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파워블로거가 대중에게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개인의 글이라고 하기에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하지만 파워블로거는 수 년째 각종 문제들을 양산하면서 포털사이트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렸다. 최근 네이버가 파워블로거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히면서 파워블로거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파워블로거’를 사칭해 수십억원대 구매 대행 사기를 벌인 사촌자매에게 나란히 징역형이 선고됐다. 지난달 30일, 법원은 “박모씨와 고종사촌 장씨는 ‘기업형 사기’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거래 다반사
장씨는 “동생이 유명 포털의 파워블로거”라며 거래를 시작했고 물품 구매가 늦어지면 “포털 후원으로 에르메스의 초청을 받아 프랑스 본사에 다녀왔다”는 등의 말로 자연스럽게 고객들을 속였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81명으로부터 물품대금 43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해당 사건은 전형적으로 파워블로거 이미지를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경우다.
네이버는 매년 전년도 파워블로거를 선정해왔다. 2008년 1092명, 2009년 1378명, 2010년 809명, 2011년 449명, 2012년 446명, 2013년 217명, 2014년 154명으로 매년 수직 감소해왔다. 특히 2011년부터 포스팅을 대가로 금전 제공을 받는 상업적 블로그는 심사에서 제외하기로 한 이후 크게 숫자가 줄어들었다.
파워블로그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된 때는 2011년 일명 ‘베비로즈 깨끄미 사건’이다. 공동구매를 진행한 유명블로거 베비로즈가 식품을 오존 세척해주는 깨끄미 기계 제조사로부터 깨끄미 1대당 7만원 가량의 판매 수수료를 받은 것이다. 공정위는 수수료를 챙긴 베비로즈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그리고 공정위는 공동구매하는 제품가격의 2∼10%씩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상 ‘기만적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7일, 서울고법은 파워블로거에게 돈을 주고 광고글을 게재하게 한 자동차회사 A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고법은 A사가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해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공정위에 손을 들어줬다.
A사는 지난 2010년 6월 광고 대행사 B사와 마케팅 대행계약을 맺었다. 이때 B사는 ‘바이럴마케팅’ 전문회사 C사에 광고를 맡겼고, C사는 다시 D사에 하청을 줬다. D사는 블로그 운영자 18명에게 A사 자동차 제품 및 공연에 대한 홍보글을 게시해줄 것을 요청하고 대가로 회당 10만원씩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B사와 연락하며 온라인 마케팅 진행상황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고 지시사항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는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라고 보고 지난해 1월 A사에 시정 명령 및 9400만원의 과징금 부과 명령을 내렸다.
A사는 “광고 업무를 모두 대행사에 위임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사 측이 측이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상업적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광고효과를 높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사 측의 행위는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한 것이라 판단했다.
수십억 구매대행 사기…업체에 갑질도
광고성 글 도배…네이버 결국 없애기로
기업 입장에서는 블로그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를 누려보고자 파워블로거에게 돈을 쥐어주며 광고기사를 쓰도록 한 모양새다. 하지만 블로그의 경우 블로거의 주관적인 의견을 개진해 글을 싣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 누리꾼으로써는 광고임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누리꾼들의 허점을 노리고 광고주들이 블로거들을 광고에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7월16일에는 한 음식점 전문 블로거가 올린 글이 문제가 됐다. 해당 블로거는 전주에 위치한 무한리필 고기집에 방문해 자신은 배가 불러 고기 5점과 물만 마셨다며 적게 먹었으니 당연히 식사 값을 받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고 블로그에 적었다.
블로거는 “이렇게 야박한 인심은 처음 봤다”며 “다시는 발걸음하고 싶지 않은 음식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네티즌들은 해당 블로거를 강도 높게 비난했고 심지어 파워블로거지(파워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라 불렀다.
문제는 파워블로거들이 갑질 및 협찬을 받고 글을 써주는 데 그치지 않고 블로그를 통해 사업자 등록증도 없이 공동구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 구독자수만 8500여명에 달하는 한 유명 블로거로부터 의류를 구입한 김씨는 약 두 달여 간의 싸움 끝에 물건값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유명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동구매 형식으로 판매하는 의류를 구입한 김씨는 택배로 물건을 받자마자 의류의 안감과 지퍼 부분이 찢어져 있음을 발견한 것.
김씨는 바로 판매자에게 불량품 신고를 했지만 판매자로부터 ‘옷을 받고 고의로 망가뜨린 것 아니냐’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고, 판매자는 “환불은 안된다. 교환만 1회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가 한국소비자상담센터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진정을 넣고 난 뒤에야 물건값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블로그를 통한 판매 행위를 하고 있는 블로거들 중 상당수가 사업자등록을 마치지 않은 상태임은 물론이고 환불과 교환, 반품도 금지하는 등 임의로 규정을 만들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신고를 접수할 경우 포털사이트 측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한다”며 “블로그를 통해 상업적인 행위를 하는 이들에게 지켜야할 법 등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음식점 타깃
각종 파워블로거 문제가 사회 전면에 대두되자 네이버는 지난 14일, 2008년부터 8회째 진행된 네이버 파워블로거 선정 제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팀은 “지난해 파워블로거를 발표하면서부터 파워블로거 제도에 대해 고민에 빠져있었다”며 “지금의 변화된 블로그 문화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고, 새로운 방식은 하나의 제도가 아닌 블로거들끼리 상호 긍정적인 자극을 통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발표했던 2014년 파워블로거를 마지막으로 네이버 블로그는 새로운 파워블로거 선정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고 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블로거 마케팅’ 화장품 어쩌나?
파워블로거들의 대가성 후기 글 작성으로 인터넷 검색 문화가 오염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파워블로거 모시기가 진행 중이다. 중소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소화장품 업체가 할 수 있는 마케팅이 파워블로거 말고는 뚜렷한 수단이 없음을 지적했다.
한정된 비용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화장품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인터넷 검색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광고인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찾아서 후기 글을 본다는 뜻이다.
유명 수입브랜드 관계자는 “유입량이 많은 블로거일수록 검색 페이지에 우선적으로 노출 된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제품이 노출될수록 좋다보니, 품평이 파워블로거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