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지는 국회의장 쟁탈전 내막

2016.04.25 11:04:35 호수 0호

가문의 영광? "천만에! 당의 자존심 걸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대 국회의장직을 두고 여야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가 의전서열 2위라는 개인의 명예도 있지만, 전반기 당의 명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소야대’로 ‘집권당 출신 국회의장’이라는 공식이 깨질 수 있어 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은 국회의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의장은 제1당에서 다선 의원들 중 선출되는 게 관례였다. 보통 제1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의결을 거친다고 해도 추대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19대 전반기 강창희, 후반기 정의화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의장에 올랐다.

어그러진 새누리

그러나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는 관례일 뿐 국회법으로 규정된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현행법에는 의장·부의장 선거와 관련해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고 적시돼 있다. 즉 과반의 표만 얻는다면 1·2·3당 관계없이 의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20대 국회에서 전반기 의장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개인의 영광은 차치하고, 쟁점법안 통과에 있어서 직권상정 권한이 있는 의장에 누가 앉는가는 당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레임덕을 목전에 두고 있는 박근혜정부에서 느낄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토록 원하던 국회 선진화법 개정의 첫 단추는 새누리당 출신 의장이다.

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는 총선 후 20대 국회의 최초 집회일에 실시된다. 따라서 오는 6월5~6일에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 회의 전에 당내 경선부터 치러야하기 때문에 분위기는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당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대 총선 결과는 알려진 것처럼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다. 총 300석의 의석 중 151석의 표를 얻어야 되는 상황에서 설령 새누리당이 여야 가리지 않고 무소속 11명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해도 과반이라는 숫자를 맞출 수 없다. 즉 국민의당의 뜻에 따라 새누리당 또는 더민주 출신 의장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더민주 의장, 국민의당 부의장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차기 의장은 총선에 나타난 민심에 따르는 것이 순리”라며 야당에서 맡아야 한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보다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당연히 더민주가 의장을 하고 새누리당과 우리 국민의당이 부의장을 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주승용 원내대표 또한 “더민주가 제1당이기 때문에 (더민주가) 의장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더민주 내 의장이 될 만한 후보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종로 수성에 성공해 6선이 된 정세균 의원, 6선의 친노좌장 문희상 의원, 충청 5선이며 중도성향의 박병석 의원 등이 꼽힌다.

최근 당권과 대권 사이에서 고민했던 정세균 의원이 의장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 <노컷뉴스>는 지난 20일, 정 당선인 최측근이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해 “정 의원이 정치적 과도기인 현 시점에서 의장의 자리가 중요하다고 보고 의장선거에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키 잡은 국민의당 “누굴 뽑아줄까?”
정세균·서청원…후보들 하마평 물망

오세훈 후보를 꺾은 정 의원은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에게 밀렸지만, 총선 민심은 그를 향했고 결국 '정치1번지'에서 재선이라는 성적표를 냈다. 당에서도 이에 대한 공로가 크다는 점을 잊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 의원은 이미 두 차례 당 대표를 맡은 경험이 있어 의장직도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문희상 의원은 두 차례 비대위원장을 역임하며 당을 위기에서 꺼낸 공로가 있다. 또한 정 의원처럼 곡절의 총선을 통과해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다. 문 의원은 한때 당 공관위로부터 컷오프 물망에 올랐다가 기사회생해 6선 고지에 올랐다.

국민의당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중도 성향의 인사들이 유력하다는 예상이 있다. 이에 친노 또는 친문 성향의 인사들은 대거 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란 관측이다.

따라서 중도 성향을 가진 박병석 당선인이 적임자라는 주장이 있다. 19대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는 점 또한 의장 후보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개인의 의지가 높다. 그는 일찌감치 의장에 뜻이 있음을 알렸다. 당선인 인터뷰에서 그는 ‘20대 국회에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중재 역할을 했다면 이제 전면에 나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며 “우선 의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20대 국회가 개원되면 중앙 정치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강창희 전 의장에 이어 ‘충청 출신 국회의장 2호’에 오를 수 있을지 지역 정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손잡을 확률도 완전 배제할 순 없다. 더민주보다 새누리당이 의장직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총선 전 새누리당 160석 얘기가 있을 당시 정치권은 새누리당 서청원 당시 최고위원을 가장 유력한 의장 후보로 봤다. 8선이라는 선수와 함께 친박계 좌장이라는 점, 그리고 본인 또한 의장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력 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상황으로 출마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원에 나섰다. 그는 지난 19일 의장 선출과 관련해 “최다선 의원이자 8선 의원인 서 의원이 (의장을) 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총선에서의 민의를 존중해야 된다. 새누리당은 2당이지만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집권당인만큼 집권당에서 의장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떠난 배에 손 흔드는 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야권이 잡는다?

5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 또한 후보군에 속한다. 후반기 여당 국회부의장를 지냈기 때문에 무리 없는 승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본인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손사래쳤다.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음을 눈으로 보면서 개인의 영달을 위해 의장이 되기 위한 물밑작업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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