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그룹-부국증권 ‘수상한 교감’ 막후

2010.10.26 09:37:47 호수 0호

‘우리가 남이가?’ SOS에 백기사로!

‘보일러 명가’ 귀뚜라미그룹이 엉뚱한 싸움에 끼었다. 경영권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인 부국증권과 리딩투자증권간 지분 경쟁에 뛰어들었다. 부국증권의 ‘백기사’를 자청한 것. 귀뚜라미그룹은 왜 복잡한 신경전에 나선 것일까. 그 배경을 짚어봤다.

부국, 리딩투자증권에 경영권 위협…지분 20% 달해
‘사돈 기업’귀뚜라미 견제용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여

부국증권은 최근 진땀을 흘리고 있다.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리딩투자증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000년 단순투자 목적으로 부국증권 지분을 매입한 뒤 꾸준히 늘려온 리딩투자증권은 2004년 지분 5%를 확보했다. 이후에도 지분을 잇달아 사들여 부국증권을 긴장시켰다.



10년째 지분 매입

2005년 부국증권 지분율을 15%까지 끌어올린 리딩투자증권의 현재 지분율은 16.23%에 이른다. 부국증권 오너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김중건 회장(12.22%)보다 많은 지분이다. 리딩투자증권은 계열사인 W상호저축은행까지 ‘흑기사’로 끌어들여 부국증권 지분을 야금야금 올렸다. W상호저축은행이 보유한 부국증권 지분은 3.53%. 두 회사의 지분을 합하면 19.76%에 달한다.

리딩투자증권은 부국증권 지분 확대에 대해 “단순투자 차원”이라고 전했다. 부국증권도 “보유 현금이 많고 자사주도 30%가 넘어 당장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팔짱만 끼고 있지 않았다. 리딩투자증권 측의 지분율이 20%에 육박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경영권에 위협을 느낀 김 회장은 결국 주변에 ‘SOS’를 쳤고, 곧바로 ‘백기사’가 등장했다. 바로 귀뚜라미그룹이다. 김 회장은 부국증권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귀뚜라미그룹에 도움을 요청, 우호 지분을 높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국증권은 지난 8일 김 회장의 특별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우호 지분이 28.99%에서 32.65%로 늘었다고 밝혔다. 특별관계자도 4곳에서 9곳으로 추가됐다.

이번에 증가한 3.66% 중 2.87%는 (주)귀뚜라미가 사들였다. (주)귀뚜라미는 지난 5일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부국증권 지분을 시간외거래로 매입했다. 총 매입비용은 50억원(29만7410주·주당 1만6800원)에 육박한다. 나머지 0.79%는 김 회장의 주변인들이 샀다.

현재 부국증권의 우호 주주는 ▲한국단자공업(3.57%) ▲(주)귀뚜라미(2.87%) ▲귀뚜라미홈시스(1.64%) 등이다. 특별관계인 명단엔 김 회장을 비롯해 그의 동생 김중광(11.79%), 모친 장복련(0.13%), 회사 임원인 장옥수(0.14%), 전평(0.10%), 김경석(0.10%), 권기현(0.10%) 등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리딩투자증권과의 지분 경쟁에서 일단 우위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각각 32.65% 대 16.23%로 2배 이상 많은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리딩투자증권과 W상호저축은행이 뭉쳐도 김 회장 측보다 12.89% 적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국증권이 우호세력을 통해 대주주 보유지분을 확대한 것은 언제 부상할지 모르는 리딩투자증권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김 회장이 귀뚜라미그룹에 손을 내밀었고, 귀뚜라미그룹이 이를 받아들여 이번 방어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귀뚜라미그룹이 엉뚱한 싸움에 끼어든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국증권과 귀뚜라미그룹은 사돈기업이다. 정확한 양측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김 회장과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 집안의 자녀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위기에 처한 사돈기업을 보다 못한 최 명예회장의 의지로 귀뚜라미그룹이 부국증권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셈이다.

앞서 3년 전에도 귀뚜라미그룹은 부국증권의 ‘백기사’를 자청한 바 있다. 물론 그때에도 리딩투자증권의 공세에 맞서 최 명예회장이 김 회장을 도운 것이다.
리딩투자증권이 2007년 7월 부국증권 지분을 15%까지 올리는 등 공격적인 지분 확대에 나서자, 귀뚜라미그룹은 김 회장의 요청에 따라 보일러 판매 계열사인 귀뚜라미홈시스를 통해 부국증권 지분 1.64%를 사들였다.

귀뚜라미홈시스는 지난해 말 기준 최 명예회장 외 2인이 61.96%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귀뚜라미그룹은 지난해 5월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인 대구방송의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부국증권을 선정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동안 부국증권의 IPO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귀뚜라미그룹과의 인연이 부각됐었다.

M&A시장 단골 먹잇감

같은 시기 한국단자공업도 부국증권과 자사주 맞교환 형태로 부국증권 지분 3.57%를 114억원에 매입한 대신 부국증권 역시 98억원을 들여 한국단자공업 주식 3.84%를 취득했다. 자사주 맞교환은 각 사가 자사주로 보유할 때 없어졌던 의결권이 부활돼 상호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결과 당시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김 회장의 우호 지분은 27.37%에서 28.99%로 증가했었다.

부국증권은 증권가 M&A시장에 단골로 오르내린다. 소형 증권사라 M&A 철마다 우호적이든 적대적이든 대형 증권사의 먹잇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국증권이 언제까지 ‘백기사’에 의존해 연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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