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담장 위에 선 금배지 여럿 있다

2010.11.16 08:15:06 호수 0호

서초동VS 여의도 11월 전면전 막전막후



사정정국 뿔난 여의도 검찰과 청목회 수사 맞장
잔인한 11월 청목회 뒤로 제2, 제3의 사건 뜨나

여의도와 서초동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기업 비자금 수사로 촉발된 정·재계를 향한 전방위 사정 바람으로 인해 부글부글 끓던 여의도에 ‘청목회’라는 기름이 부어진 탓이다. 청목회가 입법로비에 소액 정치후원금을 이용하면서 여야 모두 로비대상에 오른 것. 사정태풍에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던 여야 의원들이 “걸리면 죽는다”며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와 관련, 힘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에 검찰의 이례적인 초고강도 수사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셈이 되어 버렸다. 끓은 속을 누르고 있던 정치권은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검찰과 정치권이 전쟁터에 마주 섰다. 최근 검찰이 정치권과 관련된 수사를 몰아치며 몇 차례나 사정태풍이 여의도를 휩쓸었다. 정치권도 발 빠르게 대응하며 검찰이 휘두르는 칼날을 막아섰다. 하지만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를 계기로 검찰과 정치권의 전쟁이 점차 전면전으로 향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박연차 게이트로 여의도가 폭탄을 맞은 후 한숨 돌리기도 전에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이어졌고 강성종 민주당 의원이 사학재단 교비 수십억원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전운 감도는 여의도
검찰 칼날 정치권 노린다

하지만 최근 여의도에 칼끝을 겨누는 일이 한꺼번에 터졌다. 한화·태광·C&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정치권으로까지 불길을 옮긴 것. 수사가 ‘비자금 조성’에서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것으로 초점을 옮기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이 고개를 든 것이다. 이들 기업과 개인적인 친분을 나눴거나 사업상 관련성이 있는 전·현 정권의 실세들의 이름이 수시로 ‘살생부’에 오르내렸다.

이 외에도 검찰이 수사 중인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재개발사업 로비 의혹에 여당 중진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 핵심인 장광근 의원은 원외시절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후원금을 받아 사용한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아 한나라당을 긴장케 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최철국 의원의 보좌관이 한 소방시설 제조업체에서 한국전력에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이 경남 김해에 있는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최 의원에게도 돈이 전달됐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진짜’ 사건은 수십, 수백억대의 이권이 오고가는 기업이 아니라 의외의 곳에서 터져 나왔다. 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가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 내용을 담은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 특별회비 8억여 원을 걷어 여야 의원 수십명에게 후원금 로비를 벌였다는 입법로비가 여의도를 휩쓴 것이다.

검찰은 청목회 입법로비와 관련, 여야 의원 수십명을 수사대상으로 거론했다. 그리고 정치권이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초고강도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들에 대한 계좌 추적을 완료한데 이어 지난 5일 국회의원 10여 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국회 회기 중 대대적으로 현역 국회의원의 후원회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을 의식한 듯 압수수색 후 브리핑까지 열어 “압수수색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수사 대상이라는 뜻은 아니”라며 “이미 많은 사람이 클리어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후원금 수수에 대가성이 뚜렷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말고도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는 등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정치권도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고 있다. 청목회 입법로비에 대해서는 여야 없이 한목소리로 검찰의 수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 것.

청목회서 붙은 불
초가삼간 다 태울라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의원 턱밑에 칼이 들어왔다. 한쪽 말만 듣고 압수수색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정권 의원도 “법에 따라 회계보고를 하는데 국회의원이 무슨 힘으로 증거를 인멸하냐”며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과도한 검찰권을 행사해 입법권을 했다며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의 적정성을 따져 물은 것.

김 의원은 또 “검찰이 사법권을 함부로 휘두른다면 그 칼은 국민에게 무서운 무기가 된다”며 “검찰이 의원들의 불법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정치 불신을 가중시킨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여야 의원들은 또 청목회 입법로비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른 소액 후원금 제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키웠다. 김 의원은 “후원금의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사법부의 재량적 판단에 의존한 것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분석했고, 여상규 한나라당 의원은 “소액 후원금은 후원자의 이름, 금액만 알 수 있어 일일이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소액 후원금 제도에 대해 “기업이나 법인 등으로부터 더러운 돈을 받지 말라는 게 입법 취지”라며 “현재 검찰은 부자만 정치하고 부모를 잘 만났거나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아니면 정치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인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의원의 소신에 따른 입법자유권이 검찰에 의해 입법로비로 매도당하고 국회 존립이 무시당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힘없는 사람을 도운 게 죄가 되느냐”고 호소했다.

청목회 입법로비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소액 후원금으로 인한 문제가 국회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가 크다. 2004년 ‘오세훈 선거법’으로 소액 후원금 제도가 생긴 후 청목회 입법로비와 같이 기업, 협회 인사들이 개인 명의로 후원금을 낸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인, 친지, 친척 등 측근들을 통해 소액 후원금을 전달해 그 출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상당하다.

결국, 청목회 입법로비로 여의도가 타격을 입는다면 ‘후속탄’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부담감을 계속 안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야 정치권이 아무리 분통을 터뜨려도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 물러설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지난 8일 “이럴 때일수록 의연히 대처하라”며 “국민들은 검찰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목회 수사로 여야 정치인 33명, C&그룹 수사로 10여명, 농협 입법로비 의혹으로 10여명을 수사대상으로 잡고 있는 상황이라 한번 물러서면 정치권과 관련된 수사에서 여의도에 주도권을 내줘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창이 센가
여의도 방패가 강한가


턱밑까지 칼이 들어온 정치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청목회가 조성한 8억원 중 3억원은 용처가 밝혀졌고, (검찰이 추적 중이라는) 나머지 5억원 중에 4억원은 청목회 통장에 남아 있고, 1억원은 경비로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은 이 돈이 정치인들에 흘러간 것처럼 해서 정치인들을 ‘나쁜 놈’으로 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청와대 대포폰, 총리실의 불법사찰 등에 대해서는 진실 은폐를 한 검찰이 의원들은 비호같이 수사했다”면서 “검찰이 국회의원 사무실은 마음대로 뒤지면서 백주대낮에 대포폰을 지급한 청와대 행정관은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청목회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대포폰으로 재점화된 총리실 불법사찰 부실수사 논란을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정권 의원은 아예 “일부에서는 청목회 사건이 청와대가 개입된 기획 사정수사라는 주장이 나온다”며 “검찰은 불법사찰 사건 등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검찰과 정치권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어느 한 쪽이 쓰러지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한편,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귀남 법무장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경연연구원 조찬 특강에서 “정치도 일대 결단을 하고, 정치개혁을 통해 나라 틀도 새롭게 다듬고, 옛날 시대에 만든 옷 말고 지금 시대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며 “새 옷을 입으려면 목욕하고 입어야지, 목욕도 안하고 새 옷을 입는 꼴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해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에 힘을 실었다.

이 장관은 또 “여론조사를 해보면 아직도 불신과 부패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 정치권과 공직사회라고 한다”면서 “한국의 정치권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부패 청산이며, 제일 먼저 앞장서야 할 곳이 대한민국 정치권”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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