에 발을 들인 후 산업자원위와 여성특별위에서 활동하며 국내외 산업의 흐름과 여성정책 등을 배웠다. 16대 국회에서는 통일외교통상위를 선택, 남북문제와 통일, 국제외교 등에 대해 공부했으며, 여성위 활동으로 여성인권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그가 산업자원위와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활동할 당시 IMF사태와 남북 협력 등의 이슈가 살아있어 상임위 활동의 효과가 컸다.

16대 국회 때 이공계 출신이라는 특성을 살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서 활동했으며 17대 국회에서는 국방위와 행정자치위,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하며 전문적 식견을 쌓았다. 국회에 들어선 이래 매번 다른 상임위를 선택, 국민의 삶과 밀접한 분야를 챙기는 한편 국가 정책에 전반적인 사항들을 섭렵한 것. 그는 18대 국회에서도 전·후반기 각각 보건복지위와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하며 대권 구상을 구체화해가고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은 상임위 활동 뿐 아니라 전문가들과의 과외공부도 따로 챙기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정치 현안에 거리를 두는 정중동 행보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전문가 그룹과의 ‘공부’를 잊지 않았다. 지난 대선 그의 한나라당 경선 자문을 맡았던 남덕우 전 총리,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 등이 곁에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중요한 사항들을 모두 수첩에 메모하고 시시때때로 이를 확인해 ‘수첩공주’라고 불리기도 했던 박 전 대표는 평소에도 꼼꼼한 공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철저한 예·복습파로 보고서나 논문 등 자료를 준비해 공부한 뒤 궁금한 점을 전문가들에게 질문하는 식이다.

18대 후반기 상임위로 선택한 기획재정위 활동에서도 이 같은 공부 방식이 드러났다. 당의 경제전문가로 통하는 이한구 의원에게 ‘경제수업’을 받은 것.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경제 분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자주 질문을 해 온다”며 “질문은 특정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경제 전반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에서 함께 활동할 뿐 아니라 자주 전화를 하는 등 열성적인 ‘학생’이라고.

이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국방위와 복지위 등 상임위를 두루 거쳤고, 이제 기획재정위에서까지 활동하면 국정운영을 위한 예비수업은 거의 마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권공부의 성과는 박 전 대표의 상임위 활동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상임위 활동에서 날카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의 과외도 전문가들과 함께다. 정 전 대표는 싱크탱크로 아산정책연구원을 두고 있다. 이곳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승주 전 주미대사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조언을 도맡고 있다.

자문교수단과 함께 경제·복지·안보 등을 주제로 정기 스터디 모임을 갖고 있으며 아산정책연구원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초청, 아산정책연구원과 경희대에서 강연회를 주선하는 등 최신 정치 트렌드를 한발 앞서 취하고 있다.

정 전 대표의 공부법은 ‘활자’ 위주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신문·잡지·책·보고서·논문 등을 접하며 중요한 내용은 수첩에 메모한다.
정동영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남북문제와 통일 등을 심도있게 공부할 기회를 가졌다. 18대 국회에서도 외교통상통일위 활동으로 남북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토론하며 내공 쌓아

정 의원의 대선공부는 토론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정 의원은 재보선으로 18대 국회에 합류한 후 용산참사, 트위터 단속 근거인 선거법 93조 개정 문제, 담대한 진보 등에 대한 토론회를 가져왔다.

손학규 전 대표도 토론식 과외수업을 받았다. 경제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전직 경제 관료와 기업 관계자 등 전문가 20여 명을 만나 ‘토론식 과외수업’을 한 것. 문제제기는 물론 개선안 등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진보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손 전 대표의 후원회장으로 나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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