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손학규 서바이벌 대권전쟁 전초전 전모

2010.11.16 09:50:20 호수 0호

MB·노(盧)의 여의주, 대권 ‘필승카드’ 노린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권력’을 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각각 전·현 정권과의 관계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다음 권력’에 다가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소원했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독 회동으로 풀었다. 이후 친이계와의 잦은 회동을 통해 거리를 좁히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수장 자리를 꿰찬 후 전 정권의 후계를 자처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난 시절 ‘앙금’을 쌓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근혜 MB와 회동 후 친이계에 ‘화친’ 전략
친이와 역할 바꾼 친박…MB 지원사격 나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친 권력’ 행보가 정가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사고 있다. 차기 권력을 노리는 이들은 대부분 살아있는 권력과 각을 세우는 것으로 차별화를 꾀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이후에도 계속돼 왔던 ‘미래권력의 법칙’이 최근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친박계가 달라졌다. 정가에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역할이 바뀐 것 아니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주류인 친이계가 청와대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일이 잦아진 반면 비주류인 친박계가 야권의 대여공세에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로비 몸통 의혹을 제기하면서 친이·친박계의 ‘역할 교체’도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친이·친박 역할 교체
외부의 적 친박이 견제?

강 의원의 ‘공격’에도 잠잠했던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 목소리를 높인 이가 있다. “영부인을 겨냥한 막가파식 질의”라며 강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이는 뜻밖에도 친박계 이종혁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경제관련 내용을 질의하려 했으나 강 의원의 발언 이후 질의 내용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에 이어 “강 의원이 그 발언을 어떻게 책임질지 두고 보겠다”고 한 김선동 의원도 친박계 인사다. 김 의원은 또 이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공정률이 내년 6월이면 90%가 된다”며 야당의 예산 삭감 주장에 반박하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달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말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했을 때에도 야당에 대한 견제는 친이계보다는 친박계가 맡았었다. 친박계 구상찬·윤상현 의원 등이 박 원내대표를 향해 “외교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파렴치한 일”이라고 강하게 따져 물었던 것.

반면 친이계 인사들은 청와대에 대한 비판에 거침이 없어지고 있다.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은 총리실 불법사찰 등과 관련, 검찰과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정태근 의원은 “사찰 배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난 만큼 재수사를 해야 한다. 재수사를 않으면 특별검사까지 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야당의 ‘부자감세’ 주장을 차기 총선·대선에서 차단하려면 고소득층과 기업에 대한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며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는 친이계에 중추가 없다보니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막아서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친이계의 말고삐를 잡은 것은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다.

김 원내대표는 정두언 의원의 고소득층과 기업에 대한 감세 철회 주장에 대해 “2007년 대선 당시 (나와는) 다른 정파에서 대선공약을 만들고 정권 창출에 앞장선 당사자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감세 화두를 꺼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세금 폭탄’을 바로잡기 위해 내놓았던 감세 공약을 캠프 주역으로 활동했던 이들이 이제 와서 잘못됐다며 반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갈했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역할 전환에 대해 정가 인사들은 지난 8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독대를 ‘계기’로 보고 있다. 이 회동으로 앙금을 풀고 손을 잡으면서 친박계도 당내 비주류로, 각종 현안에 ‘강 건너 불구경’해왔던 태도를 바꾸게 됐다는 것.
또한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단독 회동 이후 동반 상승한 지지율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은 세종시 수정안 등에서 당·정·청과 갈등하는 과정에서 멀어졌던 한나라당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박계가 이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당·정·청에 완전히 협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큰 틀에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 언제라도 상황이 변하면 입을 닫을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를 통해 한나라당의 ‘집토끼’들에게 확실히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여당 내 야당’ ‘내부의 적’ 소리를 들었던 친박계가 청와대가 위기에 몰린 순간 손을 내밀면서 결국 모든 것은 한나라당과 정권재창출을 위했던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이는 야권에도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좌클릭’하고 있다. 그는 서민들의 삶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노동계층을 주로 찾는 등 이 대통령의 친서민행보와 차별화하고 있다.

친 권력행보 속내
집토끼까지 내 품으로

이와 함께 손 대표가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민주당의 전통성을 잇는 것이다. 그는 전당대회가 마무리되자마자 광주 국립 5·18 묘역을 참배했다. 이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했다.

이 후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전직 대통령들과의 거리를 좁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상당하다. 손 대표는 지난 8월 정계 복귀를 선언한 뒤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전당대회 직후 봉하마을을 다시 찾아 “노 전 대통령이 국가원수일 때 정치적 입장이 달라 인간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결례를 범했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다시 한달여 만에 봉하마을행에 나섰다. 지난 8월에는 ‘전당대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전당대회 후에는 미국에 머문 탓에 만나지 못했던 권양숙 여사와 만나기 위해서였다.
손 대표는 “지금 전개되는 정국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더욱 생각난다”며 “정권교체를 통해 대통령이 못다 이룬 뜻을 이루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정치권은 손 대표의 행보를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가 ‘정체성’을 선명히 하려 한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다. 한나라당에 있을 때 노 전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 비판하며 적잖은 ‘감정’을 쌓기도 했다. 손 대표가 김 전 대통령보다 노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공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 하지만 당적을 옮긴 문제는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불거질 수 있고 손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측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이 같은 논란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친노 진영’의 존재다. 친노는 당 안팎에서 상당한 정치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는 ‘광장’에 머무르며 야권 통합을 위해 움직이고 있고, 안희정·이광재·김두관 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권력의 세대교체를 이룬 이들이다. 또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국민참여당의 중추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친노 인사 중 다음 총선을 겨냥, 벌써부터 몸을 움직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친노의 역할론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손 대표로서는 하루바삐 품에 안아야 하는 이들인 셈이다.

봉하마을 찾은 손학규, “노무현이 그립다”
당 안팎 정치세력 된 친노와 거리 좁히기


당장 그가 당에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친노와의 관계 개선은 필수다. 친노·486은 직전 당대표였던 정세균 전 대표의 지지기반이었다. 손 대표 체제에서는 486이 활약하고 있지만 정동영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비주류 진영이 여전히 힘을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친노까지 끌어안아야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차기 대선에서의 후보단일화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의포럼 세미나에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슈퍼스타K2’ 초반 줄곧 1위를 달렸으나 결국 허각과 존박에 밀려 3위에 그친 장재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박 전 대표를 장재인에 비유하며 “박 전 대표가 여권 내에서 경쟁자 없이 계속 1위를 달리더라도 손학규, 유시민 등 야권 주자들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시너지효과를 내 박 전 대표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진보진영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여권에 이만큼의 ‘위협’을 주고 있는 후보단일화의 ‘마지막 한 사람’으로 친노 인사 중 하나인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유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 자리에 서 있었다. 전당대회 후 손 대표가 상승세를 타며 유 원장을 압도하기도 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시 박근혜-유시민-손학규 순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손 대표가 친노를 먼저 포섭할 수 있다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유 원장과의 후보단일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직까지 거리감이 있지만 친노 진영을 끌어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광재 강원도지사와는 지방선거 지원을 해주며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고 유 원장의 경기도지사 도전도 손 대표가 지원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와도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손 대표는 봉하마을 뿐 아니라 친노 인사 개개인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지난달 28일 충남을 방문,  노 전 대통령의 ‘좌희정’으로 불렸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충남도청 신청사 예산도 챙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치권은 차기 대선주자들의 ‘친 권력’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는 싫든 좋든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으로 인한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라며 “차기 대선에서 이들이 ‘이명박 바람’, 혹은 ‘노무현 바람’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독이 될지 약이 될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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